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육림은 실제로 존재했는가
본문 바로가기

유머.신기.재미.이슈

주지육림은 실제로 존재했는가

주지육림은 한자 그대로 술로 된 연못과 고기로 된 숲이다.

하나라 말기 걸왕, 그리고 상나라 말기 주왕이 만들었다는 연회장. 걸왕은 아끼던 애첩 말희, 주왕은 자신이 애지중지했던 궁녀인 달기의 요청에 따라 초호화 음주가무 패키지 세트로 만들었다.

삼국지 덕후들에게는 동탁으로 인해 잘 알려진 고사성어로, 이를 차용한 코에이 삼국지 게임들에서는 동탁이 주지육림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사기』 은본기 원문에 '以酒為池,縣肉為林,使男女裸相逐其閒,為長夜之飲'라고 되어 있으며, 해석하면 '술로써 연못을 삼고(만들고), 고기를 매달아 숲을 삼고(만들고), 남녀로 하여금 벗고 그 사이에서 서로 쫓게 했으며, 밤새 술을 마셨다.'라고 되어 있다. 즉, 연못 가득 술을 채워넣고 나뭇가지마다 고기를 걸어두어 아무 데서나 먹고 마실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본래 하나라 걸왕이 말희를 위해 만든 것이 시초인데, 훗날 상나라 주왕이 달기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시 만들었다. 이 술연못은 매우 커서 배를 띄울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술은 궁궐로 바쳐진만큼 모두 고급술이었고, 안주로 쓸 고기 또한 최고급 육포와 살코기를 썼을 것이다. 또한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술을 붓고, 고기를 새로 요리해 걸어야했을 것이다. 걸왕과 주왕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지육림에 들어온 궁녀와 대신들의 옷을 모두 벗기고, 축생처럼 손을 사용하지 않고 술을 마시고 고기를 뜯게 하였다고 한다. 남녀가 벌거벗고 술에 취했으니 당연히 집단 난교도 일어났다. 명을 거역하는 자는 엄벌에 처했음은 물론이다.

당연히 들어가는 비용이 장난 아닐 것이다. 주지육림이 과장이라며 현실적으로 연못 위에 술이 든 잔을 띄워놓고 나무에는 음식이 든 통이나 쟁반을 걸어논 것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정도만 되어도 현대의 초호화 뷔페나 다름없다. 고대에는 자원 생산량이 더 적었음을 감안하면 부담은 그 이상이다. 그걸 며칠동안이나 열었다면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가뜩이나 힘든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왕창 긁어냈으니 결국 주지육림과 그 이외의 수많은 주왕과 달기의 실정 때문에 반란이 일어나면서 이들은 끔살당하는 건 물론 은나라도 멸망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다만, 주왕 문서를 보면 현대에 들어서는 이것이 상술한 막장 음주가무가 아니라 성대한 제물을 바치는 제사를 지냈던 것을 후대에서 은을 멸망시키고 세워진 주나라 이후부터 왜곡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역사속에서 승리한 왕조가 자신들의 반란을 정당화하기 위해 혁명이란 말을 사용하고 선대 왕조에서 행한 일들을 막장질로 바꿔서 선대 왕조의 만행으로 인해 하늘이 노해 우리를 보냈다고 선포하는 경우는 매우 흔했다.

다만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도 없는게 워낙 은나라 시절에는 괴악한 풍습이 많았기 때문. 대표적으로 인신공양, 식인, 순장 등 유학자들이 들으면 질색을 하는 것들이 대부분 은나라에서 나온 것이다. 공자부터가 이런 지워지지 않는 은나라의 야만적인 풍습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공자가 주공 단을 성인으로 보았던 것, 그리고 은나라 이전 시대인 요순시대를 찬양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고 기자를 먼 한반도에서까지 성인으로 모시고 문명의 시조라고 여겼던 것도 다 이런 이유가 있었다. 혹은 고대의 종교 행사 중에는 현대의 관점으로 보면 그야말로 막장 파티인 것이 한둘이 아니기에 막장 음주가무와 제사 의식 둘 다 맞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거나 좀더 확실한 증거와 사료가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