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주작 사건 '절대 이분들을 놀라게 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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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 주작 사건 '절대 이분들을 놀라게 하면 안돼!!'

2013년 1월 25일에 방송된 SBS의 인기 오락 프로그램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에서 나온 김병만의 명대사. 소위 '최후의 전사부족'이라는 와오라니족을 방문하였을 때 나온 말로, 와오라니족의 호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넣은 대사로 보인다.


참고로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인해 일어난 정글의 법칙 조작 논란과, 때맞춰 발굴된 와오라니족 관광 상품 홍보 웹사이트로 인해 와오라니족 관련 방송이 모두 조작된 것임이 밝혀지면서 김병만의 대사는 졸지에 웃음거리가 되었다. 와오라니족은 호전적인 전사 부족은커녕 SNS도 하고 서양식 의복도 입고 다니는 문명인들이었기 때문. 애초에 최초로 접촉했는데 통역이 가능하고 촬영 협조를 받을 수 있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아마존의 눈물조차 그런 우기기는 안 했다.

관광 패키지 투어를 마치 위험한 비문명인을 만나는 것처럼 속이는 건 아무리 알고 속아주는 게 방송 프로그램이라지만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말이 많다. 사실 조작인 게 밝혀지기 전부터 원주민 에피소드는 평이 좋지 않았다.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 그리고 사실이 드러나자…

게다가 와오라니족뿐만 아니라 야수르 화산, 시베리아, 말말족, 밀레니엄 케이브 등 정글의 법칙이 기획했던 대다수의 오지 탐험이 사실은 관광 상품을 이용한 연출에 불과했다는 것까지 밝혀지면서 정글의 법칙을 비웃기 위한 의도로 위 대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실 21세기 2010년대의 지구에 정글의 법칙 방송에서 묘사하는 것과 같은 완전한 원시 부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몇몇 부족이 있긴 하지만 해당부족이 사는 지역의 정부에서 철저하게 접촉을 금지하는 곳이나, 본인들의 선택(또는 전통)에 따라 현대 문물을 거부하는 곳, 대표적으로 노스 센티널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센티널인이 있다. 사실 지금은 지구의 극지대에서도 기지를 짓고 거주하는 시대이며 아무리 교통이 불편한 곳이라도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지구 어디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든 어느정도의 현대 문물은 충분히 접할 수 있기 마련이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칼 쓰는 법도 몰랐다는 극강의 원시부족 타사다이족 역시 인류학계의 흑역사 취급을 받고 있는 날조임이 밝혀진 것을 생각해 보자.

히말라야 산골짜기에 박혀 있고, 제국주의 시기에도 비교적 서구 열강의 침략을 덜 받은 부탄 같은 나라에서도 오늘날에는 텔레비전을 통해 서구의 문명을 접하고 있는데, 일찍이 서유럽 열강의 침탈에 시달렸던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야 오죽하겠는가. 심지어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지역이라는 저 부베 섬조차 (물론 무인도이긴 하지만) 19세기 초엽에 서구인들에게 처음 발견되었으니 이미 인류의 손길이 닿은 지 200년이 다 되어 가는 실정이다.

의외로 서구화의 상징과 가까운 미국에선 이와 비슷한 존재들을 찾을 수 있다. 아미시 공동체, 메노나이트 공동체로, 문명을 모르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종교적 믿음 때문에 18세기 이후의 기술은 일상생활에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문명을 못 만난 게 아니라, 충분히 문명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환경에서 일부러 안 누리는 것이니, 정글의 법칙에서 말하는 '원시 오지 부족'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는 이 부족민들의 자녀들은 거의 도시에서 살고 있으며, 부족민들은 노령이 많다. 그리고 촬영을 오면 돈을 받고 부족장이 라이선스 계약 체결 이후 '연기'를 해주는 식이다. 말하자면 아메리카의 청학동인 셈.

오히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미국정부의 조직적/집단적인 자문화 편입정책으로 인해, 혹은 체로키처럼 자신들 스스로 서구화를 추구함으로 인해 기술의 이해 측면등이 현대 미국인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 비해, 이들은 자신들이 살아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상업적 활동으로 영어를 배우거나, 주 정부의 요구사항으로 교통표지판을 설치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산업화 이전의 원시적인 문화를 가진 종족이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정말 시대와 동떨어진 원시부족들이라면 아예 문명인의 개념을 외계에서 온 적 쯤으로 의식하며, 발견하자마자 침입자로 인식해 살해해버리거나 도망치기 일쑤다. 즉, 대화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 촬영에 동의하고 협조한다는 점 부터가 이미 미디어 매체라는 개념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