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태동령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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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태동령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의 비교


2017. 3. 10.

"234대 56, 헌정사에 영원히 남을 숫자들입니다. 또한 시민들이 만들어낸 숫자이기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그렇게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습니다. (중략) 이 시간 이후 한국사회는 12년 전 한번 열었던 문을 다시 열고 들어갑니다. 그 때 열었던 문과 지금 열고 있는 문은 '탄핵'이란 이름은 같지만 그 안의 세상은 완연히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또한 모두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날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의 오프닝 멘트. 위의 엄기영 앵커의 멘트와 비교해보자.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탄핵심판 선고주문

기각과 인용,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그로부터 12년 후인 2016년, 역사는 반대로 반복되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가 가결되자 웃으면서 회장을 떠났던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은 이번에는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 본인이 탄핵받게 되었으며, 2004년 광화문 앞에서 촛불을 들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외쳤던 시민들은 2016년 같은 자리에서, 아니 점점 청와대를 향해 나아가면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게 된다.


2016년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계속 커지면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가 이루어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탄핵 사태와의 상황을 비교하는 분석이 많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탄핵소추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했던 것에 대해 이 탄핵 사태와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강하다. 야권 인사 중 이 탄핵 사태를 직접 경험한 인사들이 많다 보니, 탄핵 역풍의 가능성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서 탄핵소추를 주저하게 된다는 것. 실제로 2004년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추미애 의원마저 탄핵 후 총선에서 자기 지역구에서조차 낙선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은 경험이 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 탄핵을 이끌었던 추미애 의원은 바로 탄핵 역풍으로 인한 낙선을 제외하면 광진구 을 지역구에서만 5선을 지낸 광진의 여왕인데 그런 그녀조차도 낙선을 면치 못했을 정도면 탄핵의 역풍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탄핵 관련 집회만 봐도 2004년 당시는 주로 탄핵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지만 2016년 현재는 퇴진 찬성 촛불집회가 다수라 탄핵 후폭풍으로 인한 역풍이 불 가능성은 낮았다. 그나마 탄핵을 반대하는 이유도 '탄핵 소추 및 헌재 판결로 시간 끌지 말고 박근혜가 당장 자진 하야를 해야 한다', '만에 하나 탄핵 표결 및 헌재 인용에 실패하면 박근혜에게 면벌부를 줄 수 있다'라는 인식이 더 강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안 했다가는 국민들의 촛불이 국회로 향할 판이었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노무현 탄핵으로 인해 탄핵무효 촛불집회가 열렸다면, 2016년에는 탄핵촉구 촛불집회가 박근혜 탄핵으로 귀결된 것도 차이이다.

두 탄핵소추 모두 국회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되었지만, 탄핵 '반대여론이 78%'에 달했던 2004년 노무현 때는 야당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쉽게 탄핵안이 가결되었던 반면 탄핵 '찬성여론이 75.3%'에 달하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새누리당의 대통령 4월 퇴진 당론 결정 및 비박계의 동조로 예측불허 상태가 되었다가, 12월 3일 232만의 촛불에 당황한 비박계 의원들 주축의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가 12월 4일 탄핵 투표에 참여하기로 선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국회의 모습도 상당히 다르다. 그 당시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이 없었을 시기여서 밥먹듯이 날치기, 국회 공성전이 벌어지던 때였다. 노무현 탄핵 당시에도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미리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었으며,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경호권 발동과 의원 수의 수적 우위로 밀어붙여서 국회의장석을 차지하여 탄핵소추안을 가결 시켰다. 하지만 2016년의 탄핵 본회의는 보는 눈도 많아졌다. 탄핵에 대해서 뜻도 잘 모르고 설마 탄핵시키겠냐고 하다가 날치기로 탄핵시켰던 12년 전과 달리 이미 국민 모두가 발전된 매스미디어를 통해 탄핵을 원하고 있었고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하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서 깽판을 친다면 당장 시민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불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국회는 진지하다 못해 매우 싸늘할 정도로 정적이 감돌았다.

본회의가 시작되자 국민의당 원내수석 김관영이 발의자를 대표하여 탄핵 소추안을 제안 설명하였고, 곧바로 표결이 시작되었다. 최경환 의원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299명의 의원이 차분하게 가부 투표를 진행하였다. 개표 이후의 반응도 많이 다른데 노무현 탄핵 사태에는 이긴 쪽은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였던 반면에 진 쪽은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오열하였고, 죄책감에 무릎을 꿇고, 화풀이로 개표함을 부수기도 하였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에는 탄핵을 주도한 야당 쪽에서도 거의 침묵에 가까운 반응을 하였고, 여당 의원들도 침통한 모습으로 가결을 덤덤히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한편, 2004년 노무현 탄핵 사태와 현재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는, 탄핵 추진을 주도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위치가 몇몇을 제외하면 거의 뒤바뀌었기에 두 시기의 사진과 영상 자료를 비교하면서 당시와는 완전히 입장이 뒤바뀐 의원들의 모습을 보고 묘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2004년 탄핵 소추 당시 정세균 의원은 탄핵 발의를 막기 위해서 국회의장석을 강제점거하고 있었는데, 2016년에는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서 국회의장석에 정당한 권리를 가진 상태로 앉아서는 탄핵 가결을 선포하였다. 또한, 2004년 당시 탄핵 사태로 인해 국민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던 추미애가 이젠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로서 탄핵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해맑게 웃는 장면 또한 현재와 대비되면서 인과응보라는 평가도 있다.


유일한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두 사태 모두 반대 측과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