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범 성희롱 무고 사건과 수난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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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범 성희롱 무고 사건과 수난의 연속


2018. 4. 12.

구자범

한국의 클래식 음악인, 지휘자. 1970년생 서울 출생이다.


(광주시향 시절의 모습을 담은 다큐 영상. 말러 2번 교향곡 '부활'의 연주를 중심으로 제작되었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만하임국립음대 대학원 지휘과에서 공부한 후 독일 다름슈타트 국립오페라극장 상임지휘자 (2002년)와 독일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수석상임지휘자 (2005년)를 역임하여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은 후, 국내로 복귀해 2009년 광주시립교향약단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국내 데뷔 당시,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말보로 담배와 코카콜라를 끊었다는 인터뷰를 했다. 일부에겐 이 발언으로 큰 지지를 얻었지만, 일부에겐 이라크 침공과 관계 없는 말보로와 코카콜라는 대체 왜 얘기하냐며 비아냥도 들었다.


2년 후인 2011년 3월에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2012년 5월 8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바그너 갈라 콘서트에서는,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와 <로엔그린>, <파르지팔>, <탄호이저> 등의 명 가곡들을, 200명이 넘는 합창단과 함께 연주하여 청중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2012년 5월의 바그너 갈라 콘서트 지휘 모습)


여기까지만 보면 꽤 괜찮은 커리어인것 같지만....




시련의 시간들
2012년 말, 자신의 첫사랑이기도 했던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는 슬픔을 겪었다.그러나 그것은 구자범에게 다가올 시련의 시작일 뿐이었다.

성희롱 무고 사건
2013년 5월 경기 필하모닉에 사표를 냈다. 경기 필하모닉의 한 여성 단원이 자신의 연주 징계를 철회받기 위해 구자범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였고, 몇몇 단원들이 이 사건을 이용해 지휘자를 내쫓으려 시도했다. 구자범은 단원들의 태도에 배신감을 느껴 사표를 제출한다. 이때 중부일보에서 구자범 단장이 성희롱 논란으로 사표를 제출하였다고 최초로 보도하였는데, 당시 청와대 대변인 성추문 의혹사건이 생긴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기에 엄청난 여파로 주요 일간지에 똑같은 내용으로 기사가 나간다.

이후 더 황당한 일이 이어졌는데 포털사이트에 구자범 연관 검색어로 ‘구자범 변태’ ‘구자범 성희롱’이 떴고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구자범 성희롱이 사실인양 보도되었고. 

그 이후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는데, 지휘자가 요구하는 연습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단원들의 불만이 올라가 레슨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원로 단원들로부터 지휘자에 대한 원성이 점점 올라가게 되었고, 이러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었다. 

모든 일이 끝난 후 해당 여성단원은 성추행이 아니었다며 신고를 취하했고 검색어 조작에 관여한 단원들에게는 벌금형이 부과되었다. 구자범은 언론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고소했지만 검찰은 이미 사건이 끝나 피고소인을 기소하지 않았다.

구자범이 떠난 이후, 경기 필하모닉의 지휘자 및 예술단장은 여성 지휘자 성시연이 맡고 있다.


수난의 연속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자막팀에 4개월짜리 단기 스태프로 채용되어 자막 교정일을 보았으며, 지휘자 일에서 은퇴하게 되었다. 비록 사건의 전모는 밝혀졌지만 이미 이미지가 나빠질 때로 나빠져 피아노 학원의 선생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러다 2016년 3월 연극 <마스터 클래스>의 음악감독 겸 무대 피아노 반주자로 참여했다.


2016년 5월 28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에서 지휘자로 합류하여 경기필을 떠난지 3년만에 연주무대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되었는데, 지휘자가 돌연 교체되었다. 이를 두고 처음에는 "구자범이 14일의 첫 리허설 직후에 일방적으로 잠적했다"는 주최측 주장이 알려졌지만, 곧바로 구자범 측에서 "음악제의 예술감독인 류재준(작곡가)이 지휘 사퇴를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류재준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를 표했지만, 이미 음악제 자체의 신뢰마저 타격을 입은 후였다. 구자범은 지휘 복귀의 기회가 무산되었음은 물론, 또 다시 언론에 의해 일방적으로 매도당했다는 점에서 이중의 상처를 안게 되었다. 얄궂게도, 다수의 공작으로 인해 몰락한 지휘자가 이번에는 단 한 사람의 독단으로 또 한번의 좌절을 맞은 것.



