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이후 런던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 참사 '런던 아파트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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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이후 런던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 참사 '런던 아파트 화재'


2017. 6. 20.

이 사건은 2017년 6월 14일 새벽 1시경 런던 서부 래티머 로드에 있는 24층짜리 아파트 그렌펠 타워에서 화재가 일어나게 된 사건이다. 이 화재는 4층부터 시작되어 24층까지 전소(全燒)하였으며 발화 원인은 냉장고 폭발이었다.

소방차 40여대와 소방관 200명을 투입하여 진화를 시도하였으나 아파트 진입로가 1개 뿐인데다가 건물 구조가 복잡하여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렌펠 타워는 1973년에 완공된 고층 임대 아파트로, 매우 노후한 건물이어서 2016년까지 리모델링을 거쳤으나 리모델링 이후로도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다고 한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이었다.


사람들이 자고 있을 시간인 새벽시간대에 발생하였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언론에서도 400명 실종설을 진지하게 말할 정도다. 사고 발생 당시 아파트 주변에 살고있는 무슬림계 주민들이 아파트 주민 몇몇을 구조했으며 어떤이가 각 호의 문을 두들겨 대피를 도왔다고 한다.

약 120여 가구가 피해를 입고 말았으며 현재까지 집계된 부상자 수는 약 80여명으로 근처 6개 병원으로 분산되어 치료를 받고 있고 이중 20명은 위독한 상태이다. 지금은 붕괴 위험이 있어서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 중이며 실종자를 찾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사망자수는 현재까지 30명이지만 점차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위에 언급한 실종자들도 사실상 실종자=사망자로 봐야 할 지경이다.

10명은 직접 병원으로 찾아갔다. 그밖에 간접적으로 피해를 받은 인근 주민 수십 명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실종자가 500명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스프링클러가 있었더라면, 화재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소화기 검사를 제때 받았더라면, 그리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재앙.

이 사건을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다. 후진국에서 자주 드러나는 요인들(저가의 가연성 재질, 안전 설비 부족, 대피 지침 오류 등등)이 맞물려, 대형사고로 커졌다. 제1세계 국가에서 일어나기에는 참으로 황당무계한 일로, 그간 영국 보수당이 추진했던 규제 완화정책의 문제점들이 총집한 사고라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이번 화재가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된 이유는 20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한 집에서 난 불길만으로 단 15분만에 건물 전체로 불타올라버렸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나 빌딩에서 불이 날 경우 소방차만 제때 도착해서 진화한다면 불이 난 층과 그 위아래 층 정도를 제외하면 직접적인 화재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층간 화재가 번지지 않도록 내열 설비를 하고 화재경보기나 스프링클러 등 자체 방화 시스템으로 불길의 확산을 막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진국인 영국, 그것도 수도 런던에 위치한 이 아파트가 자재는 불타오르는 싸구려로 발라재낀 주제에 화재 대비 장치 등은 단 하나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나 런던 대화재나 킹스크로스역 화재사건, 윈저궁 화재 같은 굵직굵직한 화재사건을 겪은 영국은 소방관련 규정이 아주 빡빡한 곳이었는데도 말이다.


일차적으로 규제 완화로 인하여 건물 자체에 문제점이 많았다. 코어가 가연성 소재인 폴리에틸렌 또는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하며, 리모델링 후 입혀진 외장은 ACM, 한국에서는 흔히 알루미늄 복합패널 혹은 샌드위치 패널이라고 말하는 재질이었고, 이를 목재로 고정시켰다고 한다. ACM은 그 특성상 한번 불이 붙으면 활활 잘 타면서 빠르게 번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화재의 전파 속도가 빨라져 피해 규모가 커진 것이다. 가디언지의 기사에 따르면 공사 당시에 내화인증을 받은 패널 대신 m2당 2파운드 더 저렴한 해당 자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고층건물에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저층건물에만 사용되는 자재이다.

