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6.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1년 10월 19일, 부산 해운대구 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을 미화•찬양한 발언을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이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 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 그거는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그 왜 그러느냐, 맡긴 거예요. 이 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예, 맡긴 겁니다. (후략)"
윤석열은 부산 해운대구 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 호남 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이 분은 군에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맡긴 것"이라고 덧붙이며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적재적소에 두고 전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고 아젠다만 챙기겠다"며 "시스템이 알아서 하는 거지 제가 일부러 세부 업무를 안 해도 되고 그거 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독재나 학살은,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실제로 한국의 제도권 정치인이나 언론 중에서도, 전두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옹호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두환이라는 존재 자체가 대부분의 국민들에겐 군사독재와 권위주의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호감도 조사만 봐도 전두환은 대체로 가장 낮은 축이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전두환이 쿠데타랑 5.18 빼면 괜찮았다는 주장을 들고 나오니, 사달이 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두환의 부정적 평가 문서만 봐도 알겠지만, 전두환은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유혈진압 같은 일만 잘못한 게 아니고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로도 온갖 악행들을 저질렀다. 일단 집권 과정부터가 쿠데타로 시작되었고, 문민통제의 원칙과 대한민국 헌법의 원칙을 깬 것에서 취임 자체에서 예견된 문제였다.
삼청교육대], 녹화사업(은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은폐 및 축소 등의 인권침해와 간첩 조작, 야당 탄압, 보도지침, 언론통폐합 등의 언론탄압, 3S 정책이라는 우민화 정책과 무림파천황 사건 등의 문화탄압, 국제그룹과 동명목재, 대한선주, 삼호그룹, 명성그룹 등 보복성 재벌 해체나 자동차 산업 통합조치로 인한 경제 및 산업 초토화, 정부가 경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관치경제 문제, 평화의 댐 대국민 사기극과, 9,500억원 비자금과 같은 부정부패, 한강 직강화라는 공공사업을 명분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무시하는 등 아무리 좋게 봐줘도 '정치는 잘 했다'라는 말을 꺼낼 수도 없는 수준이다. 애초에 5.18 이후 정치라도 잘 했다면 6월 항쟁으로 정권이 무너질 리도 없었다.
12.12 쿠데타 이후 정권을 잡고서도, 자신들 부정부패에 영향을 주는 금융실명제와 같은 법들은 반대하고 맘에 안들면 숙청했다. 그리고 관치 경제나 행정 능력에서도 처참했다. 그마저도 제대로 된 안목으로 인재를 뽑은 게 아닌 하나회 출신자나 그들의 추천으로 낙하산 인사들을 엄청나게 임명했다. 노태우·박세직·장세동·황영시 등 전문성과 무관한 쿠데타 세력이 요직에 앉았다. 그들이 무수한 과오를 저질렀음을 감안하면, 적재적소에 전문가들을 뽑았다는 말보단 그냥 우연히 유능한 인재 하나가 얻어걸린 수준이다.
거기다 옹호한다고 한 발언 중 '군 조직 관리를 해서 전문가들에게 맡겼다'는 발언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 전두환이 군대에서 조직 관리 능력을 발휘해 만든 것은 쿠데타를 일으키고 권력을 장악한 군내 불법 사조직인 하나회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하나회라도 일을 잘했냐?' 하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군내에서 부정부패로 물의를 일으키고, 비하나회 사람들에게 안하무인하게 행동했으며, 월남전 당시 전방에서 있는 대로 뻘짓하다 욕도 많이 먹었다.
