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튼 존과 존 레논의 특별한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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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튼 존과 존 레논의 특별한 우정


2017. 7. 8.

엘튼 존은 비틀즈의 멤버들과 친한 사이를 유지했다. 사실 비틀즈 해체 이후로 각 멤버들과 협업을 이룬 뮤지션들 중에서 엘튼 존은 항상 거론되고, 에릭 클랩튼과 더불어 모든 멤버들과 무대에서 협업을 가진 적이 있는 몇 안되는 뮤지션이다.

존 레논과의 우정이 깊었기에 엘튼 존은 2010년대에도 공연에서 존 레논을 언급하곤 한다.


1970년 8월, 엘튼 존이 미국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시기 때 존 레논은 엘튼 존의 대표곡 Your Song을 우연히 듣게 되었고 비틀즈 시절 이후의 새로운 형태의 음악이자 개선된 영국 가수의 보컬이라고 칭찬했다. 엘튼 존은 1964~65년 경, 비틀즈의 런던 공연에 간 적 있었는데 신을 본 것 같은 느낌이라고 회고했다. 존 레논 특유의 스타일, 위트와 음악성이 크게 압도되는 걸로 느껴 처음에는 그를 만나기 두려워했으나 1973년 10월, 로스앤젤레스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필 스펙터와 함께 첫 만남을 가졌을 때 마치 옛 고향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존 레논은 1970년대 인터뷰에서 엘튼 존에 대해 칭찬하면서도 그에게 비틀스러운 느낌을 받았다고 한 적 있다.


둘의 우정이 가장 돋보였던 해가 바로 1974년이고 서로의 앨범에 참여해 녹음을 도와주었다. 존 레논은 엘튼 존의 "The Bitch Is Back"에서 탬버린을 연주했고 엘튼 존은 존 레논의 "Whatever Gets You Through The Night"에서 오르간과 백 보컬, "Surprise, Surprise (Sweet Bird of Paradox)"에서 키보드, 백 보컬을 맡았다. 그리고 존 레논의 One Day At a Time와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커버해서 녹음한 버전을 1974년 11월에 싱글 A/B면에 수록해서 발매되었는데 이 곡은 1975년 1월 첫 주에 빌보드 차트 1위로 올라 큰 히트를 거두었다. 이후 두 곡은 Captain Fantastic And The Brown Dirt Cowboy의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존 레논이 엘튼 존 버전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했는데 정작 곡을 작곡한 당사자는 코드를 잊어먹어 엘튼 존 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비 존스턴이 레논에게 가르쳐야 했다.

1974년 11월 28일, 역사적인 순간으로 꼽히는 뉴욕 공연은 공연 당시 관객 중 한 명이 몰래 슈퍼 8 카메라를 반입하여 촬영했고 영상은 일부만 남아있다. 해당 공연은 정식으로 촬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일한 영상이 되어버린 셈.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Funeral For A Friend가 입힌 영상으로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다가 2014년 11월 28일, 공연 40주년을 맞아서 엘튼 존의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업로드되었다. 존 레논의 "Whatever Gets You Through The Night"이 빌보드 1위로 기록하면 존 레논이 1974년 11월 28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릴 예정이던 엘튼 존 공연에 참여할 것이라고 내기했고 이 곡이 정말로 1위로 기록되어 내기에 이기면서 존 레논이 엘튼 존 공연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엘튼 존은 존 레논에게 Imagine은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존 레논은 "한물간 가수처럼 대표곡이나 부르기 싫다"라고 하여 신나는 곡들을 불렀고 Whatever Gets You Through The Night,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I Saw Her Standing There 총 3곡을 엘튼 존과 같이 불렀다. 공연 중, 엘튼 존은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존 레논이 쓴 최고의 곡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공연은 존 레논이 참여했다는 것으로만 해도 전설이 되었고 엘튼 존도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존 레논을 무대로 부르는 순간 사방에서 어마어마한 함성 소리가 길게 이어졌으며 관객들과 밴드의 멤버들도 크게 감격스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정작 존 레논은 1972년 뉴욕 공연 이후로 2년 만에 서는 공연이라서 상당히 긴장하는 바람에 백스테이지에서 양동이에다 구토를 했다.


이 공연의 존 레논 실황은 1976년에 발매된 엘튼 존의 라이브 앨범 Here And There의 1995/96년 리마스터링 앨범의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었고 1981년 1월에 3곡으로 수록된 EP로 발매되었다. 공연 리허설 도중, I Saw Her Standing Here를 함께 부른 부틀렉도 남아있다.

풀버전 영상도 촬영되었다고 하지만 해당 영상은 한 티비쇼에서 제작된 영상이고 실제 본인들이 아니다. 딱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는 것이 오노 요코도 실제와 닮지 않은 데다 엘튼 존 밴드의 멤버들도 실제 모습과 다르다.

