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페미니스트로의 활동과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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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 페미니스트로의 활동과 이중잣대


2017. 2. 14.

2016년 7월에 연달아 터진 디스 일화와 거짓말 논란으로 '테일러 스네이크'라는 별명까지 얻은, 단단히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수
"누가 테일러랑 데이트하겠어? 헤어지면 그걸로 새로운 곡 쓸텐데." 
<이안 헤콕스의 극 중 대사>

테일러 스위프트 본인이 또래 여자 가수들과 일진놀이를 하며 다른 가수를 왕따시키고, 거짓말을 하고, 또 전남친들을 소재로 곡을 쓰는 등 여왕벌처럼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논란을 긁어모으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2010년대 이후로는 평이 상당히 안 좋아졌고, 특히 카녜 웨스트 'Famous' 사건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다만 이런 면에 대해 다른 분석도 있는데, 어쨌거나 항상 논란을 일으켜야 하는 게 연예인의 숙명인데, 테일러 스위프트의 경우 빼어난 음악성에 더해 여성들의 롤모델, '굿걸' 이미지를 컨셉으로 잡아서 대박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노이즈 마케팅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것. 굿걸 이미지로 성공했으니 마돈나처럼 콘브라를 입고 온몸을 노출하며 섹스에 대해 노골적으로 말할 수도 없고, 컨트리 음악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니 정치적으로 센 발언을 할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브리트니 스피어스처럼 파티광, 막장 셀럽의 모습을 보일 수도 없으니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일진놀이하는 여왕벌, 그리고 구남친들 까는 컨셉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굿걸 이미지에 함몰되어 가던 마일리 사이러스의 경우 트월킹 퍼포먼스라는 최악의 노이즈 마케팅 한 방으로 아이돌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미친년인데 뭔가 예술적인 미친년'으로 바뀌었으나, 당연히 테일러 스위프트의 경우 이런 걸 시도했다간 커리어가 끝장날 수도 있으니...


사실 음악 성향이 서서히 컨트리에서 팝으로 바뀐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컨트리 음악은 여전히 남부가 중심이고, 여기는 미국 공화당 텃밭이다. 그러니 아무리 팝으로 갈아탔다고는 해도 컨트리 음악으로 데뷔하고 팬 베이스가 컨트리 음악에 기반한 이상, 다른 가수들처럼 정치적으로 강한 발언을 해서 논란을 일으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했던 딕시 칙스의 경우 융단폭격을 맞고 거의 커리어가 끝날 뻔 했으며, 천하의 마돈나 마저도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는 뮤직 비디오를 만들었다가 사과하고 수정본을 낼 정도. 그렇다면 아예 공화당에 호응해서 미국 민주당을 비난하는 수꼴 발언을 하면 되지 않는가 싶지만 또 미국 연예계는 연예인부터 제작자들까지 대부분 민주당 텃밭이다.

아무튼 그렇다고 이거 다 연기!라고 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이런 면모를 잘 포장해서 마케팅에 활용한 것 만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여왕벌 컨셉이라는 게 욕 엄청 얻어먹으면서도 은근히 감정이입해서 팔아먹기 쉬운 컨셉인지라...애초에 칸예 사건도 잘 보면 막장 래퍼 칸예 vs. 당당한 알파걸 컨셉으로 준비되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테일러 측에서 헛짚고 자비심 없는 킴 카다시안에게 역습당해 KO당했지만.

[페미니스트로의 활동과 이중잣대 논란]

"여성혐오는 사람들이 태어날 때 부터 기본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평등의 동의어이기에, 페미니즘은 내가 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회운동이다."
<2014년 맥심 인터뷰>

테일러 스위프트는 2014년부터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칭하며, 이에 관련된 페미니스트 활동과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스위프트의 페미니즘은 레나 더넘의 영향을 받았다. 더넘은 Bad blood 뮤직비디오에서도 초반에 시가 피우는 여자로 등장한다. 그런데 더넘은 맹목적 낙태 찬성자라고 불리기도 하고 패프닝 사건 때(항목 참조) 남자들은 모두 잠재적으로 성범죄자라는 뉘앙스의 트윗을 써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무튼 페미니즘 지지 선언 자체야 여성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는 면모지만, 여성들만의 연대를 주장하는 급진적인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은 것도 모자라 페미니즘을 기묘하게 곡해해 '여자들은 모두 나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식으로 변질되어버린 것이 문제. 아래의 예를 보면 알겠지만 나는 페미니스트고, 나를 공격하거나 내가 싫어하는 여자들은 모두 나쁜 년이라는 식으로 행동해서 문제가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에게도 이와 같은 짓을 해 빈축을 제대로 샀다.

