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을 가면 코스로 옥류관에 들러서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다. 단, 맛이 남한의 일반적인 조미료 냉면과는 전혀 다르니 일반적으로 먹었던 냉면의 맛을 생각하면 안 된다. 물론 제대로 된 평양냉면 집에서 먹었다면 북한의 평양냉면이라 해서 그다지 낯선 맛은 아니다.
다만 '평양냉면'이라는 종류의 냉면을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정말 생소할 정도의 맛이 될 수 있다. 비 온 날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와 흡사한 향이 나기 때문이다. 가이드 왈, "남한에서는 조미료를 쓰지만 이북에서는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았기 때문에 맛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라고 했다. 이 맛이 생소할지 모르는 관광객을 위해 특제 소스를 준비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넣으나 안 넣으나 비슷하다고.
평양 대동강에 있는 홀인 옥류관에서 나오는 평양냉면은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우려내고 여기에 동치미를 섞은 육수에다 메밀과 전분으로 반죽한 면을 쓰는데, 방문한 사람의 말에 따르면 상당히 맛있다고 한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냉면 국물이 어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국물이 얼면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물은 상당히 차가운 편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평양냉면 전문점도 국물에 얼음을 띄워서 주지는 않는다.
(옥류관의 평양냉면과 쟁반국수, 고기쟁반국수.)
북한 영상에 비친 옥류관 등 북한의 주요 음식점에서의 냉면에는 넓적한 그릇에 담아 내는 일반적인 평양냉면 말고도 '쟁반국수'란 이름의 냉면도 있는데, 신선로 그릇처럼 높고 얕은 그릇에 담아서 보통의 평양냉면의 맑은 국물이 아니라 양념을 넣어 붉게 만들어 먹는다. 직원들이 계속 주전자를 들고 다니며 육수를 부어주는 모양. 또한 어복쟁반을 기초로 하여 닭고기를 사용해 만든 냉면인 '고기쟁반국수'란 메뉴도 있다.
평양의 옥류관이 김일성이 공인한 평양냉면의 본가이긴 하지만 평양에서 냉면을 제일 잘하는 집은 고려호텔 1층에 있는 불고기 식당에서 파는 냉면이다. 평양의 옥류관은 북한의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되어 있고 그만큼 음식의 단가도 낮지만 고려호텔 식당에서 판매하는 냉면의 질은 옥류관의 냉면의 질과 차원이 다르다. 여하간 북한에서의 평양냉면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한 모양인지, 평양냉면을 홍보하는 노래인 평양냉면 제일이야도 있을 정도.
베이징을 가보면 북한의 국영(!) 음식점이 제법 있는데 이곳에서도 남한의 때(?)가 묻지 않은 원조 북한식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다. 다만 맛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아는 그 냉면과는 차갑고 국수라는 점만 빼면 완벽하게 다른 음식인데 메밀면이 아니라 무슨 밀가루 국수를 말아다 주는 데다가 국물도 밍밍하니 맛이 없다. 맛이 좋지 않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아무런 맛 자체가 없다! 조리법이 발달하여 육수를 가두는 방법이 여럿 개발되자 삼투압으로 육즙을 잡아놓기 위해 하던 기본 소금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냉면의 맛은 어떨지 몰라도 방식은 원조에 가까울 것이다. 아무래도 북한 사람이 직접 만든 냉면이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원조 평양냉면의 국물 맛을 살린 고급 면옥집에 가면 국물이 거의 '이렇다 할 만한 맛이 안 난다'고 할 정도로 맛이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음식점에서 먹는 육수의 풍부한 맛을 기대하고 먹을 경우 상대적으로 심심하다는 평과 함께 호불호가 갈린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냉면은 현대 한국인 혀에 착착 감기게 개량된 것이고 평생 이런 것만 먹던 한국인에게 맛없게 느껴지는 건 당연지사. 2016년 8월 탈북한 태영호 공사가 “남한의 평양냉면은 너무 달아서 이북 맛이 나지 않는다” 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아무 조미료를 넣지 않고 오직 육수와 면의 맛으로만 심심하게먹어야 진짜 평양냉면이라는 부심을 부렸던 사람들에게 일대 대충격을 준 일이 있다. 최근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에 참석한 백지영이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는 모습을 보였는데, 옥류관 직원이 "그냥 먹으면 맛이 없다"면서 면에 식초와 양념장, 겨자를 듬뿍 넣는 장면이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생애 한 번도 평양에 가지 않은 채 평양냉면부심을 부리던 사람들을 단체로 묻어버린 결정적 장면. 자료영상을 보면 모든 손님들에게 직원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가르쳐 주는데, 모두 식초와 양념장, 겨자를 듬뿍 넣어 먹는다. 백지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먹는 평양냉면과 맛이 다르다고 평했다.
종로 근처의 오래된 식당(예를 들면 식객에 나온 모 식당 등)의 냉면도 마찬가지. 그나마 서울 토박이들은 애초에 음식 간을 심하게 하지 않아선지 그럭저럭 먹는데, 간을 강하게 치는 경상도, 전라도 출신일수록 이런 냉면을 받아들이길 어려워 한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가면 '동무밥상'이라는 이북 요리 전문점이 있다. 이곳의 오너 셰프는 옥류관에서 요리를 배웠고 일을 하다가 1998년에 북한을 떠난 요리사인 윤종철 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파는 자칭 평양냉면 중에는 가장 원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태까지 평양냉면을 먹어왔으며 맛 품평을 하던 사람들이 여길 가서 먹어보고 '뭐야 이건!?' 같은 반응을 생각보다 자주 보인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북 출신 전문 요리사가 원조 평양냉면을 내주었는데 정작 남한 사람이 그걸 부정한다는 어이없는 개그가..
비슷한 곳으로 일산 대화역 근방에 있는 '양각도'라는 식당이 있다. 북한 국영식당 총괄책임자 출신에 한식대첩 북한 팀으로 참가한 윤선희 씨가 낸 식당으로 역시 원조 평양냉면 맛을 낸다. 이 집의 특징이 있다면 옥류관에서 파는 쟁반국수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저런 그릇이 없어서 금형을 짜서 주문제작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