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바스코 소스' 왜 짠가 했더니...
본문 바로가기

'타바스코 소스' 왜 짠가 했더니...


2020. 4. 29.


타바스코는 미국의 매킬러니사가 1868년부터 생산한 유서깊은 역사를 자랑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핫소스다. 

남북전쟁 직후에 남부 출신의 은행가였던 에드먼드 매킬러니가 처음 상품화했다. 전쟁이 터지자 그는 암염 광산이 있는 루이지애나 에버리 섬(avery island)의 처가에 피난을 가서 남군을 위해 소금을 생산하면서 전쟁기간 동안 재산을 꽤나 늘릴 수 있었는데, 전쟁에서 남군이 패배하면서 대금으로 받았던 남부의 군표가 모조리 쓰레기로 변했다. 안습. 결국 무일푼 신세가 된 그는 유일하게 남은 재산이었던 처갓집 창고의 타바스코 고추와 에버리 섬의 암염으로 매운 소스를 만들어 팔아보기로 했는데, 그것이 바로 타바스코 소스의 시작이 되었다. 이 때 소스의 제법은 여행중이던 어떤 신사에게 배웠다고 한다. 나중에 후손들은 독창적인 발명이라며 다른 소스 회사에 소송을 걸었지만, 기존에 이미 있던 제법임을 인정하는 문구가 최초 특허 신청서에 있었기 때문에 패소했다. 

상술했듯 타바스코 페퍼라는 고추로 만들며 암염과 식초 등을 넣고 3년간 발효시켜서 맛을 낸다. 애버리 섬의 암염으로 만드는 것이 맛의 비법이라고 한다. 해당 지역의 암염이 모두 채취될 경우, 어떻게 될지는 불명이다. 물론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암염 광산이므로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 바닥나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현대 식품공학 기술은 매우 발전해 있으므로 암염이 떨어지면 암염에 포함된 성분을 다른데서 가져다 넣으면 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완성된 소스는 붉은 빛을 띄며 매콤한 고추와 식초의 새콤한 맛을 동시에 낸다.

한국에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인데, 타바스코는 처음에는 초고추장마냥 생굴을 먹을 때 뿌려먹는 소스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여 다양하게 퍼져나갔으며, 애초에 제조사에서 광고 자체에 굴과 함께 드셔보세요라고 홍보를 했다. 그래서 북미나 호주 등지에서는 굴이 나오는 레스토랑에서는 거의 대부분 타바스코 소스를 비치해 두거나 굴 주문시 같이 준다. 백종원도 굴에 타바스코 소스를 뿌려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피자 시켜먹고 남은 타바스코 소스가 집에 있다면 굴을 먹을 때 시험삼아 소스로 먹어보는 것도 좋다. 한국에서 흔히 곁들여 먹는 간장이나 초고추장보다도 궁합이 더 좋다고 느낄 수도 있다. 두부나 낫토에 뿌려먹어도 고소한 맛과 매콤새콤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선 그래도 타바스코 소스 이외의 핫소스도 많기 때문에 '핫소스'라는 표현도 나름대로 정착이 되어있지만, 일본의 경우엔 아예 핫소스란 개념 자체를 타바스코가 먹어버린 상태라, 그냥 핫소스는 죄다 타바스코라 부른다. 한국에서 굴삭기를 포클레인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 보면 되는데, 한국도 사실 일반적으로 고추장 등 전통적인 매운 양념을 제외하면 타바스코 외의 핫소스를 거의 접하기 어려운지라 일본이나 사정은 비슷하다. 

"타바스코 소스 병은 절대로 비지 않는다" 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맛은 상당히 외국인들에게 매운 편인데, 매운 맛에 익숙한 한국인에겐 그냥 좀 매콤한 식초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는 모양. 실제로 공정식 전 해병대사령관의 회고록을 보면 해군 창군 초창기에 미국에서 전투함을 사오기 위해 결성된 인수단 장병 200여 명이 2주 동안 미군 수송함을 타고 갔는데, 미국 배이니 만큼 당연히 음식이라곤 미국식 음식만 먹게 된지라 그 느끼한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타바스코를 빵에도 치고, 수프에도 치고, 스테이크에도 치고 밥까지 비벼 먹는 등 되는대로 다 쳐서 먹었고 그 배 승조원 1,600명이 6개월간 먹을 분량을 인수단 220명이 2주일만에 전부 소모했다고 한다. 그 사실을 미군 수송함 보급장교에게 들은 인수단 장교들은 당황하며 전부 사과했지만, 오히려 그 장교는 웃으면서 "마침 우리 애들이 타바스코 소스를 너무 안 먹어서 썩어나던 판에 전부 처리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귀국할 때도 우리 배를 타줬으면 한다."라고 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위 사례에서도 알수 있듯 타바스코는 군용 전투 식량으로 대량으로 소모되었다. 위 사례만 보면 재고로 썩어가는 골치아픈 물건일것 같지만 실제론 최전선의 병사들에게 매우 환영받았다. 메뉴도 몇개 안돼서 질리디 질려버린 C레이션을 죽지 않으려면 먹어야 하는데 전투 피로와 PTSD로 만신창이가 된 병사들은 도저히 C레이션을 목구멍으로 넘길수가 없을 지경까지 내몰리곤 했는데 타바스코를 왕창 뿌려먹으면 맵긴 매울지언정 어쨌듯 C레이션과는 다른 맛이 나고 맵고 신 향신료 역할을 하므로 식욕도 자극해주어 거지같은 C레이션을 며칠이나마 더 먹고 체력보존을 시켜준 고마운 소스였다. 위의 미군 수송함 같은 경우는 육군도 아니고 밥 잘나오는 해군이니 염장고기정도는 나와야 타바스코에 손을 댈 정도의 환경이라... 

