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가톨릭 준대성전. 천재 건축가로 알려진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이자 그가 심혈을 기울인 야심작으로, 고딕 성당의 전통을 잘 계승하면서도 가우디의 독창적인 형태와 구조를 가진 건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82년부터 착공에 들어간 이래 138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건축되고 있다. 일단 공식적으로는 가우디 사망 100주기인 2026년에 완공이 예정이었으나 2020년에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완공연도가 연기되었고 미정이 되었다.
성당이 완공된다면, 예수를 상징하는 첨탑이 성당의 가운데에 가장 높게 위치하게 된다. 설계된 첨탑의 높이가 172.5m로, 완성된다면 울름 대성당의 161.5m를 넘겨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될 것이다. 172.5m인 이유는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이 173m라는 점을 감안한 것인데, 하느님이 만든 것을 넘봐서는 안 된다는 가우디의 겸손한 의도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최대 규모의 불법 건축물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그것도 무려 137년 동안이나 그 상태가 지속되었고, 이 부문에서 단연 최장기 기록을 세웠다.
2015년, 아다 콜라우 (Ada Colau) 시장이 취임하면서 바르셀로나 시 행정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시청 도시계획과에서 성당이 주변 도로와 시설에 상당히 근접해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당의 토지등기부를 찾기 시작한다. 이들 생각으로는 주변 시설이 성당 토지를 침범하고 있다고 여겨서 성당의 토지등기부를 보고, 확실하게 경계를 정해 시설을 이전할 생각이었으나... 무슨 이유인지 성당의 토지등기부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는 도시계획과는 어딘가 처박혀 있을거라고 생각해 토지등기부를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1년여간의 수색 끝에 설마설마하던 결론에 도달한다.
그 누구도 대성당에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13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성당이 위치한 지역인 산 마르티는 바르셀로나에 통합되기 이전 별도의 지역으로 가우디는 산 마르티(Sant Marti) 시청에 건축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다. 하지만 산 마르티 시청에선 무슨 이유인지 가우디가 신청한 건축 허가를 승인도 거부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신청서만 받고 어영부영 넘겼다. 그 뒤 산 마르티가 바르셀로나에 편입되면서 137년이 흐른 것이다.
그리고 2016년 바르셀로나 시청에서 공식적으로 파밀리아 대성당은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사실을 발표하고 성당 건축 위원회와 협의에 들어간다. 본래 스페인의 건축 규정은 무허가 건축물이면 파괴하고 원복하는 게 규정이나 일정기간 해당 건축물이 이의제기 없이 존재했을 경우 존속이 가능하다. 참고로 카탈루냐는 이 기간이 6년이고 이 대성당은 137년을 존속했으므로 법적으로도 남기는 데 문젠 없다. 하지만 존속과 벌금은 별개고 이 건물 역시 무허가 건축물이기 때문에 어쨌거나 벌금을 내야 했다. 137년 동안 누적된 벌금을 계산, 합의한 결과 3천 6백만 유로 (약 4천만 달러 또는 466억 원)의 벌금이 계산되었고, 이 벌금은 차후 10년간에 걸쳐 시청에 지급하기로 해 마침내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건축 허가를 받고 적법한 건물이 되기에 이른다.
2019년 6월 7일,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고 정식으로 착공허가를 받아 이젠 합법건축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