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7.
2021년 5월 22일 대한민국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공군 부사관 이 모 중사가 남성 상관인 장 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해 여러차례 신고하였으나 모두 묵살되었고, 2차 가해에까지 시달리다가 자살을 한 사건이다. 부대 관계자와 가해자는 신고를 무마하고 회유하기 위해 군 부사관인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피해자는 5월 18일 혼인신고를 한 날 극단적 선택을 하였음이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피해자인 이 중사는 해당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는 성실하게 근무하던 엘리트 부사관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는 이 중사와 함께 근무했던 공군 예비역 병장들의 회고로 잘 알려져 있는데, 예비역들은 "근무할 때 성실하게 잘하셨던 분이고, 가해자나 윗사람들의 일까지 도맡아 하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처럼 성실하게 군복무를 수행하여 오던 이 중사는 2021년 3월 2일 선임으로부터 회식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남성 맞선임인 장 중사는 "야간 근무를 바꿔서라도 참석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자리에 가보니 선임 지인의 개업 축하자리였다. 술자리가 끝나고 후배 부사관이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서 이 중사는 장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피해자 이 중사의 어머니에 따르면 그냥 만지는 것이 아니라 중요 부위,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혀를 밀어넣으며 입맞춤을 했다고 한다. 이후 이 중사는 차에서 뛰쳐나와 선임에게 신고하자 장 중사는 숙소까지 따라와서 "신고 할 테면 해보라",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한 데 이어서 그 아버지마저도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해달라'는 압박까지 넣었다. 그리고 회식을 주도한 상사마저도 입막음을 시도하려고 했고 이 중사의 남자친구에게도 압박이 가해졌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즉각적인 분리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음 날 사건 신고가 접수되었고 이 중사는 3월 4일부터 5월 2일까지 청원휴가를 떠났다..
고인은 20비 민간인 성고충상담관과 22차례 상담을 받았고 4월 15일 상담관한테 자살징후를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2주 가량 6차례의 상담과 진료를 받았고 상담소 측은 4월 30일에 “자살 징후는 없었고 상태가 호전됨.”을 이유로 상담을 종료하였다.
피해자인 이 중사는 불안장애, 불면증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함'이라는 진단을 받고 5월 14일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갔지만 오히려 압박은 더 커졌고 관심간부 취급을 당했다. 그리고 21일에 남자친구와 혼인 신고를 마친 뒤 다음날 오전에 20비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6월 2일 23시경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장 중사가 구속됐다. 통상 성폭력 피해에 의한 후유증으로 인한 자살은 직접적 인과관계가 부인되는 편이어서, 강제추행치사죄를 적용하지 않았고 정신적 피해로 인한 치료를 '상해의 결과'로 평가하여 강제추행치상죄로 의율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은 군대 내 성폭력의 대응에 대한 군의 안일하고 부실한 대응의 총 집합이라고 보아도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부조리가 매번 발생하는 병에 비해 간부는 인원도 적고 자원으로 입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부조리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밑천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비록 군 간부의 성비위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지는 못하였더라도, 사후조치를 충분히 하였다면 피해자가 자살에 이를 정도로 극단적인 고통에 노출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즉, 제때 사후조치를 충분히 했다면 살 수도 있었던 피해자가 '전우'여야 할 군 내부의 다수자들의 방조로 인하여 발생한 2차 가해 때문에 사망하게 된 것이다. 이하 시간순서별로 드러난 문제점을 간략하게만 추려 보아도 항목이 수십 개가 작성될 정도이다.
이로부터 8년 전에도 이미 여군 대위가 성추행을 당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고 끝없는 2차 가해에 시달리다 끝내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10년 가까이 흘렀음에도 군은 대응이 대동소이하는 등 변한 것이 없어서 끝내 또 한 명의 무고한 성폭력 피해자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만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공군'에서 전 조직차원의 가해와 은폐가 이루어진 것도 충격을 더하고 있다. 공군은 3군 중 가장 선진적이고 개방적인 병영문화로 알려져있는데, 일개 중사를 보호하기 위해 조직 전체가 나서서 잔인한 인격살해를 저지른 것은 공군뿐만 아니라 군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짐이 당연한 수순이다. 때문에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에 나섰음에도 불신은 더 불붙어 민간 경찰과 검찰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성추행 사건뿐만 아니라 은폐, 합의 종용 등 2차 가해 또한 철저히 조사하도록 군검찰 및 군사경찰에 지시했다.
SBS의 취재결과 서욱 국방장관은 지난 5월 말 이성용 총장에게 별도 전화 보고까지 받았으며 서 장관은 보고를 받고 공군에 엄정 수사를 지시했지만 수사는 사고 부대인 제20전투비행단이 그대로 맡았으며 2차 가해 의혹 수사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때문에 보고 과정에서 공군 차원에서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시키고 조직적으로 은폐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가 취재한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 이 중사의 최초 사망 보고 당시에는 성추행 피해 사실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며, 단순 사망으로 보고가 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방부에서는 이 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동영상까지 남긴 이유가 무엇인지 추가로 보고하라고 지시했지만 공군은 일주일 동안 후속 보고를 하지 않았으며,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이 알려진 뒤에야 성추행 피해 사실과 수사 경위 보고가 올라왔다고 한다.
이에 국방부 당국자는 “후속 보고를 요구했는데 공군이 우물쭈물하며 보고를 하지 않았다”며 “군 검찰단은 이런 부분까지 포함해 철저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6월 1일 오후 7시를 기해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첩할 것을 지시했으며, 2차 가해에 대해 엄중히 조사하고 유가족에 대해 최대한 지원하며, 고인에 대해 관련 규정에 의거 최대한 예우(순직 등)할 것을 공군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이 유가족에 대해 최대한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공군은 유가족 식사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윤석 공군 서울공보팀장은 통상적으로 수사지휘권이 각 군 본부 총장에게 있으며, 각 군의 수사권과 사법권 독립을 보장을 위해 국방부에서 각 군에게 수사지휘를 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표현을 통해 국방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국방부가 각 군의 수사권,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 수사 지휘를 하기에는 시스템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 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6월 3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
국방부 합동수사단 관계자는 6월 3일 SBS와의 통화에서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과 군 검찰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밝혔으며, 특히 5월 25일 국방부 장관의 엄정 수사 지시에도 불구하고 공군본부가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여 필요하다면 이성용 공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공군 지휘부에 대한 직접 조사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방부는 기자회견에서 국방부 출입 기자단의 질문에 계속 "대처를 지켜봐 달라" 라고만 답하다가 결국 참다못한 기자들이 언론사를 막론하고 단체로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와중에 진짜로 화가 난 한 기자에 의해 해병대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있었음이 폭로되었다.
그 와중에, 공군 법무실에서 피해자의 사진을 돌려보며 얼굴을 평가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MBC를 통해 단독보도 되었다. 유가족에 따르면, 국선변호인은 피해자 보호 조치만 소홀했던 게 아니라 주변 지인들에게 이 중사의 신상 정보까지 알려줬으며, 법조계 관계자의 내부 증언에 따르면 피해자 신상 정보를 서로 돌려보면서 얼굴 평가를 했을 뿐만 아니라 이 중사가 자살하기 전 동영상을 통해 얘기했던 사실들을 공군 외부까지 유출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군 법무관들은 유가족들에게 악성 민원인, 시체팔이와 같은 막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