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에선 뭐든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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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에선 뭐든 될 수 있다!


2017. 1. 2.

In Zootopia, anyone can be anything.

《겨울왕국》, 《빅 히어로》 등으로 유명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5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오리지널 스토리의 작품이다. 감독은 바이런 하워드, 리치 무어가 공동으로 맡았다. 각본은 재러드 부시이며, 프로듀서는 클라크 스펜서.




2013년 8월 디즈니 엑스포에서 처음으로 타이틀과 컨셉 아트의 일부가 함께 공개되었으며, 이때 구버젼의 로고 이미지도 공개되었다. 북미 개봉일은 2016년 3월 4일, 국내 개봉일은 같은 해 2월 17일로 북미보다 2주 가까이 일찍 개봉했다. 게다가 최초로 개봉하는 프랑스 다음으로 개봉하고, 아시아권에서는 최초 개봉이다. 굿 다이노 이전, 그리고 도리를 찾아서 이후부터 디즈니 계열 애니메이션은 한국이 북미보다 먼저 개봉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과 비교해 보면 뜻밖의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선 의외로 가장 심오하고 인간적인 주제, 더욱 스케일이 커진 무대, 더욱 강화된 스토리와 유머, 연출로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최초로 실험적인 전략으로 무장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가족적인 스토리와 행복한 엔딩만을 추구하는,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인종에 대한 다양성, 그리고 그에 따른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급작스레 진보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작품이다. 전체관람가 영화지만, 그래서 아주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는 좀 어렵다. 커다란 스크린에서 귀여운 동물들이 뛰어다니니 마냥 좋아라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이내 지루해하는 아이들도 많다. 패러디나 안에 함축된 메시지 같은걸 동행한 부모들이 일일히 설명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선지 전작 빅 히어로, 겨울왕국보다 유머와 귀여움의 비중이 크다. 나무늘보 씬의 경우와 같이 시나리오와 무관함에도 영화 내에 쉼표를 주기 위해 일부러 넣은 장면들이 많다. 여러모로 많은 의미가 담겨진 작품.

시놉시스
현대 포유류의 대도시인 주토피아는 세상에 둘도 없는 조화로운 도시다. 호화로운 사하라 광장과 추운 툰드라 타운같은 다양한 지역들로 구성되어, 사자부터 가젤까지 포식자와 피식자를 막론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모든 포유류의 용광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곳에 사는 시민(동물)들은 종에 대한 선입견이 낳은 여러 계급들로 구분되어 있다는 씁쓸한 면도 가지고 있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가득 찬 경찰학교 수석졸업생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는 이 도시에 들어서게 된다. 토끼로서는 처음으로 주토피아 경찰청 소속이 된 그녀는 이 곳에서 일하게 된 최초의 토끼로, 덩치 크고 힘센 동물들만 득시글대는 이 바닥에서의 직장생활이 생각보다 쉬운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자신이 잘 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로 결심한 주디는 입담 좋은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와 협력해 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포유류들의 연쇄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다.






주토피아는 다양한 동물들이 사는 '동물원' 혹은 '동물의'를 뜻하는 'Zoo'와 '유토피아(Utopia)'를 합성한 말이다.영화에서는 인간을 제외한 지상 포유류만 집중적으로 보여주지만, 파충류나 새도 존재한다고 한다. 시간적 배경은 현대, 공간적 배경은 주토피아 시티다. 따라서 건물들의 구조가 현대적이며, 스마트폰이나 전철같은 기술도 있고, 동물들의 옷차림이나 사회 조직들 역시 현대적이다. 경찰도 있고 자동차국도 있으며 세금도 있다. 주토피아시는 열대우림 구역, 툰드라 타운, 다운 타운, 사하라 광장, 캐니언밸리등의 12가지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런 다양한 생태계는 기계문명의 힘으로 유지된다.

