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와 제주에서 만나 한미 조선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국내 조선업계 인사가 USTR 대표와 공식 회담을 가진 최초의 사례로, 한미 간 조선산업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됐다.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노력에 동참하며 항만 크레인 공급망 협력, 공동 기술 개발, 기술 인력 양성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중국산 항만 크레인의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D현대삼호의 제조 역량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제안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의지를 높게 평가하며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담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그리어 대표와의 일정 중 이뤄졌다. 그리어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미중 무역 협상을 주도한 인물로, 이번 방한에서도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와 비공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과의 면담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성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업계의 양대 축으로, 상선 및 군함 건조, 보수수리정비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조선산업 재건과 한미 협력의 중요성
미국은 최근 조선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은 해양산업 전략 수립을 지시하며 중국의 조선산업 지배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명령은 국방, 상무, 교통 등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해양 행동 계획을 요구하며, 특히 항만 크레인과 같은 핵심 인프라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USTR의 조사 결과 중국의 비시장적 관행이 미국 상업에 해를 끼친다고 결론지으며 중국산 선박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HD현대는 이러한 미국의 전략에 발맞춰 항만 크레인 제조 협력을 제안했다. 현재 미국 항만의 80% 이상이 중국산 크레인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보안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HD현대삼호는 고품질 크레인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의 공급망 다각화에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파트너로 평가된다. 또한 HD현대는 헌팅턴 잉걸스와의 협력 사례를 언급하며 선박 건조 기술 공유, 첨단 조선 기술 개발, 기술 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을 제안했다. 이는 미국의 조선산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협력 기반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의 미국 시장 공략 전략
HD현대는 최근 미국 방산 시장과의 접점을 확대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미국 ABS 선급과 미 해군용 경량 군수지원함 설계 인증 관련 협약을 맺었다. 또한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와 현지 공급망 구축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HD현대 함정기술연구소는 미 해군연구소와 차세대 함정 설계 및 공동 연구개발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HD현대가 미국 방산 조선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한화오션 역시 미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3년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의 보수수리정비 사업을 수주했으며, 같은 해 12월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추가 투자, 해양 인력 육성, 신규 선박 건조 일정 등을 제안하며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4월 30일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양국 간 조선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한미 조선 협력의 잠재적 영향과 도전 과제
한미 간 조선산업 협력은 군함 및 상선 건조, 보수수리정비, 공급망 다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HD현대와 한화오션의 기술력은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항만 크레인 협력은 미국 항만 인프라의 안정성을 높이고, 군함 건조 및 보수수리정비 사업은 양국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또한 기술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미국의 조선산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협력 과정에서 몇 가지 도전 과제도 예상된다. 미국 내 조선소 인프라의 노후화와 숙련된 노동력 부족은 협력의 실행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 또한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 과정에서 정치적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HD현대와 한화오션은 미국 정부 및 기업들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APEC 통상장관회의와 글로벌 무역 환경
이번 회담이 열린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는 글로벌 무역 환경의 변화와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은 ABAC 의장 자격으로 참석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 원칙의 안정성과 비차별성을 지지하며, APEC 기업인 이동카드 시스템 개선, 종이 없는 무역을 위한 우수센터 설립 등 다양한 어젠다를 제안했다. 이러한 논의는 한미 조선산업 협력이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협력 제안 및 맥락
항목 | 내용 |
---|---|
회의 장소 | 제주 |
참석자 |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
주요 제안 | 항만 크레인 제조 협력, 기술 개발, 인력 양성 |
미국 정책 맥락 | 미국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 SHIPS Act, USTR 조사 |
잠재적 영향 | 군함 건조, 보수수리정비 협력, 공급망 다각화, 안보 강화 |
한미 조선산업의 미래
한미 조선산업 협력은 양국 경제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에 기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특히 항만 크레인과 군함 건조 분야에서의 협력은 미국의 국가 안보 우려를 해결하고, 양국 간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양국 기업과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이 지속된다면, 한미 조선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해양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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