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검창철 성추행' 사건
본문 바로가기

사건.사회.정치.역사.인물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검창철 성추행' 사건

2010년 10월 30일 어느 장례식장에 앉아 있다가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한테 허리와 엉덩이 등의 터치를 당했다. 검찰 상관에 의해 허리와 엉덩이가 더듬어지는 등 성적 농락을 당한 뒤, 충격이 너무 커 화장실에 쓰러져 있다가, 집에 있는 아이 생각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귀가했다.



직후 당시 직속상관에게 성추행 문제를 보고했다. 그때 “당사자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후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았다. 그 후 당시 검찰국장이던 최교일에게 불려가 위로는커녕 호된 꾸지람을 당했다. 

그 와중에 수치심과 굴욕감, 그리고 트라우마로 아이까지 유산했을 만큼 고통을 받았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무려 8년 동안이나 참을 수 없는 수치심 때문에 매일 밤 가슴을 쥐어뜯어야 했다. 

결국 서울북부지검에서 2011년 여주지청으로 발령 받았다. 윤석열 검사가 여주지청장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은 것과 함께 엮여서 보복성 조치들을 받은 것. 수원지검 여주지청 근무 시절인 2014년 4월 사무감사를 받았고, 사무감사에서 다수 사건을 지적 받았으며, 사무감사 지적을 이유로 검찰총장 경고를 받았다. 그 다음에는 검찰총장 경고를 이유로 전결권을 박탈 당했다.


2015년 8월에는 지망 근무지와 달리 2015년 8월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규모로 볼 때 경력검사는 1명만 배치되어야 할 통영지청에 이미 후배 검사가 경력검사로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5년차의 검사로서 추가 배치되어 사실상 좌천성 발령을 받았음이 분명해졌다.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이 당시 우병우 라인에 속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시점이란 걸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2017년 7월 19일에 새로 취임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2017년 9월 메일을 보내 문제제기를 하였다. 그 후 10월 추석이 지난 뒤 박상기 장관의 지시에 따라 법무부 검찰과장인 권순정과 면담했고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진상조사를 약속한 법무부로부터 그 어떤 피드백도 받지 못하였다. 또 건강상 이유로 근무지 변경을 요청하는 편지를 법무부에 보냈지만, 이마저도 묵살됐다.

한편 서 검사는 법무부에 전보발령을 요구했으나, 검찰과장은 서 검사와 면담할 당시 인사 문제에 대해 전보 발령을 내기 위한 최소 근무 기간을 채우지 못한 상태여서 다른 근무지로 보내주기가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박상기 장관은 "서 검사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2018년 1월 26일 검찰 정기인사 명단에 서 검사의 이름은 없었다. 마침 성추행 가해자는 교회에서 신앙간증을 하면서 '그간 청렴하고 깨끗하게 공직을 수행했다', '억울하게 공직을 그만두었다', '스스로 회개했다'는 등의 말로 서 검사를 자극했다.

결국 2018년 1월 29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 게시판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성추행 및 인사불이익 피해 사건의 법률대리인으로 이화여대 법학과 동기인 김재련 변호사(사법연수원32기)를 선임하여 사태에 대응했다. 그런데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jtbc 인터뷰에서 직접 가해자인 안태근은 제쳐두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답이 없었다는 말만 하는 바람에 뜻밖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때다 싶게 조중동 및 종편이 박상기 장관만을 물고 늘어짐으로써 박상기 장관이 자기 잘못에 비해 너무 큰 비판을 언론에서 받게 된 것.

게다가 김재련 변호사가 언론에서 서 검사에게 좋은 자리만 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논란이 되었다. SBS와의 인터뷰 당시 "서 검사에게 있어서 명예를 회복하는 방법은, 부당하게 발령된 통영지청으로부터 정당한 자리로 복귀하는 것입니다."라는 부적절한 말을 함으로써, 마치 서 검사가 검찰 꿀보직에 대한 욕심 때문에 자기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것처럼 세간의 오해를 유발한 것.

이러한 논란은, 김재련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의 최대 적폐 중 하나인 한일 위안부 합의의 결과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의 이사로 일한 경력이 드러남으로써 더욱 크게 불 붙었다. 물론 화해치유재단 이사 경력만 제외한다면 김재련 변호사는 비교적 진보 쪽으로 경력을 쌓아 온 게 사실이었으나,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유가족의 고통에 나몰라라 했고 정부의 외교정책에 협조하여 덜렁 떡고물을 받아먹었던 사람이 과연 성추행 사건의 법률대리인을 맡을 자격이 있냐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비단 화해치유재단의 이사로 일한 경력 때문만이 문제가 아니라, 김재련은 여성가족부 국장 시절에 벌어진 대한송유관공사 여직원 강간살해 사건 피해자 유족들에게 윽박을 지르며 갑질을 하는 무개념한 모습을 보여준 거로도 모자라 성범죄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보듬어줘야 할 자신의 일을 "국비장학생"으로 표현하여 유가족의 분노를 사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결국 김재련 변호사는 서지현 검사의 대리인 자리에서 사퇴하였다.

위와 같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언론에서 조리돌림을 당한 것으로 인해 이제는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서지현 검사가 가해자 처벌이나 조직문화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결국 본인의 인사이동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었냐는 식으로 폭로의 순수성에 대해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실제로 이에 따라 엠엘비파크 등 친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인사불만 가지고 징징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성폭력 피해를 자신의 영달에 이용하려 했다", "걘 그냥, 통영이 싫어 딴 데 보내줘, 나 이런 데 있을 사람 아니야, 이거 하나밖에 없다", "아무 잘못 없이 나름 도움 주려고 했던 장관은 죽일 놈 만들고 정작 가해자들은 힘 있는 상관이라는 이유로 숨겨주고 있다", "애초에 의도 자체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정치적 저격이었다", "그 후 하는 행동들을 보면 일반적인 성추행 피해자의 행동이 아니다" 등의 포스팅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서지현 검사가 인사문제를 언급한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 인사 불이익 자체가 피해에서 큰 부분이었던 데 있다. 검찰 관례상 그 연차에 절대 발령 날 수 없는 곳으로 발령이 났고 전결권까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문제제기를 해야 했던 것. 그동안 침묵하다가 공소시효 다 지나서 인사이동시기에 인사권자를 타겟으로 언플했다고 하나, 가해자인 안태근은 이명박근혜 정권 내내 검찰 내에서 최고 잘 나가던 자였으니, 언론 폭로를 왜 이제 와서 하냐고 하는 건 무리한 비난이라 할 수 있다. 절대 권력을 누리던 우병우 사단의 힘이 약해졌고, 이로 인해 조직도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으로 용기있게 법무부의 진상조사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으니, 결국 언론 폭로 외에는 길이 없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

서지현 검사가 본인의 입신영달을 위해 성추행 피해를 폭로했다고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당한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는데, 이러한 내부고발자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애초에 서지현 검사가 법무부 장관에게 문제제기를 했던 시점은 인사이동시기가 아니었으며, 그 후 오랜 기간 법무부에서 후속조치를 안 해줬다는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이메일 받은 적이 없다, 있다." 해서 언론한테 진실공방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서 검사가 아니라 법무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