하워드 감독은 엑스포에서 《주토피아》를 소개할 때, 주토피아의 동물들은 자연의 세계(타고난 동물적 특성)와 인간의 세계(문명, 기술과 이족 보행) 모두를 살아가는 이들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주토피아》는 기존의 동물 의인화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작품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주토피아 티저"

위 이미지의 배경을 보면 디즈니랜드??? 왼편으로 밀림이, 중앙으로는 마천루들이, 우편으로는 눈덮인 산이 보인다. 왼쪽은 열대우림 구역, 가운데는 다운 타운, 오른쪽 뒤 눈덮인 산은 툰드라 타운, 오른쪽 앞 사막 지형은 사하라 광장으로 묘사되어 있다.

트레일러에서 주토피아시의 전체모습을 볼수 있다. 주토피아행 열차 주토피아 익스프레스는 도시를 한바퀴 도는데, 순서는 다리→사하라 광장→툰드라 타운→열대우림 구역→다운타운 순. 이 장면에서 알 수 있지만 도시에서 기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하라 광장은 경계에 거대한 열선과 팬이 있어 건조한 사막기후를 유지한다. 경계 반대쪽은 툰드라로 곳곳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초반에 여러 도시들의 개성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것이 중점.


티저 공개 이전에는 많은 팬들이 인간들이 동물원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 하워드 감독이 기존의 디즈니 동물 의인화 애니메이션과는 다르다고 한 점, 하워드 감독이 주토피아의 구성원들은 인간의 세계를 살아간다고 발언한 것 때문에 인간이 등장하고 이 인간들이 기존과는 다르게 복흑으로 나올수도 있다고 예상하였으나  티저에서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못박아 인간 등장설은 종식되었다. 상술한 대로 단순히 인간의 문명과 삶의 모습을 따온 것만을 말하는 듯.

역시 티저 공개전 한국시간으로 2015년 3월 4일 디즈니 관련 채널(텀블러, 페이스북 등등)에서 주토피아에 대한 설정이 짤막하게 소개가 되었다. 그런데 디즈니 엑스포에서 공개된 자료만을 가지고 추측해낸 위 네티즌의 예상이 거의다 들어맞았다! 



"우화로 표현된 오만과 편견"

완성도와 주제의식 면에선 역대 디즈니 명작들 중에서도 역대급에 속한다는 평이 많다.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완성도 면에서 극찬과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의 완성도와 주제의식을 녹여낸 방식, 귀여운 캐릭터 등 흠잡을 데가 없다. 여태까지 나온 디즈니 작품들 중에서 특히 진보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대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이슈중 하나인 "차별과 평등"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고 까다로운 주제를 놀라울 정도로 깊이있게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오래된 작품들 이야기이긴 하지만 디즈니가 과거에 성차별, 인종차별적 스탠스로 비판을 받아온 일이 많음을 생각하면 디즈니의 혁신과 변화를 가장 직설적으로 표현해 준 작품이라 할수 있다.

사실 디즈니는 할리우드 영화사 중에서도 가장 많이 비판 받아온 여러 가지 차별적인 요소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반영해 실행해 온 제작사다. 아직도 얼마나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백인 남성' 위주로 치우쳐 있어서 비판 받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남성 위주로 지나치게 획일화 되어 있는 지금의 한국 영화계도 이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페미니즘이나 인종차별과 다양성 문제 등에서도 가장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취하는 제작사로 인정받기도 한다. 이런 디즈니의 흐름 속에서 본작의 성취는 이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선 지적하지 않았던 역차별 문제를 짚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이 본작의 주제를 더 깊이 드러나게 해준다. 단순히 '약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서 '다수의 약해보이는 강자(초식동물)와 소수의 강해보이는 약자(육식동물)로 이뤄진 사회에서 차별은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고민하는 수준까지 주제의식이 깊어진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대중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주제를 작품 속에 녹여내는 솜씨가 훨씬 더 정교해지고 세밀해진 건 호평받아 마땅하다.

