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판 화성 연쇄 살인사건 '눈물의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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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판 화성 연쇄 살인사건 '눈물의 고속도로'


2021. 8. 25.

 

1969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도 해결은커녕 범행이 계속되고 있는 캐나다의 미해결 연쇄살인 사건.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가 옐로헤드 고속도로(Yellowhead Highway)라서 옐로헤드 고속도로 연쇄살인 사건으로도 불리지만, 일반적으로는 눈물의 고속도로라는 이름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사건의 발단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옐로헤드 고속도로 인근 윌리엄스 호에 살고 있던 26세의 여성 글로리아 무디는 언니가 아프다는 소식에 밤중에 고속도로로 나갔다. 글로리아는 히치하이킹을 해서 언니가 사는 프린스조지까지 갈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였으나,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글로리아의 시신은 도로에서 약 10km 안쪽으로 들어간 숲속에서 발견되었다. 시신의 상태로는 타살된 것이 명백해 보였다. 하지만 고속도로는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물어지는 탓에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아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이듬해인 1970년, 18살 소녀 미셸린 페어가 허드슨호프에서 실종된 이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캐나다 경찰은 그다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갔다.

그런데 1973년 9월을 시작으로 1974년까지 4명의 여성이 잇달아 살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클리어워터에서 19세 소녀 게일 웨이즈가 살해되었고, 다음 달 10월에는 캠루프스에서 19세의 패멀라 달링턴이 살해되었다. 이듬해인 1974년에는 모니카 이그너스와 콜린 맥밀런이 살해되었다.

상황이 이리되자 옐로헤드 고속도로 인근 주민들은 경찰에게 범인을 잡아 달라고 호소했으나, 경찰이 한 일이라고는 히치하이킹을 하지 말라라는 표지판을 세운 것 외에는 별로 없었다. 경찰의 무성의한 태도 속에 고속도로에서 여성들이 실종되거나 살해되는 사태는 계속 이어졌다. 분노한 주민들은 시위를 벌였고, 결국 2009년이 되어서야 캐나다 경찰은 특수 수사팀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캐나다 경찰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피해자는 모두 20명으로, 이 중 6명은 시신조차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며 원주민 추장들은 피해 여성이 최소한 43명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실종자는 2019년 10월에 실종된 69세의 로린 파비안, 최근의 살인 피해자는 2020년 8월에 발견된 34세의 크리스탈 챔버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이런 종류의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질 때 사람들은 당연히 히치하이킹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찰이 히치하이킹 자제를 권고했음에도, 히치하이킹을 하던 여성들의 희생은 끊이지 않았다.

이것은 지역 여성들이 무신경하거나 겁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가 없어서였기 때문이다. 옐로헤드 고속도로가 지나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비롯한 캐나다 서부는 주로 가난한 원주민들이 사는 지역인데, 이들은 가난해서 자가용을 끌고 다닐 정도의 여유조차 없었다.

이들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은 버스인데, 이 버스는 저녁이 지나면 운행을 안 해서 밤중에 급한 환자가 있거나 물건을 사러 가야 할 경우에는 인근 도시로 나갈 방법이 히치하이킹 빼면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다. 가난한 원주민 여성들은 프린스조지나 프린스루퍼트까지 가기 위해서 위험을 알면서도 히치하이킹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실종된 여성들의 면면을 봐도 드러나는데, 단 1명의 백인 소녀만 제외하고는 모두 인근 지역에 살던 가난한 원주민 여성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실정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히치하이킹 자제'라는 표지판만 세워 놓은 캐나다 경찰에게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이에 항의하면서 캐나다 정부에 마을과 마을을 잇는 셔틀버스 운행, 휴대 전화 통화권 밖의 지역에 비상 전화 설치, 날이 어두워졌을 때 피할 수 있는 대피소 운영 등을 건의했다. 다행히도 현재는 이 모든 것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



캐나다 경찰의 추적 끝에 유력한 용의자가 떠올랐는데, 그는 바로 성범죄로 수감되어 있다가 2006년 폐암으로 사망한 바비 잭 파울러였다. 여섯 번째 희생자인 콜린 맥밀런의 시신에서 발견된 DNA가 바비 잭 파울러의 DNA와 일치했던 것이다. 결국 캐나다 경찰은 파울러가 3번째 희생자 게일 웨이즈, 4번째 희생자 패멀라 달링턴, 6번째 희생자 콜린 맥밀런을 살해한 범인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 경찰은 이외의 범행도 파울러의 범행으로 봤으나, 명백한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파울러가 모든 사건의 범인일 수는 없었다. 파울러가 1995년 성범죄로 체포되어 투옥되었을 때도 이 지역에서는 꾸준히 실종, 살인 사건들이 발생했고 그가 사망한 2006년 이후에도 발생했었기 때문. 물론 콜린 맥밀런을 비롯한 몇몇 사건들은 파울러의 소행이 확실하지만, 그 외의 사건에는 한 명이 아닌 다수의 다른 범인들이 있었을 것이다.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옐로헤드 고속도로의 구간 자체가 길고 일대의 인구 밀도가 높지 않고, 밤이 되면 인적이 뜸해지는 탓에 범죄가 일어난다고 해도 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옐로헤드 고속도로가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이 지역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범인은 한밤 중 히치하이킹을 하는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인적이 뜸한 숲 속에 유기한 후 다시 자기 차량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범인은 두 명 이상일 것은 확실하며, 불특정 다수로 추정되고 있다. 살해 수법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조금씩 다른데다 한두명 잡고 해결됐다고 발표한 뒤에도 범인이 또 잡혀오고 있다. 캐나다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바비 잭 파울러는 이 지역에서 최소한 3건 이상의 살인을 저지른 것이 분명하지만 1995년 이후로 감옥에 투옥되었으며, 2006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파울러가 모든 사건을 저질렀을 수가 없다.

한 두명이 아닌 다수의 범인들이 각기 개별적으로 옐로헤드 고속도로를 범죄 장소로 써 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 때문에 범인이 1명만 잡혀도 그 1명에게 모든 죄를 씌울 수가 있으며, 자신은 잡히지 않을 수 있다고 믿고 다양한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즉, 지금 이 순간에도 살인마들이 눈물의 고속도로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9~2010년 사이 4명을 살해한 캐나다의 연쇄살인범 코디 르게보고프 역시 2010년 눈물의 고속도로에서 로런 D. 레슬리(15세)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2016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21년 8월 현재도 연쇄살인은 현재진행형이다.



흔히 캐나다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라고도 부르지만, (범인이 잡히기 전 기준으로 봐도)화성 연쇄살인 사건보다 더 심각하다. 일단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달리 범행 현장이 인적이 없는 한밤중 고속도로라는 특성상 범행 목격자도 전무하고, 무엇보다 범인이 불특정 다수인데다 아직까지도 살인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