때문에 현세대 미군 전투식량인 MRE에도 엄지손가락 만한 병이나 햄버거 가게의 1회용 케첩만한 봉지에도 담겨 들어간다. 하지만 미군 군인들이라고 타바스코를 항상 넣어먹는건 아니며, 타바스코 취향인 경우 개인이 좀 더 큰 병으로 구해다놓기 때문에 MRE에 들어있는 병은 원샷 내기 같은 장난이나 불침번근무할 때 눈에 뿌려서 잠을 쫓는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단 타바스코의 종류 중 Habanero 버전의 경우 7,000~12,000 SCU의 매운맛을 자랑하며 이는 보통 타바스코인 2,500~5,000 SCU 의 세배 정도이다. 일반 매점에서는 잘 찾을 수 없고 E-bay같은 곳에서 주문해서 미국으로부터 배송받거나, 일본의 수입식품 전문점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보통 타바스코 소스보다는(당연히) 매우면서도, 타바스코 소스 특유의 매운맛과는 조금 다른 타입의 매운맛이 난다. (오리지널 타바스코 소스가 청양고추의 매운맛에 가깝다면, 하바네로 타바스코 소스는 걸쭉한 고추장의 매운맛에 가깝다.) 그 외 할라페뇨맛 등의 다양한 바리에이션도 존재한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피자집이나 스파게티집마다 반드시 비치되어 있는데, 실은 이탈리아에선 그렇게 안 먹는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도 타바스코라는게 미국산 제품일 뿐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피자집에 타바스코 없다. 미국인들은 피자에다가 파마산 치즈 가루와 고춧가루(crushed red pepper flakes)를 뿌려서 먹는다. 다만 덜 매운 편인 스리라차 소스는 몇몇 피자 브랜드 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쨌든 꽤 괜찮은 식재료로, 한국인에게 밋밋하거나 또는 많이 먹으면 느끼해질 소지가 있는 음식에 조금씩 첨가하면 마법의 핫소스 수준으로 꽤 훌륭한 풍미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매콤함과 식초의 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적의 궁합. 대표적으로 타바스코와 어울리는 음식은 피자가 있으며, 이외에도 닭가슴살 같이 맛이 밋밋한 육류에 뿌려먹거나 카레 등에 넣어도 꽤 괜찮다. 단 너무 많이 넣으면 그 시큼함을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주의. 맛없는 라면에 뿌리면 맛이 확 살아난다. 피자시켰는데 딸려온 타바스코가 먹긴 싫고 버리긴 아깝다면 잘 놔뒀다가 한번 시도해보자.

tabasco와 Tabasco는 대소문자 하나 차이로 전혀 다른 물건이다. 전자는 고추고 후자는 이 항목에서 서술하는 핫소스의 고유명사.

다른 음료수 캔에 이걸 잔뜩 넣고 친구에게 건네면 좋은 우정 파괴를 경험할 수 있다.

한국에선 수입업체에서 직수입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오뚜기가 수입판매를 하면서 가격이 안정되었다만, 대형할인마트 기준으로도 150㎖에 6~7,000원대라는 엄청난 가격인게 문제지만 2016년 3월 기준 코스트코에서 355㎖ 타바스코 소스를 7,500원에 판매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람.

많이 뿌려먹으면 밤에 진짜 고생한다. 보통 매운 음식이 다음날 지옥을 본다면, 이건 밤에 몰아서 고생한다. 먹을 때는 잘 느끼지 못 하지만 매운 것에 민감한 사람은 많이 먹으면 뱃속에서 난리가 나니 조심하자. 물론 매운것에 강한 편이거나, 불닭볶음면이나 틈새라면 등을 먹어도 끄떡없는 사람들은 예외.

의외로 밑간에 활용할 경우 상당한 이점이 있는데 짠맛, 신맛, 매운맛을 더해주며 식초덕에 연육작용도 가능해서 돼지고기나 닭고기에 상당히 잘 어울린다 조리 중 첨가, 특히 굽는 방식으로 조리중에 뿌리는 것은 결코 좋지 못하다. 순식간에 식초와 고추향이 증발하며 시큼한 냄새가 피어오르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코와 목이 따가울 정도로 맵다. 만약에 사용할 경우 다른 소스와 섞어서 쓰거나 정 굽는 도중 쓰겠다면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사용하자. 

타바스코 병은 활용도가 꽤나 괜찮다. 150ml병 부터는 병입구가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데 뚜껑을 따면 내용물을 집어넣기 쉬워진다 다양하게 활용하자 ex.소금통,시럽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