이런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이나 장르적 특성도 훌륭하다. 여러 누아르 수사 영화들을 참고했다는 하워드 감독의 말처럼, 주제 의식을 따로 떼놓고 닉과 주디의 콤비 플레이로 이뤄진 수사물로만 봐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의문의 연쇄 실종 사건을 시작으로 사건의 진위가 드러날 때까지 적절한 위기 전환과 복선 활용, 뛰어난 캐릭터 플레이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먹왕 랄프》를 시작으로 《겨울왕국》, 《빅 히어로》를 거쳐 점점 더 발전하는 반전 플롯의 활용법도 눈여겨 볼만 하다.

로튼 토마토에서는 북미개봉 전에 100%, 개봉 직후 99%라는 평점을 받으면서 신선도 보증을 받았다.픽사의 《굿 다이노》, 드림웍스의 《쿵푸팬더 3》 등 최근 개봉한 다른 애니메이션 영화들의 초기 반응보다 더 높은 평가다.

기본적으로 만듦새가 뛰어난 영화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혹자는 전반부에서 주디의 어린 시절 얘기가 너무 오래 나와서 지루했다는 불평이 나오기도 했으며, 어떤 관객들은 '차별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너무 길고 장황하게 한다'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상단에 서술되어 있듯이 디즈니의 주제 의식이 이전보다 훨씬 더 깊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 메시지 전달법이 아직 픽사의 전성기 시절 작품들만큼 세련되고 훌륭하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주디를 비롯해 여러 캐릭터들이 '차별과 평등'에 대해 때론 강박적으로 보일 정도로 직접적으로 여러 번 말하는데 영화의 주제 전달은 등장인물들의 직접적인 대사보다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나 사건 등으로 표현해 관객이 직접 체감하도록 느껴야 더 확실히 와닿는 법이다. 모든 걸 직접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대사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다.

작품의 메시지와 줄거리와의 관계도 깊게 생각해보면 공감이 잘 안될 수밖에 없는게, 주토피아에서 벌어지는 일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불특정 다수의 포식자가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야수화해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것이다! 그것도 포식자만이! 이런 상황의 배후가 있다는 걸 모르는 입장에서는 포식자만의 유전적인 특성에서 원인을 찾는게 합리적인 판단이며, 오히려 가장 과학적이고 바람직한 접근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별과 편견'이라는 논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으며, 영화가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평은 이 어색함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영화의 초기 설정인 '포식자에게 채우는 목걸이'가 주제의식의 전달을 위해서는 더 합리적인 소재였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 개연성을 희생한 셈.



개연성을 희생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추가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주토피아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써 '차별과 편견'의 논리는 '불특정 다수(?)'가 '특정 소수'로 제한되어지는데 있다. 배후가 없다고 가정할 때, 단순히 포식자만의 유전적인 특성에서 원인을 찾는 것은 단순히 확증 편향에 가까운 논리이며, 과학적이고 바람직한 접근이라기에도 모집단의 수가 현저히 적다. 따라서 이것은 혐오주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사건에서 차별과 편견의 논리는 특히 벨 웨더의 대사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에 비해 수도 훨씬 많다고 하며(주토피아의 인구는 초식동물이 90%라고 말한다. 육식동물='소수자' 포지션), 심지어 육식동물은 유전적으로 포식자의 위치로써 공격할 수 있는 '무서운 동물'로써 '타자화(他者化)' 된다. 이 부분에서 차별과 편견의 논리가 없다면, 사고 이후 주디가 닉에게 사과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단순히 배후가 있는 문제를 유전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인터뷰해서..??

또 워낙 속도감 있게 전개되다 보니 거의 쉬는 구간이 없이 사건 전환이 빠른 편이라 캐릭터를 보고 따라가는 데 여유가 약간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노렸다는 추측이 많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제작자인 클라크 스펜서는 한 국내 언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딱히 아이들보다 성인 관객층을 노리고 작품을 만들지 않았으며, 전 세계 모든 연령대의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작중 나오는 인종차별, 성차별, 역차별 등에 대한 은유는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엔 다소 무거운 주제인 편이며,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패러디도 많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