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면 무조건 사망 닛산 '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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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나면 무조건 사망 닛산 '츠루'


2017. 4. 16.

닛산자동차의 북미형 준중형차인 닛산 센트라의 멕시코 내수용 모델. 정확히는 센트라의 3세대 모델, 코드명 B13을 멕시코 현지 사정에 맞게 다운그레이드한 모델. 츠루(Tsuru)라는 이름은 두루미의 일본어 표기에서 나온 것. 국민들의 경제 사정이 그렇게 좋다고 할 수 없는 멕시코에서 매우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패밀리 세단으로서 팔리고 있으며 특히 택시용으로 인기가 많은 모델.



...이라고 생각했다면 제대로 속은 것이다. 실상은 쌍용 체어맨이나 쉐보레 캡티바같은 대한민국의 사골들은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사골계의 끝판왕이자 굴러다니는 관짝. 기업이 제조 원가와 이윤에만 눈이 멀고 소비자 역시 단순히 값에만 집착하면 어떤 괴물이 탄생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참고로 위 문단, 그리고 아래 내용들은 너무 단점에 중점한 서술이라 할 수 있다. 안전 기준이 바닥인 나라에서는 이런 사례가 한두 가지가 있는게 아니다. 중국에서는 1986년에 출시된 폭스바겐 산타나의 전면과 램프류를 바꿔서 판매하고 있으며, 이란에서는 1980년대 말 기술로 제작된 푸조 차량을 최근까지도 생산해 왔다. 그런 상황은 다른 개발도상국 및 안전 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국가들에서는 흔한 사례이다. 아마 이런 식으로 다루자면 폭스바겐 T2, 폭스바겐 비틀, 라다 니바와 같은 비슷한 사례들 모두를 "양철 관짝"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중고로 들어온 구형 센트라가 츠루와 같은 모델이다. (정작 북미에는 이 차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애초에 센트라 자체가 코롤라/시빅은 커녕 미쯔비시 랜서보다 인지도가 낮았다.) 오히려 연식이 20년이나 더 오래된 북미형 센트라가 2010년대의 멕시코산 스루보다 옵션이 더 좋다.
3세대 닛산 센트라가 북미 시장에 나타난 것이 1990년, 닛산 츠루가 멕시코에서 판매를 시작한 것이 1992년이다. 그리고 이 차는 거의 큰 개량 없이 2016년까지 생산중이다. 1992년을 전후로 대한민국에서 선보인 차를 몇 개 적어보면 대우 티코(1991), 현대 엘란트라(1990), 기아 세피아(1992)다. 구아방도, 대우 씨에로도 출시 전이었을 시절이다. 이 때 선보인 차량을 지금까지 거의 개량 없이 팔아온 것이다. 그나마 있는 개량 사항도 변속기와 일부 전장품, 약간의 인터페이스 변화에 불과하기에 핵심 성능이나 전체적인 인테리어, 안전장치는 1990년대 초반의 자동차들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엔진은 닛산 GA16DNE를 쓰는데, 105마력을 내는 1.6L DOHC 엔진이라고 하면 보기는 좋지만 1990년대 중반에 나와 대부분의 신흥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단종된 엔진이다. 대한민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에 이미 약발이 다한 EGI(전자 제어 연료 분사)를 지금도 자랑이라고 적어 놓는데다 환경 문제로 지금은 가솔린 엔진에도 당연시되는 EGR같은 것은 그거 먹는 건가요라고 말할 정도이다. 전장 역시 처참한데 마지막 연식이 될 2017년식에서 MP3 CD 플레이어가 들어간 것을 자랑한다. USB 메모리? 블루투스? iPod 단자? 그런 거 없다.

더 큰 문제는 아무리 경제 사정이 그렇게 좋다고 할 수 없는 멕시코 시장용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1990년대, 그것도 1990년대 초반의 차량 설계를 그대로 2010년대 중반까지 거의 변화 없이 가져왔다는 점. 즉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 현까들은 현기차를 쿠킹호일이라고 욕하지만 이 차 앞에서 지금의 현기차는 어떤 모델이 와도 M1 에이브람스 수준이다. 즉 대한민국 쿠킹호일 이하의 안전도를 자랑한다. 차량 설계에 안전성 강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ABS나 에어백같은 기초적인 안전 장치조차 달지 않아 요즘 세대 차량과 사고라도 나면 그야말로 탑승자들은 끔살당하는 지경에 놓인다.
안전도가 얼마나 심각한가 하면 중남미 지역 신차 안전도 테스트(라틴 NCAP)에서 2013년에서 이 차의 정면충돌 테스트에 대해 네 놈을 평가하긴 별이 아까워!라는 결론을 내렸다. NCAP 테스트에서 별 5개를 못 받았다는 이유로 까는 사람이 나오는 대한민국 상황에서 별 하나도 받지 못한 이 차에 대해 대해서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특히 운전자의 머리와 가슴은 치명타를 입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이 차는 최소한의 안전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여 판매가 금지되니 별 관심이 없었지만 도대체 얼마나 심하길래 저런지 미국의 NCAP을 담당하는 IIHS에서 2016년에 2015년식 츠루를 구해와 당시 가장 싼 차였던 닛산 베르사(Versa)와 옵셋 충돌 테스트를 해봤는데, 베르사는 에어백은 터지고 유리는 깨졌을지언정 운전자는 멀쩡했지만 츠루는 아예 엔진이 캐빈룸까지 밀려 들어와 스티어링 휠이 운전자 가슴을 직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즉 이 차를 타고 가다 50~60km 정도로 벽을 들이 받건 요즘 승용차와 부딪히건 운전자 및 동승자의 끔살은 최소 확정이라는 것.

워낙 멕시코의 자동차 안전 규정이라는 것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막장인데다 소비자들 역시 싸면 그만이라는 생각 덕분에 사망 사고가 끊임 없이 나옴에도 이 차는 꾸준히 팔렸고,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멕시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자동차로 군림했다. 워낙 막장인 안전도 때문에 사고가 났다하면 사망 사고로 이어지자 전 세계 NCAP 단체들의 연합인 글로벌 NCAP에서조차 이 차의 판매 금지를 요구할 정도였고, 몇십년 전에 설계한 차라 차대보강도 불가능 하고 몇 가지 안전 장치를 다는 정도로 근본적인 안전도 향상을 할 수 없는데다 달 수 있는 설계도 아니었기에 닛산자동차는 그냥 아몰랑 빼액을 시전하고 단종을 선언했다. 그래도 2017년까지는 이 차를 파는데, 3월에 1,000대의 최종 한정판이 나오고서야 이 달리는 관짝은 신차가 사라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약 170만대 이상이 생산되었다. 그리고 츠루의 중고차들이 펼치는 관짝의 전설은 20~30년 뒤 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것이 멕시코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멕시코는 대한민국과 달리 육로로 인접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미국, 캐나다, 과테말라 등 인접국으로 월경 시 인접국의 우수한 신형 차량과 사고 시 비명횡사의 문제가 불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