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7.
<김일응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무사히 카불 공항을 벗어나는 아프간 조력자를 껴안으며 눈물 짓고 있다. 탈레반의 예상치 못한 빠른 카불 진격에 한국의 외교부 본부는 카불 주재 대사관에 긴급 철수를 지시했고, 참사관은 마지막 교민 탈출까지 도운 후 긴급히 미군을 통해 탈출했다. 이 때 미군 수송기엔 현지 직원들은 탑승하지 못했는데 대신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으며, 그 약속을 지켰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공세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함락되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구출해, 국내로 이송한 작전이다.
탈레반이 예상보다 빠르게 카불로 진격하여, 카불이 함락당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혼란이 발생하였다. 이후 카불이 피범벅이 될 거란 우려 속에, 각국은 외교관이나 주재무관, 교민을 탈출시키는데 급급했고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은 교민을 비롯한 국민들을 안전하게 피난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아프간 현지에는 한국과 인연을 맺은 수 많은 아프간인들이 남겨진 상태였다. 문서 상단 사진처럼 대사관에서 일하던 현지 직원마저 아프간에 남겨질 정도로 공관 직원, 아프간 재건 프로젝트 참여자, 코이카등의 국제협력단 조력자 등 많은 조력자들이 탈레반 치하에 들어갔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 탈레반의 카불 점령 첫 날부터 외국인이나 외국인 협력자에 대한 폭력사태가 일어날 정도로 신변 위협이 가시화되었다. 탈레반의 폭력성과 비민주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던 만큼, 아프간 국민들, 특히 탈레반이 극도로 싫어하는 '외세 결탁자들'이 처형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탈레반은 카불 점령 후 바그람 기지 내부 한국직업훈련원과 한국 병원을 폭파시켰는데 훈련원에서 근무했던 현지인 훈련 교사들이 아프간에 남아 있다면 처형이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탈레반은 공공연하게 한국과 일했던 사람을 캐묻고 다녔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 조력자들의 요청, 당국의 예견에 의해 8월 초부터 이송 작전이 계획되었다.
8월 23일 오전에 C-130J 2대와 A330 MRTT가 아프간에 인접한 파키스탄으로 파견됐다. 이때는 엠바고 때문에 작전에 돌입했다는 사실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8월 24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아프간 주재 한국군 부대, 한국대사관, 한국병원, 직업훈련원을 비롯한 한국 관련 시설에서 종사한 아프간인 조력자들을 국내로 탈출시키기 위한 작전에 돌입,이미 작전 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 작전에 대한민국 공군 C-130J 2대와 A330 MRTT 1대가 투입되었다. 또 공군 공정통제사와 의료진들도 임무에 투입됐고 카타르로 대피한 대사관 직원들도 아프간에 재입국 했다.
사실 정부는 본격적인 작전 개시 2주 전부터 준비해왔고, 이에 대해 기자들에게 엠바고를 걸어놨는데, 이는 한국 입국 대상 아프간인이 카불 공항에 완전히 다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도가 되어버리면 탈레반측의 귀에도 들어가 출국 방해 내지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탈레반이 제시한 마감시한인 1주일 전에 뒤늦게 이송작전을 전개한 것이 아니라, 카불이 함락되기 직전 시점부터 준비해 왔던 것이며, 따라서 다른 서방국가와 거의 같은 시기에 아프간인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계획했던 것이다.
작전은 총 3단계로 1단계는 중간기착지를 확보하여 군 수송기를 기항시키는 것, 2단계는 군 수송기를 적시에 카불 공항으로 투입하여 대상자를 중간기항지로 이송하는 것, 3단계는 조력자들을 대한민국으로 이송하는 것이다.
작전 1단계로 C-130J 전술화물기 2대와 KC-330 MRTT 1대가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당초 계획은 민항기를 대절하여 대피시키는 거였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고 카불 공항에 민항기 투입이 어려워져 군용기를 전격 투입했다. 아프간 인근 국가의 공항은 이미 다른 국가들의 수송 작전으로 포화된 상태에서, 국방부와 외교부가 협조하여 파키스탄 공군 총장과의 협의, 주파키스탄 무관부의 채널을 총 동원하여 파키스탄 정부의 공항 사용 승인을 확보했다.
이 중 KC-330 공중급유기는 파키스탄 현지 공항에 대기하고 C-130J 전술화물기만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왕복 형식으로 아프간인들을 실어날랐다. C-130J 항공기가 카불 공항 작전에 투입된 이유는, 아프간 전 국토를 장악한 탈레반의 방공망에 의한 혹시모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플레어 등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장착된 C-130계열 항공기가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C-130J 2대가 카불 공항에 들어가 해당 아프간인들을 탑승시켜 오면 파키스탄 공군기지에서 대기하던 A330에 옮겨 대한민국으로 이송하는 작전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공항 사용과 관련한 제반 편의를 제공하고, 현지 주파키스탄 대사관은 챠랑과 대사관 건물을 특수임무단 숙소로 제공하였고, 현지 교민들도 코로나로 운영 중단됐던 숙박시설을 다시 재개방 해주는 등 성공적인 작전 수행의 숨은 공로가 있다.
