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제대로 알고먹자!! 꿀 잘못 먹으면 사망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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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제대로 알고먹자!! 꿀 잘못 먹으면 사망할수도...


2017. 6. 20.

향료의 황제이자 모든 향료의 시초
꽃의 밀선에서 분비되는 자당을 꿀벌이 먹었다가 토해낸 액체. 자당이 꿀벌의 효소에 의해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점성이 있는 액체가 된다.

곤충의 소화기 구조는 식도-모이주머니-소화액 분비선-위장(-말피기관 다발)-창자-직장으로 이어져 있으며, 꿀벌은 모이주머니 뒤의 소화액 분비선이 모이주머니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데 이것이 모이주머니 안의 자당을 분해해서 꿀을 만든다. 여기서 변기 물 내리듯이 소화액 분비선을 당겨서 자기가 필요한 만큼 소화시킬 꿀을 위장으로 보낸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기에, 꿀 1 kg을 채취하려면 벌이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다녀야 한다. 물론 벌 중에서는 가위벌처럼 꿀을 안 먹는 종류도 있다.

높은 당도에 의한 삼투압 현상과 꽃꿀에 함유된 수종의 부패 방지 효소 때문에 세균이 활동할 수 없다. 균들이 활동하려고 하면 부패 방지 효소의 작용과 동시에 엄청난 당도로 인해 삼투 현상이 일어나 세균은 무력화되거나 터져 죽는다. 따라서 햇빛이나 공기, 열 등의 외부 요인을 차단하면 꿀은 절대 썩지 않는다. 보관만 잘 하면 몇십, 몇백, 아니 몇천년 된 꿀도 아무 문제 없이 먹을 수 있다고.

설탕이 개발되기 전에는 단맛을 내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으며, 지금도 쓰이고 있으나 설탕보다 단가가 비싼데다 특유의 향이 원재료의 맛을 약하게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율을 두고 쓴다. 이는 자당보다 과당이 압도적으로 단맛이 나는 까닭에 대중적으로 구할 수 있는 감미료 가운데서는 가장 단 편이기 때문이다.

독일 법전에는 유난히 벌과 관련된 법조항들이 많이 보인다. 가령 우리집에서 기르던 벌들이 옆집의 벌집으로 날아갔을 때 이 벌은 누구의 소유인가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는 과거 로마시절의 법전을 가져다 만들었고 로마시절 양봉은 매우 중요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꿀벌을 부려먹어 얻는 것이라는 이유로 꺼리는 자들도 있다. 그래서 우유처럼 동물 젖으로 만드는 유제품이나 요구르트처럼 미생물이 관여하는 발효식품과 함께 비건(vegan) 계통 채식주의자들에게는 금기시되는 식품. 하지만 꿀을 빼낸 후 겨울 동안 굶어죽지 말라고 그 자리에 설탕물을 채워주니 착취라 하기에는 다소 미묘하다.

꿀은 꿀을 모은 꽃에 따라 종류가 갈리며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꿀은 아카시아꿀, 밤꿀, 유채꿀이다. 아카시아꿀은 아까시나무 특유의 달콤한 향과 깔끔한 맛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지만 개체가 많고 꿀 양도 많은 아까시나무에서 생산되는 꿀의 양이 전체 꿀 생산량의 70%를 책임질 정도로 많기 때문에 가격은 다른 꿀들과 비슷한 수준. 유채꿀은 제주도에서만 생산되며 약간 풀내가 나는 게 특징. 밤꿀은 짙은 갈색이며 다행히도 밤꽃 특유의 향은 거의 나지 않는다. 꿀이라고 하기엔 쓴맛이 좀 많이 나며, 검붉은 색이 난다. 단맛 때문에 먹는 것보단 약으로 먹는 정도. 그 외에도 메밀꿀이나 싸리꿀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헛개나무꿀이 각광받고 있다. 그 외에 딱히 꽃이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되는대로 모은 꿀은 잡화꿀이라 하는데, 가격이 가장 싸다 보니 가정에서 먹을 용도로는 보통 잡화꿀을 사게 된다. 보통 한 종류의 꽃에서 따온 꿀이 더 비싸게 팔려 양봉업자들은 특정 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그 꽃이 많은 장소를 향해 벌집과 함께 이동한다. 꽃이 남쪽에서부터 핀다는 점을 이용, 제주도에서 시작해서 강원도, 경기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꽃가루가 아닌 설탕물을 벌에게 먹여 얻은 것을 '사양(飼養) 벌꿀'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오감을 이용하여 꽃꿀과 사양꿀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진짜꿀을 구하고 싶다면 믿을 만한 제조처에서 구입해야 한다. 마트에 파는 꿀 등을 보면 뒷면에 어떤 꿀인지 쓰여 있으니 참고하자. 항간에 나돌던, 물에 타보면 안다는 것 등도 통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진짜 꿀을 파는 곳도, 설탕물을 벌들에게 준다. 식객에서도 나온 이야기로, 이는 봄에 벌들이 열심히 꽃에서 당을 모아 만든 꿀을 인간들이 가져가기에 먹고 살 게 없어진 벌들에게 설탕물을 먹여서 꽃이 없는 시기를 버티라고 주는 것이다. 특히 꽃이 귀한 계절인 여름에는 더욱 그렇다.

