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 업계 주요 인사들과 백악관에서 회담을 열고, 정부 주도의 전략적 디지털 자산 비축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담에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리플의 브래드 갈링하우스를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기업 대표들이 참석해 큰 관심을 끌었다.
백악관 국빈 식당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서명한 행정명령과 관련하여 암호화폐 시장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과 기타 디지털 자산을 활용해 ‘디지털 포트 녹스(Digital Fort Knox)’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보유 비트코인 180억 달러, 새로운 전략적 자산으로
이번 논의의 핵심은 미국 정부가 압류한 약 180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백악관 암호화폐 정책 담당인 데이비드 삭스는 “이번 디지털 자산 비축 계획은 추가적인 세금 부담 없이 정부가 이미 보유한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이라며, “이를 통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않는다”라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기조를 인용하며, 정부 역시 장기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XRP, 솔라나, 카르다노 등 주요 알트코인의 포함 가능성도 언급되며, 향후 정부의 디지털 자산 포트폴리오가 더욱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암호화폐 업계, 규제 명확성 기대
이번 회담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오랜 숙원으로 꼽혀온 규제 명확성 문제를 해결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이클 세일러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국가적 자산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XRP의 크로스보더 결제 시스템 활용성을 강조하며 정부와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회담 참석자들은 또한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절차 간소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 기준 완화 등을 논의하며 정부와 업계 간의 협력 가능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반더빌트 대학교 로스쿨 예샤 야다브 교수는 “정부가 명확한 규제 방향을 제시하면 암호화폐 시장이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시장 반응, 기대와 실망 교차
회담 소식이 전해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변동성을 보였다. 회담 전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회담 종료 후 새로운 디지털 자산 매입 계획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비트코인은 3.4% 하락한 86,394달러를 기록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정부가 추가적인 비트코인 구매를 검토하지 않은 것에 실망감을 표했으며, JP 리처드슨 엑소더스 CEO는 “변동성이 큰 알트코인을 정부 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은 지나친 위험 요소를 동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트럼프의 암호화폐 투자 배경, 이해충돌 논란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암호화폐 투자 이력이 이번 회담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가문이 일부 밈코인 프로젝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암호화폐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모든 사업 운영에서 손을 뗀 상태이며, 관련 정책은 독립적인 윤리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시장 반응을 넘어, 미국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 포트 녹스’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미국이 본격적으로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에 편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암호화폐 보유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특정 코인 편중 가능성 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번 회담이 미국 내 디지털 자산 규제 정비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정책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회담이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을 결정짓는 역사적 순간이 될지, 혹은 논란 속 일회성 이벤트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정책적 행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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