1975년부터 존 레논이 음악 활동을 중단하고 가정에 몰두하기 시작했을 때 자연스레 엘튼 존과 만남도 줄어졌다. 그럼에도 엘튼 존은 여전히 그를 생각했고 1980년 21 AT 33 투어에서는 존 레논을 헌정하는 의미로 Imagine을 레퍼토리로 수록하여 한동안 자주 불렀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뒤에는 이게 추모하는 의미로 부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1980년 12월 8일, 존 레논이 사망했을 당시, 엘튼 존은 21 AT 33 투어의 마지막 일정인 호주로 떠난 상태였고 멜버른으로 가던 비행기에서 본인의 매니저 존 리드로부터 존 레논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당시 12월 22일 퍼스까지 호주 공연들로 예약된 상태였기 때문에 당장 뉴욕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존 레논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은 엘튼 존은 큰 슬픔에 빠졌으며 본인의 사무실에서 문을 잠그고 오열했다. 당시 호주 공연에서는 21 AT 33 투어의 레파토리였던 Imagine을 존 레논을 추모하는 의미로 불렀다. 투어의 첫 공연부터 레퍼토리였던 커버곡을 결국 추모의 의미로 부르게 된 것. 12월 호주 공연에서는 "Song For Guy"를 연주했는데 이는 존 레논을 추모하기 위해 연주되었다는 설이 있다. 12월 초-중쯤, 멜버른의 한 교회에서 추도식을 열기도 했다.


엘튼 존은 1980년 9월, 미국의 음반사 게펀(Geffen)과 계약했을 때 존 레논도 여기서 Double Fantasy를 발매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존 레논과 같은 발매사에 있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기뻐했다고 한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극을 들었던 것. 당시 신문들은 죄다 존 레논의 죽음 소식으로 도배되었기 때문에 엘튼 존은 한동안 신문을 보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1981년 9~10월, 16집 Jump Up!을 작업하러 프랑스 파리의 Pathe Marconi 스튜디오로 갔을 때 The Man Who Never Died와 Empty Garden (Hey Hey Johnny) 존 레논을 추모하는 두 곡을 작곡했다. 버니 토핀은 "Empty Garden"의 가사를 비극적인 소식을 들은 바로 다음 날인 1980년 12월 9일에 썼고 엘튼 존이 약 1년 뒤에 작곡한 것이다. 1982년 3월에 싱글로 발매되어 히트친 "Empty Garden"과 달리 "The Man Who Never Died"는 4년 뒤, 1985년 1월에 19집 Ice On Fire를 작업하면서 녹음되었고 "Nikita" 싱글 B면과 《Ice On Fire》의 1995년 리마스터링 판의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Empty Garden"은 애절한 선율의 비장한 발라드이고 "The Man Who Never Died"도 비장한 선율을 가진 연주곡이다.

존 레논의 아들 션 레논의 대부가 바로 엘튼 존이다. 존 레논 사망 이후, 오노 요코가 엘튼 존에게 션의 대부가 되어주라고 요청했다. 이후 엘튼 존은 1982년 8월 4~7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진행된 공연에서 오노 요코와 션 레논을 무대로 불렀고 션 레논을 부둥켜 안았다.

1988년 10월 9일, 메사추세츠 공연에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존 레논의 48번째 생일 기념으로 불렀다. 엘튼 존은 존 레논과의 추억 때문에 이 곡을 부르면 울적해지는 이유로 인해서 1998년 The Big Picture 투어에서 부른 이후로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2000년 10월 20~21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진행된 One Night Only 공연에서 Come Together을 불렀고 라스베이거스시저스 팰리스의 콜로세움에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The Million Dollar Piano> 투어에서 "Empty Garden"을 레퍼토리로 수록해서 자주 부르는 등 존 레논에 대한 헌정을 여러차례 남겼다. 2006년 "Blues Never Fade Away"의 가사에는 "존 레논의 웃음이 그립다"는 구절이 들어있다.


존 레논과 친분은 2015년 2월 22일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다루었는데, 존 레논이 엘튼 존에게 무릎을 꿇고 엘튼 존이 '일어나십시오'라고 했다는 건 한국 한정으로 잘못 알려진 얘기다. 엘튼 존이 미국 진출을 위해 1970년 8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으로 도착했을 때 엘튼 존의 첫 히트곡 Your Song을 듣고 큰 감명을 받은 존 레논이 일종의 보답하는 의미로 데뷔한지 얼마 안 된 신인 엘튼 존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얘기. 존 레논은 실제로 이런 행동을 한 적도 없고 그저 잡지 인터뷰로 통해 엘튼 존의 음악에 대해서 칭찬한 적 있었을 뿐이다.

존 레논 특유의 괴짜스러우면서도 예측불허인 사고방식을 생각하면, 한창 신인이던 엘튼 존에게 장난으로 복돋아주겠다고 했던 행동으로 추측할 수도 있지만 어디에서도 존 레논은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는 식으로 전달되고 있다. 애초에 이 루머는 2000년대 초반, 누가 지어낸 걸로 추정되는 얘기로 한국에서만 오랫동안 떠돌았고 해외의 공식 자료들에서는 그런 일화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