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달라 애원하는 사람을 죽이면 죄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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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달라 애원하는 사람을 죽이면 죄가되는 이유


2014. 7. 5.

피해자의 승낙에 따른 처분할 수 없는 이익에 관한 소고(小考) - 형법적관점에서
(부제 : 죽여달라 애원하는 사람을 죽이면 죄가되는 이유)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말다툼이 심한 몸싸움이나 심지어 가족, 친구간의 집단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때론 감정이 격해져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상대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이런 이유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벌금을 내거나 복역을 해야하는 불상사를 겪기도 한다. 아주 사소한 일이 크게 번져버리는 일들 중에 쌍방간에 심한 모욕적 언사나 감정을 자극하는 언행이 주요한 원인이기도 한데 주로 상대에게 비아냥거리면서 "때려봐, 때려봐" 하거나 "죽여, 용기있으면 죽여봐"라고 하는 등의 행위가 그것이다.

그러면 쌍방간에 일어난 분쟁이나 다툼 속에서 쌍방의 어느 한쪽이 "때려봐, 죽여봐"라고 했을 때 그것을 믿고 직접 실행에 이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결과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다.


현대사회를 흔히 법익사회라고도 하는데 사회구성원인 사람들의 여러 행위마다 법률로서 제약이나 준거를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익가운데 '처분할 수 있는 법익과 처분할 수 없는 법익'이라는 용어로 제시되는 법적기준이 있는데 폭행이나 살인과 같은 법익은 개인이 처분할 수 없는 법익으로 규정되어 있다. 즉 상대가 '때려봐'라고 한다거나 '죽여봐'라고 했다고 해서 함부로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 것이라 법익사회에서 규정한 내용이외에는 함부로 처분(침해, 폭행, 상해, 살인)할 수 없는 것이다. 가끔 쌍방간의 폭행사건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되면 상대편 사람이 나를 먼저 때렸는데 왜 나까지 처벌을 받아야하는가 불만스럽기도 하고, 그런 이유로 수사기관이나 법의 부당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런 주장은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람의 신체에 관한 위법한 행위들은 정당화 될 수 없기 때문이고 개인이 함부로 처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법익이 처분할 수 있는 법익이며, 처분할 수 없는 법익일까?
적법한 승낙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법익을 처분할 권한을 갖은 자이어야 하고, 타인의 법익이나 사회적, 국가적법익은 승낙의 대상이 절대 될 수 없다. 비록 개인과 개인간의 법익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적이나 국가적법익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처분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쉽게 보면 이렇다.

A가 자기의 차를 못쓸정도로 망가뜨려 달라고 B에게 부탁하기에 B가 큰 쇠망치를 들고 차를 휴지조각처럼 만들어 버렸다면?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이고 차량의 소유주는 A이고 A가 처분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B는 죄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때려봐'나 '죽여봐'의 경우는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는 동일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사람이 처분할 수 없고 폭력이나 살인은 사회상규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위법한 행위가 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


우리 형법 제24조에서는 '피해자의 승낙'이라는 표제로 법익의 처분관계를 규정하고 있는데 내용은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이다. 이 규정을 분석하면 둘로 요약할 수 있다.
-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승낙이 있어야 한다)
-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처벌규정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첫 번째로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이란 승낙의 의미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행한 승낙이어야 하고, 외부적인 물리적 요인이나 협박, 강요 농담, 기망, 착오와 같은 상황에 의한 승낙은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외부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정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함을 요구하는데 이는 구두에 의한 승낙이나 서면, 문서, 기록 등의 구체화되어 외부적으로 인식이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승낙은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두 번째로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을 살펴보자면 이 내용은 '처벌규정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 좀더 쉽게 해석하자면 피해자의 승낙이 있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죄는 법으로서 따로 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소 무거운 느낌이 있지만 우리 형법에서 규정하는 별도의 규정을 살펴보면, 13세 미만자에 대한 간음, 추행죄(제305조), 피구금부녀에 대한 간음죄(제303조)는 동의가 있어도 처벌을 무겁게 규정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13세 미만자의 경우 생각이나 판단능력이 아직 성숙되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피구금부녀(즉 감금된 부녀)의 경우는 비록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연령이라도 구금된 상태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과연 정상적인 승낙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적법한 절차에 의한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강간죄, 주거침입죄, 강제추행죄, 체포감금죄, 절도죄, 횡령죄, 손괴죄, 비밀침해죄 등은 구성요건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승낙 '때려봐', '죽여봐'는 결론적으로 누구도 처분할 수 없는 법익이기 때문 에 상대가 모욕적인 언사나 비아냥거림으로 감정을 상하게 하더라도 절대 실행해서는 안되는 행위일 것이다. 만약 상대가 나에게 모욕적인 언사나 참지 못할 언행을 했다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와 같은 다른 법적 구제절차를 통해 나의 권익을 보장받는 현명함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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