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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타투를 지웠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요?





일반적으로 편견을 가진 사람은 자기가 싫어하는 소수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외집단 동질성 편향(outgroup homogeneity bias)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보다는 집단의 구성원 자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stereotype)은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고 사람들을 범주화하여 생각하는 고작된 사고방식"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집단에서 우세하게 나타난다고 여겨지는 (많은 경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특성을 그 집단의 모든 개인들에게 개인 간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부여하는 단순한 인지적 관점" 이다. 편견이 태도 및 정서에 속한다면, 고정관념은 인지에 속한다.


연구의 역사는 무려 1922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Lippman(1922)의 《여론》(Public Opinion)이라는 문헌에서 처음으로 고정관념이라고 할 만한 개념이 발견된다. 여기서는 "반례를 목격하더라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비합리적인 생각" 이라고 묘사되었는데, 이는 고정관념이 본질적으로 외집단에 대한 모 아니면 도(all-or-none) 식의 생각이라는 관념을 견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생각은 이후 카츠(D.Katz)와 브랠리(K.W.Braly)의 민족성 연구로 이어져서, "모든 독일인은 근면하고 효율적이다" 라는 주장은 게으른 독일인을 목격하더라도 바뀌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런 접근에 따르면 고정관념은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이후 올포트(G.Allport)와 캠벨(D.T.Campbell)로 이어지면서 고정관념이 단순히 모 아니면 도 식의 생각이 아니라 좀 더 복잡한, (마치 베이즈 정리를 연상하게 하는) 일종의 확률적 추측(probabilistic prediction)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나왔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고정관념이 단일한 반례를 목격하고 나서 바뀌지 않는 것은 충분히 그럴 만한 정도를 넘어서 오히려 합리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었다. "독일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근면한 사람들의 비율이 좀 더 높은 편이다" 식의 설명이 고정관념의 본질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는 존재해서, 이렇게 구분되는 민족적 특성은 종종 과대평가되고 과장되거나 왜곡되게 마련이라는 점이 제기되었다. 특히 고정관념이 타인을 그 범주에 맞게 일반화하는 인지적 과정임을 고려할 때, 1970년대 이래로 대두되어 온 정보처리이론의 영향을 받은 사회적 인지 학파는 스룰-와이어 모형(Srull-Wyer Model) 등을 내세우며 고정관념이 인지적 처리의 다양한 국면들 속에서 지속적으로 왜곡됨을 주장하였다.


이후 연구자들은 범주 원형성(category prototype)의 관점에서 집단에 대한 인상형성으로서의 고정관념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연구자들은 남성들로 구성된 집단 속에 홀로 속한 여성이나 백인 집단 속의 유일한 흑인 같은 경우에 이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그들의 젠더나 인종 범주 전체의 원형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그러나 데이비드 해밀튼(D.L.Hamilton) 등의 다른 연구자들은 이를 보완하여, 단순히 소수 집단이기에 고정관념이 만들어진다기보다는, 소수 집단의 구성원이 비범하고 일상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특수한" 행동을 하는 경우에만 고정관념이 형성된다고 제안하였다.



고정관념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타인에 대해서 종종 나쁜 쪽으로 우리의 생각을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차별이라는 행동 및 제도 수준의 결과가 발생하고, 실제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편견이라는 정서적 및 태도 수준의 반응 역시 우리의 행복과 삶의 질을 저해한다. 고정관념은 편견이나 차별과 같은 다른 불관용에 대해서 그것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논리로서 봉사하곤 하는데, 이로 인하여 수십 년 동안 사회심리학자들은 고정관념을 어떻게 하면 깨뜨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고민해 왔다.


물론 고정관념은 어떤 타인에 대한 범주 정보(categorical information)만이 주어졌을 때 그 타인에 대한 대략적인 심상을 그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효과적이다. 어떤 남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그 사람, 일베 한대!" 라는 말만 들으면 곧바로 이미지 전체를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그 사람에 대한 더 자세한 개인화된 정보(individuated information)에 접근할 유인을 차단한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개인화된 정보는 범주 정보가 가용한 시점에서 어렵지 않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화된 정보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 경향은 문제가 된다. 또한 하나의 대상에 대한 여러 범주 정보들이 경합할 때에도, 고정관념은 특정 범주 하나만을 끈질기게 신뢰하며 애용하도록 만든다. 개인의 소속 학과나 종교 여부, 젠더 여부 등등이 많이 있더라도 지역감정이 강한 사람은 그 사람이 대구 출신, 혹은 광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다른 모든 범주 정보들을 무시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고정관념은 무조건 부정적인 것만 있을 거라는 고정관념도 있는데, 간혹 긍정적인 고정관념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유대인이나 아시아인은 수학을 잘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 흑인은 랩과 운동을 잘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그것. 사회심리학계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정직하고, 부유한 사람은 교활하다" 는 고정관념을 연구한 것이 널리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아론 케이(A.C.Kay)는 이것이 고정관념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반발을 가라앉히기 위한 보상적(complementary)으로 나타난 고정관념이라고 지적했다. 페미니즘 분야에서도 "어머니는 희생하는 존재다", "여성은 육아를 잘 한다" 등의 보상적 고정관념들이 알려져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양가적 차별 문서도 함께 볼 것.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갖게 되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그 고정관념의 피해자의 객관적인 성취나 능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쟤는 여자라서 수학 같은 건 못 해" 라거나, "쟤는 흑인이라서 IQ검사 점수가 낮을 거야" 의 두 가지가 꼽히며, 이와 관련된 학계의 최초의 보고는 1995년에 나타났다. 더 무서운 사실은, 정작 당사자가 그 고정관념을 부정하거나 극복하려는 의지를 불태울수록 오히려 성취의 저하가 더 심하게 발생한다는 것. 


이 현상에 대해서 심리학자들은 고정관념 위협(stereotype threat)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미친 듯이 연구했다. 때로 실제로 어느 정도 진실에 부합하는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더라도 더더욱 부정적 효과를 받게 되며, 긍정적 고정관념은 미약하게 그 대상자의 성취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해당 문서에서 소개하듯이 고정관념 위협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학계 일각에서 격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의 사례는 많이 있음에도, 그런 사례에 대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틀린 고정관념에 대한 반례로 규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고정관념에 종속된 새로운 하위 고정관념을 만들어내어 기존 고정관념과 차별화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수많은 뉴스와 인터넷 기사들에서 "노인 올림픽 선수", "여류 작가", "여성 대법관" 같은 표현들을 많이 접했을 것인데,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유형 세분화(subtyping) 및 소집단화(subgrouping)라고 부르고 있다.


사회인지 분야의 권위자로서 첫인상과 고정관념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 수전 피스크(S. Fiske)는 고정관념 내용 모형(SCM; stereotype content model)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학계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특히 이 모형에서 제안한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우리가 특정 사회집단에 대해서 "유능하지만 냉담하다, 무능하지만 따뜻하다" 와 같은 고정관념을 잘 형성하지만, 유능하면서 따뜻하다거나 무능하면서 냉담한 케이스는 잘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예측들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 관련한 다양한 페미니즘적 접근이나 사회학적 이론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중적 인식에 대한 연구에 적극 활용될 정도로 그 활용성이 높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