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생긴 아름다운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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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생긴 아름다운 색깔


2014. 6. 24.

1710년 어느 날 염료제조가인 디스바하는 실험실에서 명반과 철분 용액과 코치닐을 사용하여 실험을 하였다. 이 실험엔 알칼리 용액이 필요했기 때문에 동료 화학자에게 이 용액을 한 병 빌려 다른 병에 부었다. 붉은 염료가 침전될 거라고 믿었던 디스바하는 푸른 침전이 생기는 것을 보고 놀랐다. 자세히 알아본 결과, 그 병에 들어있던 것은 새로 만든 알칼리 용액이 아니라 이미 실험에 사용되었던 알칼리 용액이었고 소의 피와 같은 것에 섞인 오염된 용액이었던 것이다.


디스바하와 동료 화학자는 이 우연한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되풀이하였다. 그들은 소의 피를 넣은 순수한 알칼리 용액을 코치닐, 명반, 철염을 섞은 것에 부었더니 진한 푸른 물질이 생겼으며, 이 물질이 매우 우수한 염료라는 것을 발견하고 ‘프러시안 파랑(prussian’s blue)’이라고 이름지었다. 한동안 프러시안 파랑의 제조법은 비밀로 붙여졌고 그 제품은 비싼 값으로 팔렸다. 그러다가 1724년 우드워드라는 영국 화학자가 이 염료의 제조 공정을 상세히 밝히게 되어 여러 나라에서 대량으로 생산하게 되었다. 우드워드는 건조시킨 소의 피에 탄산칼슘을 섞어서 강하게 가열한 후에 시안화칼륨을 얻었다. 이 시안화칼륨에 녹반(황산제일철)과 명반을 가하고 그 생성물을 염산으로 처리하여 프러시안 파랑을 얻었던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모브(move)’라는 불리는 보라색 염료에 관한 것이다. 유기물과 무기물로 분류되는 화학 물질 중 유기물은 설탕이나 녹말과 같이 생명에 관계 있는 물질로서 자연적으로 식물이나 동물의 살아 있는 체내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라 믿어왔다. 이와 반대로 무기물은 흙이나 공기, 물 속에 있는 것, 예를 들면 소금, 금속, 산소, 점토, 석회석 등과 같은 것으로, 화학자가 실험에서 만들 수 있는 물질은 모두 무기물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1828년 독일의 화학자 뵐러는 동물의 체내에서만 생성된다고 믿었던 요소를 실험실에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과학자들은 그때까지 동식물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다른 많은 물질도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키니네(quinine)’라는 천연 물질을 만들려고 연구하던 호프만이라는 화학자는 실험실의 조수로 퍼킨이라는 소년을 두고 있었다. 키니네는 당시 매우 중요한 약으로 실제로 20세기 전반의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의사들이 널리 사용하였으며 1849년에는 이것을 키나라는 나무로부터 얻고 있었다.
퍼킨은 키니네를 만들려고 노력을 하였다. 콜타르로부터 얻어진 물질의 조성이 키니네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 퍼킨은 실험을 시작하였다. 이것을 키니네로 바꾸기 위해 다른 어떤 물질이 필요한가를 검토하고 그것을 토대로 연구에 착수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물질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콜타르로부터 얻은 아닐린이라는 물질을 골랐다. 아닐린을 소량 시험관에 넣고 전과 같은 방법으로 소수의 물질을 사용해 처리했다. 그러자 시험관 밑에 검은 침전이 생겼고, 이것을 조사해보니 침전의 대부분이 알콜에 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시험관 밑에 생긴 더러워 보이는 침전은 그가 구하고 있던 무색의 키니네가 아니고 아름다운 보라색 액체였다. 이 실험결과는 예상과 어긋났으나 퍼킨은 이 반응에 흥미를 느끼고 더 간단한 작용기-화학반응에서 다른 화합물로 변할 때 분해되지 않고 한 원자처럼 행동하며 공통의 성질을 나타내는 원자단-를 같은 방법으로 실험하려고, 아닐린의 황산염을 중크롬산칼륨으로 처리했더니 검은 침전이 생겼다. 이 검은 침전은 보라색의 물질을 약 5% 포함하고 있었으며, 퍼킨은 이것을 ‘모브’라고 이름을 붙였고 오늘날에는 페닐페나조늄(phenylphenazonium) 계통의 소수 염료 혼합물인 ‘모빈’이라고 불린다.


아르키메데스와 목욕, 뉴튼과 사과, 제임스 와트와 끓고 있는 주전자 뚜껑, 그리고 플레밍과 곰팡이 등 역사상 위대한 발명은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키니네라는 물질을 만들다가 실수로 생긴 아름다운 보라색 물질을 우연히 발견한 퍼킨은 이 염료가 강한 햇빛에도 색이 바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내었고, 이 보라색 물질이야말로 굉장한 염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예상대로 새로운 염료는 크게 유행하였고, 이 염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한 퍼킨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결국, 수 백년 동안 사용되어온 천연염료는 몇 해 동안 나온, 손쉽고 값싸게 만들 수 있고 여러 가지 색깔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인공 염료들에 의해 순식간에 대체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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