그나마 싸우기라도 잘 했냐면 그것도 아니라서, 하나회의 실질적 대장인 전두환은 월남전 당시 1970년 육군 제9보병사단 29보병연대 연대장으로 참전했으나 행실에 하도 문제가 많아서 현장에서 상관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 당시 9사단장이자 이후 육군특수전사령부의 2대 사령관인 조천성 장군이 '사병들은 마실 물도 마땅치 않은데 전두환은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테니스나 치고 앉았다'고 29연대장에서 해임시켜야 한다는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전두환의 연대가 군공이 전혀 없자 전두환은 무기밀매상으로부터 적성화기 다수를 구매해서 그걸 노획물이라고 속여 상부에 바치며 있지도 않은 군공이 있다고 속였다. 결국 참전한 장교들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1계급 특진과 충무무공훈장도 직속상관인 9사단장 조천성, 그리고 주월사령관 이세호가 반대하여 훈장만 수여받고 1계급 특진은 취소됐다.
즉 이들은 애초 졸업할 때부터 군대란 조직 내에서 그렇게 인정받는 집단이 아니였으며, 실제로도 이후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정권에 아부하는 하나회 조직으로 뭉쳐 실력있는 사람들이 전방에서 구를 때 후방에서 온갖 비호를 다 받았고, 끈이 떨어지자 국가를 향해 반란을 일으켰다. 하나회의 시초가 된 육사 11기생들은 전쟁 경험이 풍부한 선임들에 비해서 내세우는 자존심은 4년제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는 것인데, 막상 그 4년제 교육마저 제대로 이수받지 못했다. 그런 주제에 '하나회'라는 한글 석 자만 믿고서 안아무인하게 행동한 것이다. 심지어 월남전을 보듯 이들이 선임들만큼 잘 싸우지도 못했다. 결국 윤석열이 주장한 '잘 정비된 군조직'이란 것이 사실상 자기 일은 커녕 다른 곳에서까지 제대로 한 일이 없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결국 김영삼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인 하나회 숙청 당시, 하나회 이외의 다른 군부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저 지켜만 보거나, 권영해, 김동진, 백승도 등 오히려 김영삼을 도와 숙청에 가담한 인원도 있었다. 보통 조직에서 사건이 터지면 최대한 쉬쉬하고 넘어가려던 게 당시 군부였지만 하나회는 군부가 어떻게 해줄 수도 없을만큼 부패했고, 그 보수적인 군 내에서도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두환은 전문가한테 맡겨만 놓은채 뒤에서 팔짱끼고 지켜보는 인물이 아니었다. 부적절한 방법으로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그가 정치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경제안정이었기 때문에, 정권을 잡자마자 죽자사자 경제공부에 매진해, 나중에는 어느정도 식견을 보이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맡겨놓고 지켜보기만 한다는 건 지도자로써의 덕목이 아니라 책임회피 및 근무태만이다. 부처 간의 책임 권한을 확정하고 부처의 가용 자원을 어디까지 어떻게 동원할 것인지, 교통정리를 맡으며 현장의 인력들이 구할 수 없는 외부 세력의 조력까지 이끌어내는 권한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 지도자가 할 일이다.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이 왜 그렇게 비판받는 일인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종합해보면 5.18과 쿠데타 이외의 과오들을 무시한 역사인식의 부족에서 나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시 말해서 해당 발언은 "독재도 과정은 문제이지만 결과가 괜찮으니 좋은 것" 수준의 발언이 된다.
이에 대해 "이완용도 나라 팔아먹은 것만 빼면 잘했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네티즌들의 비꼼 정도가 아니라 정의당에서 공식적으로 낸 논평에도 이 말이 들어갔다. 심지어 윤석열에게 우호적인 조국흑서의 저자들조차 윤석열의 언행을 마치 아돌프 히틀러를 옹호하는 후대의 네오 나치와 비교하며 "정치적 언사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자꾸 더 금 밟으면 아웃이다."라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윤석열은 정치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망언을 한 것이다. 여당은 물론 전체 후보군 중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었던 이낙연이 '이명박, 박근혜 사면' 발언 하나로 지지율이 나락으로 떨어져 이재명에게 계속 밀리다가 결국 경선에서 패배한 것을 보고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 없나 싶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