2014. 6. 21.
자일리톨이 '잠자기 전에 씹는 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껌을 씹는 것만으로 정말 충치를 예방할 수 있을까?
자일리톨은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며 뛰어난 청량감을 주는 천연 감미료이다. 채소나 과일(자두·딸기·양배추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고, 사람 몸에서도 포도당 대사의 중간 물질로 생성된다. 인공적으로는 자작나무·떡갈나무·소맥·쌀이나 보리 짚 등에서 얻는
자일란이나 헤미셀루로오스 등을 원료로 해서 만든다.
북유럽 세 나라(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에서 생산되는 껌의
80% 이상이 자일리톨 껌이다. 자일리톨이 이처럼 널리 보급된 까닭은 실험과 임상을 통해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중남미
벨리즈의 후생부와 미국 미시간 주립 대학이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적은 양이라도 꾸준히 섭취하면 충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일리톨이 충치를 억제하는 기전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자일리톨은 당 성분이면서도 충치
세균(S. mutans)에 의해 발효되지 않는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다. 세균은 주로 설탕(슈크로오스)을 발효시켜 에너지를 얻는데, 이때 산을
생성함으로써 충치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자일리톨은 구강 내 세균에 의해 발효되지 않아 산을 생성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충치를 만들지 않는다.
▶ 하루 4개 이상 씹으면 설사·위경련 위험
게다가 세균은 설탕을 분해할
때 치아 표면에 잘 붙는 물질을 만들어 낸다. 세균은 이 물질과 함께 치아 표면에 부착해 치면 세균막(치태)을 많이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자일리톨은 치태 생성 양과 세균 수를 줄여 준다. 자일리톨을 제외한 대부분의 감미료는 이런 효과가 없다.
특히
식간이나 잠잘 때에는 입안에 당이 조금밖에 없어서 세균이 성장하기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균은 농도가 아주 낮은 당을 세균 내로
끌어들이는 특이한 기전을 갖고 있다. 아주 적은 양의 당이라도 세포 내로 끌어들여 발효시킴으로써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이때 산이
생성되어 충치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입안에 다른 당이 있을 경우에는 이 기전이 발휘되지 않는다. 구강 내
다른 당의 농도가 낮은 식간이나 잠잘 때 자일리톨을 섭취하면 세균은 양이 적은 다른 당보다는 자일리톨을 선택해서 받아들인다. 세포 내로
자일리톨을 끌어들인 세균은 이를 분해하기 위해 남아 있던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무모한 짓이다. 자일리톨은 분해되지 않을 뿐더러, 세포 밖으로 다시
배출되어 구강 내 자일리톨 농도를 유지한다. 결과적으로 세균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자일리톨을 섭취하지만, 에너지를 하나도 얻지 못하고 있는
에너지만 소모하는 행위를 반복하다가 굶어 죽고 만다. 또 자일리톨은 타액의 활동을 도와 치아 표면의 산을 중화시키고, 타액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타액 중의 칼슘을 증가시킨다.
자일리톨 덕을 제대로 보려면 자일리톨이 입안에 오랫동안 남도록 해야 한다. 껌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 식사를 마친 다음과 잠자기 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자일리톨과 같은 당 알코올은 많이 섭취하면 설사나 심한 경우 위경련까지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껌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하루
4개 이상 씹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자일리톨이 충치를 예방한다고 알려지면서 자일리톨 껌은 물론
요구르트·치약·영양제 등 응용 제품들이 여럿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자일리톨 함량이 턱없이 낮아 '무늬만 자일리톨'인 제품이 섞여
있다. 자일리톨은 다른 감미료보다 매우 비싼 편이어서 제조업자 처지에서는 많이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설탕이나 다른 합성 감미료와
함께 자일리톨을 병행해서 사용하는데, 이 때 당 중 자일리톨 함량이 최소한 50%를 넘지 않으면 자일리톨의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자일리톨
함량을 확인해서 '무늬만 자일리톨'인 제품을 가려내는 소비자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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