또한 주민들은 이 아파트의 안전 설비가 거의 방치된 수준이었다고 주장했으며, 주민회는 지난 20여년 동안 세입자들이 KCTMO(켄싱턴-첼시 세입자 관리기구)로부터 어떠한 화재 안전 지침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20여년 전의 오래된 지침서에는 화재시 집안에 가만히 있으라라는 내용이 있었다. 더 선지에서 취재한, 거주민들이 주장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연히 주민들은 계속해서 민원을 넣었지만 당국은 무시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나 화재 알람이 작동이 안 했고, 그들의 집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했다. "
정확히 말하자면 스프링클러 시스템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화재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대피가 늦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 리모델링에 참여했던 회사의 소개에 의하면 환풍시스템이 화재 경보 시스템과 연결되어있어, 평상시 바깥 공기를 유입시키는 "환경 모드"와 계단실과 각 층 로비의 연기를 빼내는 "연기 추출 모드"를 오갈 수 있다.

만약 화재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로비나 계단실에서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동시에 (이것은 생존자들의 증언과 일부 사망자의 마지막 교신으로 확실히 뒷받침되는 부분이다.) 바깥 공기는 계속해서 유입되었을 것이다.


도대체 10시간 동안 총리 관저에서 뭘 한 걸까?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화재 발생 후 10시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화재현장에 하루나 지나서야 간데다가 삐딱하게 서서 턱에 손을 괸 채로 검게 불에 탄 건물을 올려다보는 것은 물론, 말끔한 특A급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 간부들의 설명만 듣고 주민들도 만나 주지도 않고 곧바로 가버려 욕을 시원하게 먹고 있다. 네티즌들은 16시간에 걸친 화재진압 후 온 몸이 시커멓게 되어 기진맥진한 채 쉬고 있는 소방관들의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그녀가 정말 만났어야 하는 사람들은 이들이었다"고 비판했다.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대조되는 모습이여서 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와서 테레사 메이 총리는 화재 관련 질문에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영국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진상규명을 할 것이다"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거기에다 그녀 특유의 로보틱한 표정과 말투가 섞여 현재 영국민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화재 발생 48시간이 한참 지난 뒤 St Clement’s 교회에서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피해자들과 유가족, 자원봉사자 등을 만났으나, 교회에서 나오는 길에 "Coward", "Shame on you" 등의 비난을 시민들로부터 들어야 했다. 현재 영국 소셜 미디어 등은 메이 총리의 사고 대응이 매우 미흡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메이 총리가 "이 사고에 정부의 책임이 부분적으로 있다"고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Something terrible has happened (비극적인 일이 생겼습니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즉답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일전엔 영국판 박근혜라는 건 반쯤 농담이었으나, 이런 행보 이후 진지하게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 말해서 국민에게 각인된 박근혜의 이미지는 거의 대부분 세월호 참사 이후에 나온 것임을 생각하면... 503과 똑같은 수순을 밟아가는것 같다.

상황이 이런데 메이 총리는 성공회(영국국교회) 켄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를 찾아 개인 예배 (Private Prayer Session)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4층 냉장고 폭발이 원인이라고 밝혀졌는데도 유튜브, 인터넷 기사, SNS의 몇몇 사람들은 무슬림이 냉장고에 폭탄을 넣어서 폭발시킨 범인이라는 등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난민이라서 자기 집도 안 챙기고 도망쳤다.", "무슬림들이 고의적으로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구해내며 이미지를 좋게 하려고 만든 자작극" 이라고 주장하며 혐오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화재 피해자 상당수가 무슬림계들이고 사고 이후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자원 봉사자들도 무슬림계가 많다는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주장에 대하여 비웃듯이 피해자 대다수가 무슬림에 난민이니 잘 죽었다라고 기뻐해야할 것들이 이렇게 딴소리한다고 하는 반응도 많다.


더 선의 기사에서는 화재의 원인인 4층 집 주인이 짐을 다 싼 후 늦게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혀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작은 불씨를 초기 진압도 하지 않고 도망을 쳐서 화재가 크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그의 이웃의 증언에 따르면 이미 짐을 싸고 난 후에야 그의 집 문을 두들겨 그를 불러낸 후에 바로 도망쳤다는 듯. 하지만 정작 그도 화재가 이리 터무니없이 커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현재는 충격받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이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훈련을 받아왔지만 현장의 참사는 이런 훈련을 뛰어넘었다고 호소했다.

영국 정부가 화재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6월 18일부터 5,500파운드(한화 795만원)를 긴급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향후 장례비 등 추가 비용에 대해서도 지급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이 사고 현장에서 인증샷을 찍어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