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헌법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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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헌법위반


2017. 6. 3.

대한민국 헌법 전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중략)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후략)
제11조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제21조 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제22조 ①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박근혜정부에서 정권에 비우호적인 문화·예술인을 탄압·규제하기 위해 비밀리에 작성한 리스트로, 그 목적은 각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국가 차원에서 불이익을 줌으로서 억누르기 위한 것이다. 당연히 존재 자체만으로 탄핵감이다.



이 리스트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서명자 594명, 세월호 시국선언 한 문학인 754명,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한 문화인 6,517명, 그리고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을 한 문화인 1,608명, 총 9,473명으로 이루어졌다. 거의 1만 명에 육박하는 것이며, 몇몇 진보 예술계 인사뿐만 아니라 단순히 정권에 협조적이지 않은 예술계 인사들 상당수를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탄압은 현대 대한민국 역사에서는 대표적으로 박정희, 전두환이 있다. 하지만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 있는데,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던 '문화 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문건이 있다. 이 문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문화계 좌파인사 척결, 예산지원을 끊음으로 인해 우파로 전향시킬 것.'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건과 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정청래 당시 문광위 소속 의원이 이 문건을 입수해 2012년 7월에 들고 나와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국무총리였던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따진 적이 있다. 물론 김황식은 모른 척 했다. 그리고 국감에서 문건에 대해서 물어보기 위해 유인촌 당시 예술의전당 이사장을 불렀으나 유인촌은 이사장직을 사퇴하고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문화 권력 균형화 전략' 관련 보도는 완전 묻혀버렸는데,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이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원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별개 사건으로 불거져 나왔으나,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양 사안이 밀접하게 연관되었으며, 이 블랙리스트 건은 최순실의 국정농단만큼이나 심각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익명의 관계자의 신고로 2016년 10월 12일 한국일보에서 최초로 보도되었으며 2016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에서 그 존재가 들통났다.

익명의 제보자는 “지난해(2015년) 5월 흔히 말하는 ‘블랙리스트’가 청와대에서 내려왔고, '우리 입장에서는 이에 따라 행동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문체부 공무원들의 푸념을 들었다”면서 “실제 이 문건을 직접 보기도 했거니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사진으로 찍어두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는 저 말이 진짜일까 싶었는데, 이후 예술계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들리면서 정부가 이 블랙리스트를 충실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내용을 보면 박근혜 정권 집권 초기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정황상 2015년 전후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리스트를 추린 키워드가 문재인, 박원순, 세월호 등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적어도 2014년 이후로 제작된 것이 맞아 보인다. 게다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태 이후 최순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잡은 시점과도 일치한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는 옛날부터 조용히 존재했지만, 반체제 인사나 종북주의자 등으로 한정되었고,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용인될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블랙리스트는 세월호 사고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상대편 대선 후보 지지자 혹은 야당 정치인 지지자였다. 과거 친일인명사전의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자신들과 반대되는 인사들을 대거 수록했던 친북인명사전처럼, 명백한 보복이라서 논란이 더 크다. 물론 김기춘이 여기서도 비상한 두뇌를 발동했다. 블랙리스트를 올려 상영금지나 노골적인 검열을 하였으면 야당이나 문화계에서 반발이 일어났을테니 우회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검열을 한 것이다.
2016년 10월 13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전면 부정했으나, 2016년 11월 7일자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1차관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고 한다. 해당 문건이 작성된 시기는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1월 사이로, 당시 조윤선은 청와대 정무수석이었고 정관주는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을 맡고 있었다.

채널 A 단독보도에서 문체부 전직 고위관계자 2명의 증언에 따르면 블랙리스트가 청와대 정무수석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실장은 "예술계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시가 있었다. 문화부 예술정책과에서 관리하였다고 증언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한 민간 독립영화전용관들을 정부지원사업에서 배제한 정황이 드러났다. 극장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체들은 실제로 예산 삭감 같은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갤러리 및 극단조차 블랙리스트에 찍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체육계에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013년 말 개봉했던 영화 변호인을 본 직후 혀를 차고 못마땅해 하며 "왜 이런 영화를 만드는 회사들을 제재하지 않느냐"고 유진룡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말했던 사실이 당사자인 유 전 장관의 인터뷰릍 통해 드러났다. 그는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순수 문화예술 쪽에서도 반정부적인, 반정부적인 행동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왜 지원을 하느냐? 왜 제재를 하지 않느냐는 요구를 김기춘 실장이 직접 또는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을 통해서 다각도로 문체부에 전달했다"며 이것이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관리는 주도면밀했다. 황당한 것은, 지원을 해주려고 해도 지원받을 수 있는 문화예술인이 없다는 것이다. 관리는 주도면밀했지만 선정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황당함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친 새누리당 성향의 하철경예총회장마저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국정원이 이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조직적으로 개입된 정황이 특검에서 밝혀졌다. 리스트 속에는 국정교과서 반대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블랙리스트와 반대로, 적극 지원하거나 추천하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도 작성·관리된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문학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서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이 블랙리스트에 근거해서 유명 작가의 해외 진출을 거꾸로 막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블랙리스트의 시발점은 박근혜 대통령 풍자 연극 ‘개구리’였다.


당연하지만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인들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평론가인 황현산은 “만드는 사람조차 왜 이런 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제 팔자를 한탄하며 만들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샤머니즘의 정치 아래서는 만인이 불행하다”라고 주장했고, 안도현은 "블랙리스트에 내 이름이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라고 반어적으로 비꼬았다. 가수 이승환 역시 "왜 나는 없냐"며 리스트의 정당성(?)을 의심하기도 했고, 시나위의 신대철 또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농담조로 "그 블랙리스트는 가짜다. 내 이름이 없으니까."라는 말을 하였다. 이외수는 "명단이 발표되었을 때 제 이름이 빠져 있어서 극심한 소외감과 억울함을 금치 못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풍자했다. 손숙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지금 이 시대에… 정말 다들 미쳤나?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무한도전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 특집 당시 멤버들이 박명수의 의상을 지적하자 의류 업계 블랙리스트 체포라는 자막이 달렸으며 이후 박명수가 MBC 수뇌부가 맘에 안든다고 하였다.박명수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MBC가 박근혜 정부와 어떤 관계인지 생각하면 시사 개그를 잘하는 박명수의 특성상 묘한 기분이 드는 대화다. 시인 고은은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있다는 기자의 전화를 받고서는 영광이라고 하였다.

많은 네티즌들 또한 비슷한 반응을 보였으며, 상당수 인물을 반정부적 발언이나 행위도 아니고 고작 '문재인 지지'를 이유로 올렸다는 것이 졸렬하고 유치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편가르기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는 것. 리스트를 실제로 작성한 공무원도 자괴감 들고 괴로워했을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문화체육부 자체에서도 이렇게 정도를 벗어난 정책에 대한 반발이 극심했던 것으로 보이며, 조윤선과 김기춘을 구속하는데 결정적인 증거를 특검에 제보한 사람들은 다름아닌 문화체육부 직원들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