사양꿀을 당분의 출처가 꽃이 아닌 설탕이라는 점이 다른 것 뿐, 꽃꿀과 성분이나 맛에서는 차이가 없으며, 꿀벌이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도 같다. 꽃이 안 피거나 귀한 시기에 꿀벌에게 설탕을 줄 수밖에 없으므로, 어느 정도 생산될 수밖에 없으며, 무난한 맛에 값도 싼 편. 당과 효소를 섞어 당분비율만 맞춘 가짜꿀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개념이므로 참고할 것.

꽃꿀과 사양꿀의 차이에 대해서는 양쪽의 언플이 심하다. 꽃꿀을 파는 쪽에서는 사양꿀이 해로운 것을 파는 것처럼 말하고, 사양꿀을 파는 쪽에서는 꽃꿀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항변한다. 

일단 꿀과 설탕의 영양적 차이는 거의 없다. 보통 꿀이 더 영양이 풍부하다고 여겨지지만 설탕은 고유의 맛이 없어서 모든 것에 잘 섞이고 꿀은 특유의 풍미가 있어 그 고유한 맛이 유지된다는 것과 액상이냐 가루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설탕으로 만든 사양벌꿀도 아카시아꿀 등에서 나는 짙은 꽃향기만 나지 않을 뿐, 꿀 특유의 냄새가 있으므로 요리에 쓸 때는 설탕의 대용품이 아니라 꿀을 써야 할 때 쓴다. 하지만 풍미가 아무래도 떨어지므로 주로 화장품 업체에서 많이 사간다.


사실 표시만 제대로 한다면 사양벌꿀도 불법은 아니다. 벌꿀 5~10%에 나머지는 액상과당으로 채운 "청(시럽)"도 그걸 공개적으로 밝히고 당당히 팔면 불법은 아니다. 실제로 사양벌꿀이나 청을 대용품으로 쓰거나, 요리/음료 등에 활용하려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악질적인 건 짝퉁꿀이나 사양벌꿀을 일반꿀이라고 속여서 비싸게 파는 짓이다. 한마디로 불법은 아니지만 그걸 악용하면 불법이 된다.

꿀을 파는 전문매장에 미지근한 물을 비치해두는 곳이 굉장히 많은데, 이는 물 위에 꿀을 떨어뜨려 벌집처럼 육각형의 형태로 응고되는 것을 보여주고 꿀이 진품임을 증명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비율을 비슷하게 맞춘 인공 꿀로도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걸 곧이곧대로 믿고 사는 우를 범하진 말도록 하자.

기본적으로 꿀은 항세균성이 있어서 보존재나 상처치료제로 쓰기도 한다.우리나라 민간처방에 구내염에 꿀을 바르라는 것도 있으며, 고대의 이집트에선 꿀과 기름을 1:2로 섞은 외상 치료제 레시피가 있기도 했고 충치 치료제로도 쓰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주로 대추야자에서 뽑은 즙을 설탕대용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대추야자즙은 충치를 쉽게 일으켰는데, 꿀은 이에 잘 붙거나 끼지 않기 때문에 충치가 잘 나지 않았던 것. 이 현상을 발견한 이집트인들은 충치환자에게 대추야자 대신 꿀을 사용하게 처방했다. 물론 당시에도 꿀은 대추야자보다 훨씬 비쌌다. 폴란드 요리에서는 고기요리에 꿀을 많이 쓰는데, 실제로 중세 동유럽에서는 고기를 꿀에 절여서 장기보관했다. 시체를 방부하는데 쓴 역사적 사례도 있지만 실제 실험 결과로는 무리라는 듯. 항세균성 역시 모든 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한약재로도 쓰인다. 봉밀 또는 백청(白淸)이라고 부른다. 그래선지 약식, 약과 등 꿀이 들어간 한과 이름에는 죄다 약(藥)자가 붙는다.

