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로버섯이 대체 뭐가 맛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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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로버섯이 대체 뭐가 맛있다는 거지?


2017. 6. 21.

희귀한 버섯류의 일종. 한국어로는 송로버섯, 영어로는 트러플(truffle), 프랑스어로는 트뤼프(truffe), 이탈리아어로는 타르투피(tartufi) 혹은 투베르(Tuber)라고 부르는 모양. 진미로 유명하다.

흰색, 검은색 두가지 종류가 있으며 땅 속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돼지나 개 같은 후각이 발달한 동물을 이용하여 파낸다. 특히 암퇘지가 이 냄새에 심하게 반응해 발정기를 연상케할 정도로 날뛰기 때문에 최음제로도 여겨졌다고 한다. 이들도 결국은 동물들인지라 그 비싸고 귀한 버섯을 찾는 족족 먹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는 쇠스랑을 이용하여 온 숲의 바닥을 다 파헤치는 방식으로 버섯을 채취하고 있다.

<흰 송로버섯>


<삶아서 말린 검은색 송로버섯>

떡갈나무 숲의 땅 속에 자라는 이 버섯은 극히 못생겼고, 육안으로는 돌멩이인지 흙덩이인지 구분도 어렵다. 얼핏 보면 야생동물의 배설물 같기도... 땅 속에서 채취하기에 식물 뿌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엄연히 버섯류다. 종균은 5~30㎝ 땅 속에서 자라며 더러는 1m 깊이에서까지 발견되는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주로 검은 송로버섯을 최상품으로 치며, 이탈리아에선 흰 송로버섯을 최상으로 친다. 그래서 프랑스에 남는 흰색을 이탈리아에서 팔고 이탈리아에서 남는 검은 송로버섯을 프랑스에서 판다고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검은 송로버섯은 물에 끓여 보관해도 향기를 잃지 않으나 이탈리아의 흰 송로버섯은 날 것으로만 즐길 수 있으며, 만일 프랑스식으로 해먹으면 특유의 향이 날아간다는 단점이 있다. 많은 버섯이 그렇듯 향이 중요하다고 한다.

재료가 대중적이지 않은데다 유럽의 식재료라, 사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2016년 8월 기준, 제일 하급으로 치는 중국 운남성의 송로버섯의 가격이 G마켓 기준 50g에 56,000원이나 한다. 1kg을 사면 약 112만원이 필요한것. 중국이 아닌 프랑스, 이탈리아산은 1kg 구입시 최대 1억 5천만원을 호가한다고 알려져있다. 2012년 기준 면세점 물가로는 100g에 10만원정도 한다. 금속 은의 가격과 거의 비슷하다. 게다가 캐비어, 푸아그라와는 달리 주재료가 될 수 없는 식재료인지라 주로 파스타나 고기 소스 위에 필러(Peeler)로 긁어다 얹어먹거나 오일과 섞어 소스로 뿌려먹는 진미(珍味)로 취급한다.

고가로 매매되기 때문에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우고, 채취꾼끼리 절도나 폭력, 살인도 자주 벌어진다. 미국에서는 송로버섯 채취시즌이 되면 난리가 난다. 그 지역 땅주인이 일꾼들을 사서 총기로 무장시키고 24시간 감시하는데, 이에 맞서서 몰래 송로버섯을 채취하는 불법채취꾼의 분쟁이 매년 벌어진다. 이런 불법채취를 통해 얻은 송로의 유통을 막고자 유통허가제도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워낙 송로버섯을 구매하려는 중간상인이 많아서 별 효용은 없다.

맛은 강렬한 버섯과 약간의 식초와 고기와 살짝 흙이 섞인 맛이다. 이것 말고는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 혹은 잣 을 한움큼 입에 넣어 씹은 상태에서 라이터 가스 냄새를 동시에 맡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강렬함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진미가 그렇듯이 매우 이질적이고 짙은 향을 풍긴다.

그래서 처음 먹은 사람들은 "이게 대체 뭐가 맛있다는 거지?"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오래 먹어도 적응하기 힘드며 비싸다니까 먹을 뿐 맛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힘들다. 특히나 한국 사람들은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함부로 도전하지 말자. 


굳이 도전하겠다면 순수한 트러플보단 향만을 추출해서 만들어 놓은 트러플 오일을 쓰는 것이 좋다. 어차피 트러플은 향으로 즐기는 음식이니 트러플 오일로도 충분히 자신이 트러플에 맞을지 안 맞을지를 판단할 수 있다. 진짜 트러플을 샀다가 돈만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오일도 그렇게 싸지는 않다는 점. 우리나라에서 인기 많은 송이버섯의 향은 맡자마자 대부분이 좋아할만한 향이지만 트러플은 절대 아니다.

트뤼프의 향은 휘발성이 강하므로 쓸 일이 있다면 송이버섯처럼 향 관리에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는데, 그렇다고 너무 아껴서 쓰면 아무런 맛도 안 난다. 여러모로 쓰기 참 까다로운 식재료.

사실 송로버섯의 향을 내는 물질은 발견되었다. 티오에테르의 일종인데, 퓨어 올리브유나 포도씨유에 이 향을 입혀서 인공 트러플 오일도 만들 수 있다. 이것도 비싸다. 이런 탓에 싸구려 올리브유를 포장한다고 욕먹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