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의 피나는 득음 과정
본문 바로가기

소리꾼의 피나는 득음 과정


2014. 6. 15.

'득음(得音)'은 판소리에서 필요로 하는 음색과 여러 가지 발성의 기교를 습득하는 것을 가리킨다. 판소리는 목 쉰 소리로 부른다. 그러기 때문에 판소리를 시작하려는 사람은 우선 맑은 목소리를 거칠고 탁하게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바로 이 일이 판소리 수련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된다.


맑고 깨끗한 목소리를 거칠고 탁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성대를 무리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성대를 무리하게 써서 목이 붓게 하고, 그 부은 목에 계속 무리를 가해서 마침내 터져 흉터 투성이로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은 오랜 시간과 그야말로 초인적인 노력이 수반되는 어려운 과정이다. 어떤 소리꾼이 목에서 피를 토했다던가, 소리를 너무 지르다 보니 온 몸이 부어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똥물을 먹었다고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런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판소리에서 요구되는 소리가 일차적으로 거친 소리라고 해서 무조건 거칠고 탁하기만 한 소리면 된다는 말은 아니다. 탁하면서도 맑은 맛이 있어야 하고,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거칠고 탁한 소리는 상대적으로 맑고 깨끗한 소리가 있을 때 가치가 있다. 그것은 마치 밝은 대낮이 있음으로 해서 그믐밤의 깊고 그윽함이 더욱 크게 부각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판소리가 기본적으로 거칠고 탁한 소리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판소리는 썩고 병든 소리의 미학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썩고 병들었다는 말은 사실은 적합치 않다. 판소리에서 요구하는 것은 썩고 병든 것이 아니라, 썩고 병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부패로 인한 독소가 전혀 없는 상태, 곧 '발효'와 같은 것이다. 그러한 소리를 판소리에서는 '곰삭은 소리', 곧 충분히 삭은 소리라고 한다.


곰삭은 소리에는 슬픔이 깃들게 된다. 그러나 그 슬픔은, 슬픔이면서도 그런 슬픔을 야기한 대상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다 가셔진, 그래서 그러한 상대마저도 이제는 용서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함께 껴안을 수 있는 너그러움이 깃든 슬픔이다. 이러한 슬픔이 배인 소리를 판소리에서는 '애원성'이라고 하여, 최상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판소리의 예술성은 다양한 변화에서 최고로 발휘된다. 아무리 아름다운 소리라고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가 없다면 이는 좋은 소리라고 할 수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으로 청중에게 제시될 때 참다운 가치가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된다. 장단이나 선율·리듬은 말할 것도 없고,'목' 혹은 '목재치'라고 부르는 발성 기교와, 이에 따른 음색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현대에 오면 명창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많은 사람에게 독특한 '목'을 배워 목이 다양해야 명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 최고의 명창이었던 임방울이나 김연수는, 여러 사람에게 배워 다양한 목을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명창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최상의 음색과, 이를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 것이 곧 '득음'이다. 득음을 위해서 소리꾼이 택하는 방법은 '독공'이다. 독공이란 판소리를 어느 정도 배운 사람이 혼자 깊은 산 속이나 절에 들어가 수련하는 것을 가리킨다. 독공과 비슷한 것으로 '백일 공부'라는 것이 있는데, 소리꾼이 100일을 기약하고 외딴 곳에 가서 수련하는 것을 가리킨다. 독공이니, 100일 공부니 하는 것이 모두 득음을 위한 피나는 수련 과정의 일부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재즈의 명곡들 추천


재즈의 역사, 재즈의 종류


유명한 노래들을 메탈로 승화시키는 영국인


황진이의 사랑 노래, 황진이의 시조들


죽음의 음악, 데스 메탈 (Death Metal)


우리나라 민속놀이 48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