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천년을 견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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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천년을 견딘 비결


2014. 8. 16.

경주에 가 보신 분들은 거의 석굴암을 구경하였을 것입니다. 지금의 석굴암은 유리창 안 차가운 냉방에 갇혀 있는 밀실인데, 원래의 석굴암은 지금처럼 콘크리트를 쓰지도 않았고 갇혀 있지도 않은 구조였었다고 합니다.



돔의 상부는 천개석이라는 잘 짜여진 화강암으로 치밀하게 구성하고 거기에 약간의 바람구멍을 낸 뒤에 그 위에 엉성한 돌들을 쌓고 맨 위 흙에는 잔디가 자라고 있었지요. 이렇게 엉성해 보이는 구조로 놀랍게도 천년이나 내부의 석상들이 하나도 훼손되지 않고 구한말까지 잘 보존되어 왔다고 합니다. 그러던 석굴암을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서 무너진 일부 구조물을 보수하는 김에 상부 돔을 콘크리트로 돔을 왕창 개조하면서 내부의 석상 표면에 물기가 맺히고 풍화가 되면서 부스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는 장마철이라는 게 있어서 이 시절에는 지하실 등에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스는 것과 같은 현상이지요. 해방후에 이것을 보다 못한 정부 당국에서 대책을 강구하다가 기존의 콘크리트 돔의 바깥에 약 1미터 남짓한 격리공간을 두고 또 다른 콘크리트 돔을 덮어씌워서 격리공간 자체를 제습냉방을 하여 모두 다 밀폐함으로써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하여 보면 그 잘난 제습기 하나 없이 자연의 힘만으로 천년을 잘 보존하여 온 석굴암이 교만한 일제의 경거망동으로 말미암아 오늘날 이처럼 어려운 기술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니 작금의 과학기술이라는 것이 천년 전의 어느 장인의 지혜만 못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종종 석굴암 내부의 조형물의 아름다움만을 이야기합니다. 분명히 그 석상들은 걸출한 예술품임이 틀림없지만, 우리는 석굴암의 반쪽만 가지고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반쪽은, 석굴암을 지은 사람이 조형물 못지 않게 고심과 혼을 심어 넣었을 제습 메카니즘인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이러한 과학기술적인 구명을 예술보다 열등한 것으로 보거나 심지어는 석굴암의 신비를 감퇴시키는 몰지각한 행동으로 매도하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그러나 저 신라인의 마음은 우리의 지금 생각보다 훨씬 예술과 기술이 일체화된 조화로운 것이었으며 지금의 우리의 생각이 오히려 자아분열적인 질곡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우리의 조상에 대하여 긍지를 느끼려면 그분들의 깊은 지혜와 기술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각설하고, 원래의 석굴암은 어떻게 해서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엉성한 구조로 장마철의 지독한 습기를 배제할 수 있었을까요?


그 원리는 다름 아닌 자갈층에 있습니다. 자갈층의 아래는 석굴암의 내부가 될 터인데, 여기로 흘러들어오는 공기가 제습이 된 건조한 것이라는 겁니다. 분명히 위에서 들어갈 때에는 습기찬 더운 공기였는데, 차가운 자갈층 내부에서 수증기는 응축하여 사라지고 차갑고 제습된 공기가 아랫 면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습의 원리로 우리가 요즘 쓰는 에어컨도 이렇게 일차 냉각을 시키는 방식으로 제습을 하지요. 자갈층 내의 찬 공기는 밀도가 높으니까 아래로 흐르는 것으로 다른 송풍기가 없어도 이런 방식으로 한랭건조한 공기로 석실내를 꾸준히 채우면 하루종일 석실내부가 뽀송뽀송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외부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자갈층에서 한없이 응축되면 물기가 점점 넘쳐나서 그 아래로 응축된 물기가 줄줄이 흘러내려 이윽고 석실내로 흐르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하여 자갈층이 넉넉한 두께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낮 동안에 어느 정도의 응축수를 충분히 감당하여 흘러내리지 않게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이제는 외부 공기가 차가와지고 자갈층이 오히려 외부공기보다 더운 상태로 됩니다. 그러면 자갈층 안의 공기가 부력을 받아 올라가고 외부공기가 아랫 면으로부터 들어와 그 빈자리를 메꾸게 됩니다. 자갈층 안에서 더워진 공기는 원래 들어올 때보다 더 많은 수증기를 그 안에 가지고 나갈 수 있게 되지요. 즉 목욕탕 속에서도 헤어드라이를 작동시키면 머리가 마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자갈층에서 낮 동안 응축되어 있던 물기가 마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밤새도록 자갈층이 물기를 돔 바깥으로 방출하고 다음 날을 준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은 이 내용에 동의하시는지요? 이 내용은 99년의 공기조화 냉동공학 춘계학술대회에 발표되어 우수논문상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 우선 석굴암의 옆에 제2의 석굴암을 짓는 것입니다. 그 모양을 최대한 원형을 살려서 짓고 수십년간 관찰을 하여 확인을 하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확인이 되고 확신이 서면 진짜 석굴암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을 하는 것입니다.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 원리를 다른 곳에도 응용할 수가 있습니다. 농산물 저장고, 납골당 등이 그런 것이겠지요. 특히, 요즘 장묘사업 하시는 분들은 이런 방식으로 납골당을 지어보십시오. 아무런 기계적인 장치 없이도 내부의 시설과 납골이 천년을 지탱합니다. 특허가 나와 있지 않느냐구요? 천년 전에 이 생각을 처음 하신 조상님이 지적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으셨고 저는 천년 후에 그분의 생각을 알고 나서 아무도 특허를 주장할 수 없도록 논문을 발표하여 이제 특허권 주장 가능시효 1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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