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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작가가 막장만 고집하는 이유

2000년 MBC 베스트극장 '사랑에 대한 예의'로 데뷔했다. 이후 인턴작가로 활동하다 2007년에 MBC에서 아침 드라마 '그래도 좋아!'의 각본을 맡으면서 특유의 거침없는 전개의 스타일을 확립했다.

막장 드라마하면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표작인 '아내의 유혹' 부터가 막장 드라마라는 말을 널리 퍼뜨린 전설적인 작품이다. 극단적인 캐릭터 설정과 상황, 잦은 우연, 사악한 악역 등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다. 막장 드라마라는 말 자체는 2000년대 후반에야 대중화 되었지만 막장 드라마 자체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기에 클리셰도 확고한 상태였다. 김순옥은 그 클리셰들을 더욱 자극적으로 활용해서 내놓는데 일가견이 있다.

비슷한 작가로는 문은아가 있다. 둘 다 기존의 클리셰를 적극 활용하며, '아줌마가 간다' 이후의 문은아 작품과 '왔다! 장보리' 이후의 김순옥 작품은 기본적으로는 성공이 목표인 와중에 사랑이 곁 가지로 딸려온다는 점에서 얼개도 비슷하다. 하지만 김순옥과 달리 문은아는 기본적인 구성력도 심히 딸리는 데다 대사도 통통 튀는 감 없이 단순하고 유치 찬란해서 필력으로는 비교되지 않는다. 특히 캐릭터 구성력은 김순옥 발 끝도 못 따라온다. 막장 드라마의 대명사인 임성한과는 차이가 많은데, 굳이 김순옥 뿐만 아니라 다른 각본가들 중에서도 임성한처럼 특출 나도록 기괴하게 쓰는 사람은 없다.

각본가 본인은 막장 드라마 작가라는 타이틀을 싫어한다. 다만 '왔다! 장보리'를 ‘내가 잘 하는 걸 쓰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집필한 것으로 볼 때 자신이 이런 스타일의 드라마를 잘 쓴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질질 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그녀 역시 질질 끄는 것을 싫어한다. 따라서 빠른 전개를 굉장히 선호한다. 질질 끄는 것에는 영 소질이 없어 극이 조금이라도 늘어지면 시청률이 곤두박질친다. 다른 망한 작품들도 대개 질질 끌다가 망했다. 밥상을 엎으면 엎었지 그냥 밥만 먹는 장면도 필요 없어서 쓰기 싫다고 한다.

원작이 있었던 빙점을 제외하고 제목을 주로 다섯 글자로 짓는다. 그런데 2017년 <언니는 살아있다!>로 다섯 자 공식을 깼다. 하지만 2018년 황후의 품격으로 다시 다섯 글자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