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26.
플루토늄은 1g으로 100만명 이상의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줄 수 있다는 얘기부터, 먹으면 모두 배설되기 때문에 해가 없다는 얘기까지 정말 극과 극의 견해가 존재한다. 이는 상황과 입장에 따라 맥락을 무시하고 입맛에 맞는 것만 강조한 탓에 생긴 결과다.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30여명이라는 견해부터 수백만명이라는 견해까지 있다. 너무 차이가 많다보니 도무지 무얼 믿어야 할지 모를 상황이다. 각 주장의 배경과 맥락을 잘 살펴서 스스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판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플루토늄 독성과 관련한 논란을 소개한다. 1994년 8월 독일 뮌헨 공항에서는 러시아에서 밀반입된 300g 정도의 플루토늄이 적발된 일이 있었다. 이때 서방 언론에서는 플루토늄의 위험에 대해 앞 다투어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아주 작은 플루토늄 입자 하나만 흡입해도 폐암에 걸린다” “뮌헨시 식수원에 소량의 플루토늄이 섞여 들어갈 경우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LA 타임스에도 플루토늄 1만분의 1g만 흡입해도 폐암에 걸려 죽는다는 기사가 나왔다.
미국의 유수한 핵에너지 전문연구기관인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는 이런 혼란상에 대해 정리해 줄 의무를 느꼈는지 플루토늄에 관한 상세한 독성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플루토늄 흡수를 두 경우로 나눠 접근한다. 하나는 호흡기를 통한 흡입이고, 또 하나는 구강을 통한 섭취다. 흡입을 통해 유입되는 플루토늄은 아주 미세한 입자들이다. 이 입자는 폐에 흡착돼 폐 림프절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강력한 알파선을 내뿜는다. 이로 인해 주변 세포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폐 손상이 누적된다.
이 연구소가 플루토늄 1만분의 1g만 흡입해도 100% 폐암에 걸린다고 인정한 것을 보면, 폐로 흡입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인 게 분명하다. 미국의 한 민간 환경연구소는 5만분의 1g만 흡입해도 100% 폐암에 걸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에 따르면 100만분의 1g을 흡입하면 흡입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1.2% 높아진다고 한다. 민간 환경연구소는 이 경우 폐암 확률이 6∼7%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이런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플루토늄 미량을 흡입한다고 반드시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100만분의 1g의 극미량도 결코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 정도의 양으로도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입으로 먹었을 때는 어떨까. 플루토늄은 보통 산화물 형태로 존재하고 물에 거의 녹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소화기로 들어가도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설된다.
그렇지만 완전히 빠져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적은 양이지만 소화기의 혈관을 통해 흡수되어 몸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섭취한 양이 많을수록 몸에 남는 양도 많아진다. 다시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하면, 플루토늄 0.5g을 먹으면 반드시 암에 걸린다고 한다. 1mg 정도도 위험하다고 말하는 연구자도 있다. 호흡기로 들어갈 때 100% 암을 유발하는 1만분의 1g보다는 훨씬 많은 양이지만, 그렇다고 플루토늄을 먹어도 괜찮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