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직격탄 시멘트 내수 판매 5년 만에 최저치 기록
국내 시멘트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올해 1분기 시멘트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1.8% 급감한 812만 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5년간 1분기 내수 판매량 중 가장 낮은 수치로, 2023년 정점인 1201만 톤과 비교하면 32.4%나 감소한 수준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후방산업인 시멘트업계는 내수 부진의 늪에 빠졌다. 특히 이번 감소율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한 것으로, 당시 1분기 내수 판매량이 23.1% 감소한 886만 톤을 밑도는 심각한 상황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내수 부진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5.7% 감소율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산업의 침체는 시멘트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1분기 주택 인허가는 11.5%, 주택 착공은 25.0% 감소했다. 민간 주택부문의 투자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며, 이는 신규 건설 현장의 감소로 이어졌다. 토목부문의 일부 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민간 건설경기의 부진은 전체 시멘트 수요를 끌어내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시멘트 기업 수익성 악화 영업이익 급감과 적자 전환
내수 판매량의 급감은 시멘트 기업들의 수익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1분기 주요 시멘트업체들의 경영실적은 포괄손익계산서 기준으로 전년 대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아래 표는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과 전년 대비 감소율을 정리한 것이다.
기업명 | 영업이익 (억 원) | 전년 대비 감소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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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시멘트 | 125.48 | 75.5% |
아세아시멘트 | 34.00 | 70.4% |
삼표시멘트 | 16.20 | 89.5% |
쌍용C&E | -265.00 (적자) | - |
성신양회 | -61.00 (적자) | - |
한일시멘트는 영업이익이 125억4838만 원으로 전년 대비 75.5% 감소했으며, 아세아시멘트는 34억 원으로 70.4% 급감했다. 삼표시멘트는 89.5% 감소한 16억2021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쌍용C&E와 성신양회는 각각 265억 원, 61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적자로 전환됐다. 이러한 실적 악화는 내수 부진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필수적인 석탄과 유류 가격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졌다. 여기에 물류비 상승이 겹치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가중됐다. 일부 기업은 생산량을 줄이거나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인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보다 심각한 위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
시멘트업계는 현재 상황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더 심각한 위기로 평가한다. 2020년 1분기 내수 감소율은 5.7%에 그쳤지만, 올해는 21.8%에 달하며 그 충격이 훨씬 크다. 당시에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단기적인 경기 둔화가 주요 원인이었으나, 현재는 건설산업의 구조적 침체가 근본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번 내수 감소율이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기록한 23.1%에 근접한다는 점이다. 당시 시멘트 내수 판매량은 886만 톤으로 1000만 톤 아래로 떨어졌으며, 이는 금융위기로 인한 건설투자 급감의 결과였다. 현재의 812만 톤은 그보다 더 낮은 수치로, 업계는 27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는 정부의 대규모 공공투자와 민간 건설시장의 빠른 회복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현재는 이러한 반등 요인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경기 회복 없이는 반등 불가능 연간 내수 4000만 톤도 위태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당분간 내수 감소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건설경기 침체를 극복할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올해 시멘트 내수 4000만 톤 달성은 회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내수 판매량이 4000만 톤 아래로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민간 주택부문의 투자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주택시장 규제 강화와 고금리 기조는 민간 건설사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최근 공공토목 사업 확대와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건설경기를 부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이 시멘트 수요로 즉각적으로 이어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주택 공급 확대 정책, 그리고 원자재 가격 안정화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친환경 시멘트 생산 기술 도입과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적인 전략이 단기적인 내수 부진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시멘트업계의 생존 전략과 미래 전망
시멘트업계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한 대체 연료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건설자재로의 전환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저탄소 시멘트 개발과 재활용 자원을 활용한 생산 공정 혁신이 주목받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도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인프라 개발 수요를 겨냥해 수출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와 현지 규제 장벽은 이러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멘트업계의 미래는 건설경기의 회복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민간 투자의 회복이 없다면, 업계는 장기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대규모 공공투자와 민간 건설시장의 반등이 이루어진다면 시멘트 수요는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 업계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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