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사건 '돈봉투 만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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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사건 '돈봉투 만찬 사건'


2017. 5. 20.

2017년 4월 21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특별 수사본부 간부 6명을 데리고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안태근 검찰국장등 검찰국 간부 3명을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안태근 국장은 동석한 수사팀 간부 6명에게 70만~100만원씩, 이영렬 지검장은 검찰국 1, 2과장에게 100만원씩을 격려금으로 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책임자였던 이영렬 지검장과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는 안태근 국장이 우병우 구속수사를 마무리하고 소속 간부들과 함께 만찬을 하면서 금일봉을 주고받은 상황이라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JTBC 뉴스현장 캡쳐>



검사(법조인) 문서에 자세히 나와 있지만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은 검찰내 이른바 Big4라고 불리는 요직중 요직이다. 그런데 다른 Big4인 대검중수부장은 폐지 되었고, 대검공안국장은 시대가 시대인지라 그다지 빛을 보는 자리가 아니라 지금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이 검찰내 최고 실세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산하의 제3차장을 통해 과거의 대검중수부 기능을 흡수한 특수수사의 총 본산이며 검찰국장은 검찰내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다.

직급으로 따지면 2005년부터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급(총 9명)으로 격상되었고, 2013년 4월 대검중수부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검찰내 2인자가 되었다. 검찰국장은 지검장급 37명중에서도 3차 보직으로나 갈수 있는 최고위급 자리이다.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는 지검장급에 해당하며 지검장 1차 보직으로 그다지 좋은 자리는 아니다.(왜냐면 산하에 형사부 밖에 없거든.) 산하에 특수부를 거느리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가장 끝발이 쎄다. 차장급에 해당하며 서울중앙지검장의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자리에 동석한 서울중앙지방검찰내 부장검사들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수사 책임자들로, 부장검사급이며 동기중에서 1/3만 갈 수 있을 정도로 요직이다. 일반적으로 차장 승진하기 전 마지막 부장검사 보직이다. 다만 끝발은 이중에서 3차장 산하 특수1부장이 가장 쎄다. 다음으로 인지수사부서에 해당하는 첨단범죄수사부장도 알아 준다. 가장 바닥이 형사부장들인데 지방검찰청 형사부장들은 땅개라고 해서 한직에 해당한다. 박근혜 정권이 최순실 사건 초기에 첨단범죄수사부나 특수부가 아니라 가장 바쁘면서도 가장 한직인 형사8부에 사건을 배당 한 것을 보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가?

법무부에서는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이 이 자리에 참석하여 사건에 연루되었는데 부장급 검사에 해당한다. 둘 다 최고의 요직으로 차장 승진 전 부장검사 마지막 보직이다. 검찰과장은 검찰내 인사 책임자이며 형사기획과장은 수사를 조율한다.

이를 도식화 하자면
부장검사 마지막 보직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or 법무부 과장 or -> 차장검사 or 지청장 or 고검부장검사(윤석렬) -> 검사장 1차보직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 or 고등검찰청 차장검사 or 대검찰청형사부장(박균택) -> 2차보직 지방검사장 -> 3차보직 법무부 검찰국장(안태근) -> 고검장 or 서울지방검사장(이영렬) -> 검찰총장


이 사건으로 인해 5월 19일자로 안태근과 이영렬은 검사장 1차 보직인 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좌천되는 수모를 겪게 된다. 같은날 대검찰청형사부장 박균택이 3차 보직에서나 갈 수 있는 검찰국장으로 영전하고, 검사장 승진이 막힌 사람이나 가는 한직중 한직 윤석렬 고검부장검사는 몇자리를 건너뛰어 한방에 서울지방검사장으로 승진한다.

주요 일지를 보면
  • 2017년 4월 12일 : 우병우 구속영장 기각 됨
  • 2017년 4월 17일 : 검찰이 우병우 를 불구속 기소함.
  • 2017년 4월 21일 : 돈봉투 만찬 당일
  • 2017년 5월 15일 : 돈봉투 만찬 관련 내용이 한겨레신문 보도로 처음 공개됨.
  • 2017년 5월 15일 : 검찰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단순히 "검찰 후배 격려 차원에서 법무부 각 실·국 관계자들과 모임을 해오던 연장선상의 만남이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부 과장의 상급자이기에 부적절한 의도가 이 모임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 2017년 5월 17일 : 문재인 대통령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와 검찰청에 지시했다. 청와대는 이번 감찰이 검찰개혁의 신호탄이라는 의견에 대해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봐달라"는 발표를 하였다.
  • 2017년 5월 18일 : 법무부 감찰관실은 대규모 감찰반(법무부 감찰팀 10명, 대검찰청 감찰팀 12명으로 구성)을 투입하여 합동 감찰을 실시하겠다고 민정수석실에 보고하였다. 중점적으로 감찰하는 사항은 돈봉투의 출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특수활동비의 사용처 등이다.
  • 2017년 5월 18일 :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통상적으로 감찰이 시작된 이후에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현직을 유지한채 감찰을 받게 된다.


  • 2017년 5월 19일 :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은 당시 참석자 전원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경위서 제출 대상자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간부 검사 7명,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을 비롯한 검찰국 간부 검사 3명 등 총 10명이다.
  •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안태근 검찰국장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되었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는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 좌천되었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팀장으로 활약한 윤석열 현 대전고검 검사가 임명되었다. 또한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에는 박균택이 후임으로 임명되었다.
  • 재집중되는 '특수활동비' : 돈봉투의 출처가 궁금한 가운데 JTBC 뉴스룸에서는 특수활동비에 대해 주목했다. 특수활동비란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와 정보 수집, 이에 준하는 활동 등에 쓰는 돈이다. 다른 예산과 달리 영수증 증빙이 필요없어 '깜깜이 예산'으로 불린다. 즉, 그냥 돈을 쓰고 얼마 썼다고 쓰기만 하면 되는 '눈먼 돈'인 셈. 올해 법무-검찰에 배정된 이런 특수활동비는 287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국가예산의 대표적인 경우는 국가정보원 예산이다. 국가정보원의 경우는 모든 활동이 국가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책정 예산 및 사용내역이 일절 공개되지 않는다. 이러한 예산은 과거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와서 '비밀예산의 내역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거의 매년 국회예산심사를 할때마다 튀어나온다. 특히나 국정원은 국내정치관여로 분란을 몰고다니다보니 더욱 논란이 많다.
  • 해당 사건은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첫번째 인지사건(고소, 고발이 아닌 수사기관이 범죄사실을 인지하여 수사를 시작하는 사건)이 될 전망이다. 뇌물 혹은 횡령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 해당 사건의 주요 인물인 이영렬과 안태근은 2017년 3월부터 시행된 검사 징계법 개정에 의한 첫 적용 대상자이기도 하다. 이 검사 징계법 개정은 지난해 11월 백혜련 의원이 징계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퇴직하는 검사들을 막기 위해 '징계회피 목적의 사표방지' 조항을 도입해서 개정안을 제안했고, 2017년 2월에 통과되어 3월부터 시행중이었던 법이라고 한다. 시기와 사용법이 너무나도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