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우주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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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우주쓰레기


2014. 6. 30.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우주 쓰레기'다. 우주 쓰레기는 지구 대기권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물체다. 우주 쓰레기는 수명이 다한 위성이나 로켓 파편에서 만들어진다. 지구 상공에는 수백만에서 수천만 개의 우주 쓰레기가 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 론 디트모어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국장은 최근 "우주 쓰레기가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우주 쓰레기는 지난해 중반 세계적인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2002년 9월 3일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아마추어 천문가는 지구를 돌고 있는 특이한 천체를 하나 발견했다. 'J002E2'라는 이름이 붙은 이 천체는 지름이 10~50m로 지구 주위를 50일 주기로 공전하고 있었다.

당시 영국 BBC방송은 이 천체가 달에 이어 지구를 도는 제3의 위성일지도 모른다고 보도해 세계인의 가슴을 한껏 부풀게 했다(제2의 위성은 1986년 발견된 '크루이스니'라는 소행성으로 지구와 달의 중력을 받아 말발굽형의 굽은 궤도를 따라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이 물체는 지난해 4, 5월에 지구 주변 궤도로 진입했다. 사실 화성과 목성의 일부 위성은 근처를 지나가던 소행성이 중력에 끌려 달이 된 것이다. 이 천체도 작은 소행성이 지구 주위를 지나가다가 지구의 중력에 잡혀 새로운 달이 됐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로켓 연료통 위성으로 착각하기도
그러나 정밀한 조사 결과 이 천체는 1969년 발사된 우주선 아폴로 12호의 잔해로 판명됐다. 당시 아폴로 12호를 실은 새턴V 로켓에서 분리된 3단 연료통이 오랫동안 태양 주위를 돌다가 지난해 초 지구를 도는 궤도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사실은 '우주의 지문'으로 불리는 빛의 스펙트럼에서 밝혀졌다. 미국 애리조나대 관측팀이 이 천체에서 나온 빛의 스펙트럼을 조사한 결과 산화티타늄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이 30년 전 아폴로 로켓에 사용됐다는 것을 기억해냈고, 당시 로켓의 궤도를 조사하고 30년간의 궤적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조사한 것이다. 결국 태양을 돌던 우주 쓰레기가 잠깐 지구 궤도로 들어와 '달' 행세를 했던 셈이다.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연구원은 "이 천체는 2003년 6월에 지구를 떠난 뒤 2040년 다시 지구에 충돌해 수명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구 주위에는 지름 10㎝ 이상인 우주 쓰레기가 7,000개, 1~10㎝의 우주 쓰레기가 1만7천5백 개, 0.1~1㎝의 우주 쓰레기가 3백50만 개 이상 떠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 쓰레기가 수천만 개 이상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로켓에서 나왔든 인공위성에서 나왔든 아무리 작은 우주 쓰레기라도 초속 7.9㎞ 이상의 빠른 속도로 날아다닌다. 초음속으로 날아다니는 전투기의 창문이 구름 속 물방울에 부딪혀 상처가 난다. 마찬가지로 초속 7.9㎞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이 비슷한 속도의 우주 쓰레기와 부딪히면 충격은 배로 커진다. 특히 우주에서 1㎝ 정도의 작은 물체는 잘 탐지되지 않는다.

우주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우주 쓰레기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은 지구로 떨어질 때도 있지만, 그대로 궤도를 돌거나 궤도를 이탈해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궤도를 돌기도 한다. 로켓이나 우주 왕복선에서 나온 이탈물도 그대로 우주 쓰레기가 된다.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MD) 계획도 우주 쓰레기를 양산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조엘 프리맥 교수는 지난해 CNN방송에서 "우주 공간에서 레이저와 같은 무기를 이용해 적의 미사일 공격을 막으려는 미국의 MD계획은 250~600㎞ 상공의 지구 저궤도를 우주 쓰레기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사일이 부서져 만들어진 잔해는 이미 그곳에 있는 우주 쓰레기나 인공 위성과 부딪혀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실제로 2001년 미국 등 세계 15개국이 우주 공간에 공동으로 건설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15㎝ 크기의 우주 쓰레기 때문에 궤도를 수정한 적이 있다.

이 우주 쓰레기는 우주 정거장을 만들기 위해 우주 유영을 하던 비행사가 실수로 놓친 작업 도구였다. 처음에는 NASA가 이 우주 쓰레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곧 우주선과 충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주선과 쓰레기가 충돌하면 선체에 구멍이 나면서 기압이 떨어져 승무원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결국 NASA는 우주정거장의 궤도를 높이기로 했고, 길이 52m, 무게 115t의 우주정거장이 자체로켓을 점화해 궤도를 수정했다. 같은 해 2월에도 우주정거장은 우주 쓰레기를 피하기 위해 궤도를 바꾼 바 있다.

공구 때문에 우주정거장 궤도 수정
우주왕복선도 과거에 아주 작은 우주 쓰레기와 부딪힌 적이 있다. 당시에는 우주 쓰레기가 너무 작아 큰 문제가 없었지만 만일 큰 쓰레기와 부딪혔다면 대형 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주왕복선은 10번이나 우주 쓰레기와 부딪힐 뻔했다.

대형 위성이나 우주 정거장은 수명이 다하면 우주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지구에 떨어뜨린다. 대표적인 것이 2001년 2월 수장된 러시아의 우주 정거장 '미르'다. 러시아는 1986년 미르를 발사해 15년 동안 지구를 돌게 한 뒤 천천히 태평양으로 떨어뜨렸다. 대형 인공위성도 수명이 다하면 지구로 떨어뜨려 바다에 수장시키거나 대기권 속에서 공기 마찰을 통해 불태워 버린다. 그러나 고장난 인공위성을 비롯해 로켓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 등은 그대로 우주 쓰레기가 된다.

아직 우주 쓰레기가 심각한 재앙인 상태는 아니다. 미국 국방부는 우주선에 위험할 수 있는 지름 10㎝ 이상인 우주 쓰레기 1만여 개의 궤도를 늘 살피고 있다. 우주왕복선이나 인공위성은 우주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을 피해 다닌다.

그러나 앞으로 우주 개발이 활발해질수록 우주 쓰레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우주 개발 국가는 우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다양하게 강구하고 있다. 우주왕복선을 보내 고장난 인공위성을 수거하기도 하고,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을 우주 멀리 이동하도록 설계하기도 한다. 또 로켓에서 나오는 잔해를 줄이는 연구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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