왜 복귀가 늦어졌나?

경기필에서의 성희롱 논란이 금방 무혐의로 드러났고, 당시 음악인 들의 구명운동 및 여러 음악회의 지휘제안이 구자범에게 들어왔지만 본인의 완강한 거부가 있었을 뿐, 그가 음악계에서 완전히 매장된 것은 아니었다. 성희롱 사건은 구자범이 명백히 피해자였지만, 그가 바로 복귀하고 활동하였으면 그저 명예훼손, 혹은 무고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다. 특히 본인이 원한다면 명예훼손 소송이나 무고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는데, 당시 지휘 일에 회의를 느꼈었는지, 본인이 음악계에 완전히 사표를 제출하겠다며 한사코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2년간 두문불출하다보니, 음악계에서 더욱 고립된 면이 있다. 게다가 빈 자리라도 크게 느껴졌다면 더욱 그를 찾았겠지만 그의 후임이었던 성시연씨가 또 워낙 음악이나 기획이나 행정을 잘 한지라, 빈 자리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재기를 향하여

결국 정식 지휘자 복귀는 2016년 11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서울시오페라단의 맥베스(베르디 오페라)로 하게 되었다. 경기필 상임시절 같은 예술단 소속인 경기도립극단의 단장을 해서 같이 공연을 올린적도 있던 연극연출가 고선웅이 연출을 맡기도 했고, 특히 단장인 이건용 교수의 설득이 컸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좀체 오페라 지휘를 한 적이 없지만 유럽에선 오페라 지휘로 커리어를 쌓았던터라 꽤 관심이 컸고 연주 자체도 좋은 평을 얻었다. 
다만, 이 공연 역시도 다른 의미에서 순탄치는 않았다. 위에 적힌 날짜와 장소, 그리고 작품명을 생각해 보자. 한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온통 엉망인 시점에, 촛불집회가 벌어지는 바로 한복판에 위치한 건물에서, 주술에 의지하고 레이디 맥베스라는 비선실세(?)를 끌어들여 국정을 농단하다 망하는 내용이라고도 요약이 가능한 맥베스를 올려야했으니... 공연은 원래 2016년 연초에 결정된 것이라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그래서 프로그램북의 지휘자 노트에다 시국과 맥베스를 아주 대놓고 비교하는 수위가 엄청 센 글을 실었고, 자신이 직접 번역한 자막에도 예를 들어 "이땅이 산적들의 소굴이 되어버렸다"는 원래 가사를 "이게 나라냐! 도적들의 소굴이지"라고 의역했다. (거기에다 연출도 곳곳에 현 시국을 떠올리는 장면들을 넣었다.) 그러면서도 시민들은 저렇게 직접 행동하고 있는데 자긴 고작 노란 리본 하나 가슴에 달고 지휘나 하러 들어가는 처지를 한탄하며 공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이후 2017년 3월 객원지휘자로 군산 시향과 함께 윤이상, 쇼스타코비치의 곡들을 선보였다. 4월 27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를 지휘할 예정이다. 늦게나마 재기의 기회가 마련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4월 27일,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회를 가졌고 반응은 뜨거웠다. 이날 연주된 고레츠키 교향곡 제3번 <슬픔의 노래> 3악장, 랑고르의 교향곡 1번 <벼랑의 목가> 등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도 생소할 만한 작품들이라서 객석이 많이 차지는 않았지만, 성공적으로 공연을 했다.. 첫 곡인 고레츠키 교향곡 제3번 중 3악장은 가수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이 살짝 아쉬웠지만, 랑고르 교향곡 제1번에서는 왠만한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을 방불케하는 완성도를 선보였다. 심지어 피날레에서는 합창석에서 트럼펫 주자 3명과 트롬본 주자 4명을 등장시키며 소리를 보강했는데, 말러 교향곡 제8번 피날레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엄청난 음량을 뿜어내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