작전 2단계의 첫 번째 작전은 군 수송기를 적시에 카불 공항에 투입하여, 우선 카불 공항에 진입 성공한 26명을 이송하는 것이었다. 관건은 조력자들이 카불 공항에 안전하게 집결하는 것, 카불 공항 이착륙에 필요한 사전비행승인을 미군으로부토 적시에 확보하는 것이다. 1차로 카불 공항에 진입한 26명의 조력자를 수송하기 위해 8월 24 C-139J 군 수송기 1대와 특수임무단이 급파되어 당일 오전 26명의 조력자 구출에 성공했다. 또한 가족단위로 대피가 이루어져 5살 이하만 100명에 신생아가 3명인 것은 물론, 이외에도 어린이가 인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에 젖병 등의 유아용품들이 미리 준비됐고, 수송기 바닥에는 매트리스를 깔아두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카불 상공에 도달한 C-130J 수송기들은 급강하, 급상승 등 전술기동을 하며 지대공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회피 기동도 했다.
하지만 당초 400명이 넘는 인원을 이송할 예정이었던 만큼 두 번째 작전이 시작되었다. 현지 사정이 계속 급변하고, 탈레반 정부는 타국의 조력자 구출 시도를 '아프간 재건에 필요한 인재를 빼간다'며 반발해왔고 미국은 카불 공항에 중대한 테러 위협이 있다며 카불 공항에서 대피하라고 권고하고, 수 만명이 몰려 압사 사고가 일어나는 등 카불 공항으로 가는 길 자체가 '절망의 길'이라 불릴 정도이다. 현지 특임단도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 최대한 많은 조력자를 찾아 카불 공항으로 이동시키는 것 부터 시작해야 했다.
수용 장소는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6주 동안 수용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에 대해 진천군, 음성군 주민들은 우한 교민 이송 작전에 이어 연속으로 진천 개발원이 지정된 것과, 갑작스러운 아프간인의 입소에 대해 다소 우려와 불만이 있었으나, 인도주의와 대승적 차원에서 아프간인 수용방안에 동의하였고, 일부 주민은 환영 현수막 게시 및 성금, 성품 등을 준비해서 지역차원의 환영 행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일단 국내에 들어오는 아프간인들의 신분의 경우 입국시 난민 자격이 아닌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일단 단기 비자를 발급받은 다음 장기체류 비자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카불 국제공항으로 들어가는 길목 곳곳에 탈레반 검문소가 있어, 진입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미군 측의 제안으로 단체 버스로 공항에 진입하는 방안을 고안해냈고, 버스 대절을 통해 아프간인들을 무사히 공항에 이를 수 있도록 하였다. 미국과 탈레반의 협상으로, 버스는 검문소를 무사 통과하였다.
8월 25일, 한국에 협력한 아프간인 365명이 파키스탄에 무사히 도착했다. 파키스탄에서 대기 중이던 26명과 함께 총 391명이 26일 오전 인천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정부는 난민이 아니라 한국정부와 협력한 특별공로자 신분이라고 했으며 필요할 경우 영주권도 발급해줄 예정이다.
본래 정부는 한국 입국 예정 아프간인들이 총 427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였으나 실제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인원은 391명이다. 나머지 36명은 아프간에 남기로 결심하거나, 제3국행을 택한 인원들이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것과 카불 공항이 혼란한 현지 상황을 고려하여,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한국 공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공군 공정통제사 요원을 동승시켰다. 공정통제사 부대는 CCT, 즉 이동식 항공관제 및 화력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 이런 항공 관련 업무에 적합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 협력 아프간인 378명을 태운 공군 KC-330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가 8월 26일 오후 4시 25분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한국 정부를 대표하여, 작전종료 후 아프간인들의 신분보장 및 정착지원을 담당할 주무부처의 수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직접 맞으러 나갔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현지 협력자의 어린 자녀들이 한국 법무부가 제공한 인형들을 저마다 하나씩 든 모습이 포착되어 소소한 화제를 끌었다. 어린이들이 고국을 떠나 피난길에 나서고 또 비행기 수하물 중량을 줄이기 위해 장난감은 거의 챙겨오지 못했을테니 좋은 선물이 된 셈이다. 단순한 선물의 성격 뿐만 아니라 이런 극한 상황에서 인형과 같은 장난감은 어린이들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입국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은 1차 코로나 검사를 받았으며, 현재 김포시의 마리나베이 호텔에서 임시로 머물고 있다.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일 경우, 진천군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입소하며, 양성일 경우, 증상 정도에 따라 생활치료센터 또는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입소 후에는 코로나19의 잠복감염 대비 2주간의 코호트 격리와 하나원에서 이뤄지는 북한이탈주민 대상 프로그램과 같이 국정원의 2차 신분검색, 한국 사회 및 문화에 대한 적응 교육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