겨울철 건조해서 입술이 트고 각질이 일어날 때, 자기 전에 입술에 꿀을 바르고 랩을 씌워보자. 다음날 아침 눈에 띄게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을 만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바셀린보다 꿀이 입술 각질에 더 효과가 좋은 경우가 있다.)


꿀은 특별히 먹어서는 안 되는 사람은 없지만, 1살 이하의 영아 같은 매우 어린 아이에 한해서 보툴리누스 감염 요소가 있다. 이 보툴리누스 균은 식중독 균으로 이 균이 발생하는 신경독이 바로 세균독 중에서 가장 강한 독인 보툴리눔 톡신(botulinum toxin)이다. 꿀의 10% 정도가 보툴리누스 포자에 감염되어 있는데, 성인은 면역체계와 위산 때문에 포자가 죽으나 영아는 아직 면역체계가 완전히 잡혀 있지 않고 위의 산도가 약하여 포자가 장으로 들어가 증식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돌연사하는 경우가 생기며, 대략적으로 kg당 104포자 이상 있으면 위험하다. 그러므로 돌이 지나지 않은 영아에게는 꿀을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끓여서 살균하면 안전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정집에서 음식을 끓이는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고 한다. 어차피 이유식은 끓여서 만들기 때문에 애초에 그렇게 살균할 수 있었다면 이런 사고가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사히신문 디지털판 기사에 따르면, 이 균을 연구하는 니와 코이치 교수는 121도에서 일정 시간 가열하면 사멸되는데, 가정 요리에서는 사멸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또한, 네팔이나 뉴질랜드산 벌꿀은 독이 들어있어서 해외여행시 꿀은 안사는게 좋다. 자연 상태에서는 꿀벌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독초 성분을 옮겨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통제된 환경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꽃의 꿀만 빠는 게 아니라 독초에 앉아서 꿀을 빨기도 하니까 독초 성분이 섞여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야생 꿀을 먹고 안면마비가 일어난 적도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뉴질랜드산 꿀을 팔면 불법이지만 관련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네팔에서는 꿀을 파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현대는 기본적으로 양봉꿀이 대부분이지만 토종벌에서 채취한 토종꿀이 있고, 또 종류를 떠나서 야생화한, 또는 본래 야생인 벌들이 나무에 벌집을 친 목청(木淸)과 돌 사이에 벌집을 친 석청(石淸)이 있다. 목청, 석청은 곰 같은 동물들이 먼저 손을 썼을 가능성이 높은데, 목청 따러 가서 곰을 만나는 끔찍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목청과 석청은 더 비싸게 치며 더 비싼 건 석청이다.


식객에서 꿀에 대해 다룬 화의 후기를 보면 어떤 사람은 벌이 먹기도 모자란데 무슨 석청이 있냐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있다고 하는데 어느쪽이 맞는건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석청 자체는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니 석청이 없다는 사람은 지금 시기에는 석청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 말인 듯.

네팔의 절벽 등지에서 채취하는 '히말라야 석청'이라는 이름의 비공식 수입품이 있는데 kg당 100만 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하지만 히말라야 석청은 사실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해발 3,000 m 이상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철쭉류 식물에서 채취된 석청에 '그레이아노톡신(Grayanotoxin)'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독소는 저혈압, 구토, 오심, 무력감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과다섭취시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위기탈출 넘버원에서도 이것이 언급된 바 있으며, 이 때문에 네팔에서는 꿀을 해외로 수출하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관광객 등을 통해 들어오는 것을 먹고 다치는 일도 종종 생긴다. 흑해 지방에서는 이 독소가 든 꽃들이 자생하기 때문에, 옛 토착민들이 이 독소가 든 꿀을 크세노폰과 폼페이우스의 군대를 상대로 사용한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철쭉과 만병초 꿀은 유독할 수 있다. 철쭉의 경우 벌이 그 꿀을 먹으면 잠시 기절할 정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