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 종소리가 슬프게 들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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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 종소리가 슬프게 들리는 이유


2014. 7. 1.

당목에 부닥친 종소리 종벽 타고 돌아 아이울음처럼 들려

우리나라의 많은 사찰이 종을 갖고 있지만 성덕대왕신종만큼 미스터리와 전설을 많이 가진 종은 없을 것이다.
성덕대왕신종은 신라 시대 성덕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대에 걸쳐 34년간의 공을 들여 771년에 완성한 것으로서 모양이 웅장하고 미려하며,
그 종소리 또한 장엄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종을 만들 때 끓는 쇳물에 어린아이를 넣어 엄마를 찾는 "에밀레, 에밀레" 소리를 낸다는 전설이 내려와 더욱 일반인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숭실대 정보통신공학부 배명진 교수가 "성덕대왕신종이 예전의 신비스런 소리를 내지 못하는 원인은 종을 쳐서 울리는 나무인 당목(撞木)이 노후했기 때문"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다시금 성덕대왕신종에 관심이 모아졌다.

360-480Hz는 멀리까지 들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성덕대왕신종의 비밀을 연구한 역사는 예상보다 길다. 작고한 서울대 염영하 교수(금속공학과)는 신비로운 종 소리의 비결로 음관(音管)과 명동(鳴洞)을 들고 있다. 음관은 종의 위쪽에 있는 대롱 모양의 관으로 신라종에만 있는 독특한 구조다. 염 교수는 모형 실험을 통해 음관이 잡음을 뽑아내는 필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종의 아래에는 바닥을 둥글게 파두었는데 이를 명동이라고 한다. 염 교수는 이 공간이 음을 울리는 공명동의 역할을 해서 은은한 여음을 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신라종에서 당좌(종을 치는 자리)는 종걸이 부분에 최소의 힘이 작용하도록 절묘한 위치에 있다. 이것은 종소리의 여운을 길게 하고 종의 수명이 늘어나게 해준다. 그러나 신라 시대의 명동자리는 모두 파괴되어 현재 그 명동의 형상과 치수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양한 교수는 종소리의 맥놀이 현상을 분석했다. 맥놀이 주기란 음이 한 번 커졌다 줄어드는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성덕대왕신종은 맥놀이 주기는 2.7초인데 이는 인간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주기와 같다. 김 교수는 1996년 연구에서 "이런 맥놀이가 거듭됨으로써 소리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멀리서도 들을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는 "성덕대왕신종은 초기의 종치는 소리가 사라지고 여운이 긴 청아한 소리를 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종을 주조할 때 과연 어린애를 가마솥에 넣었을까는 의문은 1998년 실험으로 시도되었다.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아니다'로 기울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은 성덕대왕신종의 크기와 성분 등을 극미량원소분석기로 철저히 분석한 결과 사람의 뼈에 있는 인(P) 성분이 극히 미량으로 나타나 전설처럼 아이가 종을 만드는 솥에 함께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사람의 비중이 구리보다 가벼우므로 전설처럼 아이를 넣었다면 위로 떠서 타기 때문에 이를 불순물로 생각해 제거했다면 인이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거대한 종 주조는 여전히 미스터리

배명진 교수는 1990년대 후반 들어 성덕대왕신종을 꾸준히 연구해온 학자이다. 그는 '성적대왕신종이 왜 다른 종보다 애끓는 듯한 소리가 나느냐'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는 초기 타격음-과도기 소리-맥놀이 소리,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초기 타격음은 처음 당목이 종에 부딪칠 때 나는 소리이다.

과도음은 64㎐, 168㎐, 360㎐, 480㎐ 등의 소리 성분이 4~10초 정도 나타난다. 소리의 주파수 중에서 64㎐, 168㎐ 성분은 종 가까이에서 잘 들리는 소리이며 360㎐와 480㎐는 멀리까지 전해지는 고주파이다.

성덕대왕신종에서 에밀레의 전설을 만들어낸 소리의 주파수는 바로 360㎐와 480㎐ 성분이다. 이 종소리 성분은 종각(鐘閣)의 담장을 넘어서 저 멀리까지 전달된다. 이 소리는 철판의 떨림이 종벽을 타고 돌 때에 들리는 소리이므로 단순한 주파수의 톤으로 들리지 않고 종벽의 돌출부를 타고 돌기 때문에 5~8㎐로 변조되어 울먹거리는 억눌림으로 나타난다.
이 주파수는 한 번의 "엉~"으로 들리지 않고 1초에 5~8번 "엉~엉~ 엉~"이렇게 이어지는 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애타게 우는 소리로 느끼게 된다.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 소리 진동 수가 350~400㎐인 점도 우리가 아기 울음 소리를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이다.


교수는 컴퓨터로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를 분석, 똑같은 소리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 연구를 응용해 전자대종을 만들어 2000년 1월 1일 경북 구미시에서 새천년을 알리는 종 소리로 사용한 바 있다. 또 종을 칠 때마다 성덕대왕신종의 소리가 울려퍼지는 모형도 제작,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 

배 교수가 발표한 논문은 1993년 성덕대왕신종을 쳤을 때 왜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를 규명한 것이다.

그는 당시 녹음된 에밀레 종소리에서 360㎐, 480㎐ 성분이 크게 들리지 않음을 발견하고 이유를 당목에서 찾고 있다.
종과 접촉되는 타종 면이 균일해야 하는데 당목이 기울어져 있고, 나무가 아주 마른 상태로 몇 군데 균열이 나타나서 타종 시에 접촉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배 교수는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신비로운 에밀레 종소리의 전설을 소리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당목(撞木)을 다시 설계 및 제작할 것을 제안했다.

많은 과학자가 성덕대왕신종의 신비한 종소리를 연구해왔으나 종의 제작 과정에서도 풀어야 할 의문이 많다.
요즘은 용해로-전기로-기중기 등 거대한 장비로 종을 만들지만 신라인이 이런 도구 없이 길이 2.91m, 너비 2.2m, 무게 18.9t의 거대한 종을 어떻게 주조했는지 미스터리로 남기 때문이다.

현대의 첨단 과학을 연구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우리 선조의 유산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작업도 참 소중하며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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