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매실 장아찌 '우메보시' 만드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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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매실 장아찌 '우메보시' 만드는법


2017. 6. 8.

일본에서 매실을 소금에 절여 만든 장아찌 우메보시.

이와 비교하면 한국의 매실장아찌는 매실 과육을 설탕에 절여 만드는 음식이다. 단맛이 강렬하며 매실을 빼내고 남은 설탕진액은 매실청이라 부르며 또 달리 사용한다. 물론 매실 자체가 새콤하기 때문에 약간 신맛이 남긴 하지만, 주재료 이외에는 아무 공통점이 없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차라리 매실절임이 더 비슷하다. 한국의 매실절임은 소금이나 식초가 아니라 된장을 사용한다고… 다만 매실장아찌와 매실절임은 한국식 우메보시가 아니다. 아예 걸어온 길부터가 다른 음식이다. 



보통 염량 8~12%, 전통방식은 20%. 거짓말 안 하고 강렬한 신맛과 포화 소금용액 맛이 난다는 사람도 있다. 제대로 만들면 만드는 과정에서 포화소금물에 버금간다. 김장할때 숨죽일 때처럼 소금이 침전되기도 한다. 20%의 소금을 쓴 것은 잘못 숙성시킬 경우 부패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 요즘은 냉장고 등 저장체도 발달해 있고 일본 사람들도 건강을 위해 저염을 섭취하는 분위기이므로 날로 저염으로 담그는 추세이다. 문제는 원래 저장식품인 우메보시인데 소금을 줄이면 그만큼 저장 효과는 떨어진다는 점. 원래 전통 우메보시는 썩을 일이 없지만 현대식 저염 우메보시는 썩는다.

한국의 고급 일식집에서 만드는 우메보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소금 10% + 설탕 10%의 비율로 만든다. 설탕의 비율을 더 늘리면 입가심으로 괜찮은 맛이 난다.

우메보시의 빨간 색깔은 매실 본래의 색이 아니고, 장아찌로 만들 때 차조기 잎을 넣어서 물을 들인 것이다. 가끔씩 빨간 물을 들이지 않은 우메보시도 있다. 갈색이라 미트볼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신맛에 대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보통 일본 주먹밥 속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우메보시를 구할 수 있는데 일본의 진짜 우메보시는 한국의 매실장아찌에 비해 맛이 무척 시어서, 이것 하나를 조금씩 베어물며 밥 한 공기를 다 먹을 수 있다. 도시락 반찬 및 주먹밥의 속으로 우메보시가 주력이 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맛 있어서 먹는 반찬이 아닌, 밥맛을 돋구기 위한 도구인셈. 또한 일본에서 카레라이스를 시키면 상당수의 경우 반드시 들어가 있기도 하다.
특히 흰 쌀밥을 사각 도시락에 담고 한복판에 우메보시를 박은 우메보시 벤또는 일장기와 모양이 흡사해서 한때 군국주의의 상징처럼 되었다. 그래서 이 도시락을 히노마루(일장기) 도시락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여기에 한 가지 슬픈 전설이 더 있는데, 2차 세계대전 중에 물자가 부족해지자 국민들이 물자를 아끼게 하려고 정부에서 이거 먹는 게 애국이라고 반찬이라고는 우메보시 하나 있는 이 도시락 먹기를 더욱 부추겼다고 한다. 물론 요즘에 나오는 것들은 사이드에 반찬이 조금씩 있다.

참고로 비정상회담에서 일본 패널 나카모토 유타의 말에 따르면, 도시락에 우메보시를 넣으면 그 냄새가 다른 반찬에도 배여버려서 죄다 우메보시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 사람 중에는 싫어하거나 안 먹는 사람도 많다고.


제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5월 말-6월 초에 수확한 황매를 깨끗이 씻는다. 우메보시에 빨간 물을 들이는 차조기 잎을 구할 수 있다면 깨끗이 씻은 후 소금에 절이면 시커먼 물이 나오는데, 너무 당황하지 말고 씻어 헹구고 절이는 과정을 4-5번 반복하자. 그러면 보라색 물로 바뀌어 나올 것이다.

2. 씻어 잘 말리고 꼭지를 이쑤시개 등으로 제거한다. 이 과정을 잘 해야 중간에 부패하지 않는다. 겉에 흠이 없는 매실만 사용하는 것이 부패 예방을 위해 좋다. 

3. 매실을 숙성시킬 통을 잘 소독하고, 매실과 차조기를 담으면서 무게와 비율에 맞추어 준비한 소금을 켜켜이 뿌린다. 

4. 통에 비닐을 깔고 매실을 누르는 누름돌을 올린다. 누름돌의 무게는 담은 매실의 10% 정도가 적절하다. 통 뚜껑을 닫고 실온에서 2주 이상 숙성시킨다. 이 과정이 부패없이 제대로 되었다면 매실즙이 빠져 나오면서 통 안에 맑은 물이 차오른다. 뚜껑을 열면 매실 향기가 제법 괜찮을 것이다. 

5. 텐피보시(天日干し) : 장마가 끝난 후 날이 좋은 8월 경에 매실을 모두 꺼내어 낮에 햇볕에 말렸다가, 밤에는 다시 통에 되돌린다. (통에 남은 매실초는 따로 빼어 조미료로 사용 가능하다.) 이 과정을 1주일 정도 반복한다.

4 상태에서도 먹을수 있지만 텐피보시를 거친 경우만 우메보시라고 부른다.우메보시의 맛을 부드럽게 하고 염도를 제거하며, 차조기에 의한 염색 상태를 고르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 제대로 만든 우메보시는 보관이 용이하고, 몇년간 보관해도 김치처럼 시어지지 않는다. 에도시대 일본의 집터에서 항아리에 담긴 우메보시가 땅속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맛이 변하지 않았었다고 하니 흠좀무. 

매실을 쪼개지 않고 통째로 우메보시로 만들었을 경우, 다 먹은후 씨는 아무데나 뱉지 않고 휴지 등으로 싸서 조용히 버리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그런데 맛의 달인에 씨를 잘게 저며서 밥에 얹어먹으며 별미라고 칭찬하는 지로의 모습이 나오는 걸 보니 씨도 먹을 수 있는 모양이다. 사실 딱딱한 껍질을 깨면 안에 허연 알맹이가 나오는데 그걸 먹는다. 맛이 꼭 땅콩을 사이다에 버무린 듯한 청량감과 고소함이 섞인 맛이 난다. 사실 프루누스속에 속한 식물의 씨앗 알맹이는 같은 속의 아몬드와 비슷한 맛이 난다. 그리고 대개는 청산이 함유되어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낫토, 스모, 가부키와 함께 일본 문화의 관문 중 하나이다. 낫토와 스모, 가부키, 그리고 우메보시를 순수한 의미에서 즐길 수 있다면 일본 문화에 상당히 친숙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지도. 

의외로 처음 먹고 비호감인 사람들이 많다. 일본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아무거나 샀다가 안에 있는 우메보시를 먹었다가 충격에 빠졌다는 사례도 있을 정도. 하지만 맛을 들이면 여름에 더위먹어 입맛이 떨어졌을 때 시고 짠 우메보시가 입맛을 돌아오게 한다.

조선말기에 정탐 겸 여행온 일본인이 쓴 기행문인 조선잡기에 나오는 여행관련 일화 중, 낙동강에서 수적(수상 강도)을 당했을 때 수적이 우메보시를 발견하고 하나 달라고 해서 줬더니 먹은 즉시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다가 달아나 버렸다는 기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