[니키 미나즈 VMA 어워드 발언 관련]

"다른" (인종의) 여성 아티스트가 기록을 갱신하고 문화적으로 임팩트 있는 뮤직 비디오를 내놓으면 (VMA에) 노미네이트 되지. / '올해의 비디오'에 노미네이트되려면, 마른 여자들을 찬양하는 뮤직 비디오를 찍어야 돼.
@NICKIMINAJ
 
나 항상 널 사랑하고 지지했는데. 여성들끼리 서로 비난하는 건 너 답지 않다. 남자들이 ('올해의 비디오' 노미네이트를) 가져간 걸 수도 있잖아.
@taylorswift13
 
응? 내 트윗 잘못 읽은 것 같다. 너에 대한 얘긴 하나도 안 했어. 나도 사랑해. 하지만 (인종차별과 성차별)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 줬으면 좋겠다.
@NICKIMINAJ

2016년 7월 니키 미나즈의 VMA 어워드 발언 오해 사건에서 "다른 여성을 깎아내리는 것이 당신답지 않다. 다른 남자들이 당신의 상을 차지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트윗한 것이 상당한 문제가 되었다. 일단 미나즈의 발언은 스위프트를 저격한 디스 발언이 아니었다. 비욘세와 찍은 <Feeling Myself> 뮤직비디오가 '올해의 비디오' 노미네이트를 받지 못한 것을 비판하는 한편, '뮤직비디오에 마른 여자들이 나온다면 넌 상을 받을수 있다'는 논지로, VMA에서 인종과 장르 차별, 그리고 여성의 외모와 몸매에 대한 차별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스위프트는 이 발언을 '다른 여성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규정했던 것. 다만 이후로 오해였음을 밝히고 트위터에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커밀라 벨 성희롱 사건]

"그 여자는 성자도, 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도 아니야. 그 여자는 여배우지. 매트리스 위에서 하는 짓으로 더 유명해."

위에 기재되어 있듯이 애인과 깨질 때마다 그에 관한 곡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데, 'Better Than Revenge'라는 곡에서 조 조나스의 자신 이후 여자친구인 커밀라 벨을 인신공격 수준으로 비하하는 가사를 넣고, 콘서트에서 이에 대한 퍼포먼스를 해 논란이 일었다. 이 곡이 최악의 디스곡으로 손 꼽히는 이유는 우선 커밀라를 성적인 방법으로 비하했다는 점에 있지만 그 외에도 지적할 부분이 많다. 

우선 사실 날조라는 점에서 문제이다. 테일러는 커밀라가 조에게 꼬리를 쳤다는 식으로 가사를 썼으나 사실은 먼저 관심을 보인건 오히려 조 조나스였다. 이후 커밀라에게 적극구애를 이전부터 해왔다가 커밀라가 받아준 것. 그리고 조와 커밀라가 교제를 시작한 것도 조가 테일러와 헤어진 이후로, 테일러가 주장하는 바와 달리 바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같은 앨범엔 조나스에 대해 아름답게 그리워하는 곡까지 실려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사랑은 아름답게 포장하고, 그의 현재 여자친구는 성적으로 비하한 것.

뿐만 아니라 테일러가 커밀라의 처진 눈꼬리를 비하하는 내용도 곡에 담아 더욱 저급한 디스곡으로 평가받고있다. 곡 자체도 문제지만 곡 퍼포먼스도 수위가 세서 커밀라를 연상시키는 마른 브루넷 여성을 대동하고 테일러가 그 여성을 때리고 미는 퍼포먼스를 한다.

더군다나 커밀라가 그런 소리를 들을 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 이성 편력이나 성격을 두고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일단 커밀라는 공식적인 애인이 단 둘이었고 스스로가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이 디스곡으로 테일러 팬에게 공격 당했을 뿐만 아니라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 괜한 오해를 받게 되었다. 나중에 커밀라가 한 고백에 따르면 저 디스곡 발표 당시에 하루에 몇백 개나 되는 욕 문자가 쏟아져서 너무나 두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커밀라는 이에 일체 대응하지 않았다. 사실 당시 한창 인기몰이하던 팝스타 테일러에 비해 커밀라의 배우로서의 입지는 비할 바 못 되었으니 못했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이후 테일러는 이 사태를 두고 그때는 자신이 너무 어렸다고 후회하는 듯한 언행을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커밀라에게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커밀라는 아역 때부터 차근차근 올라와서 이제 막 뜨기 시작할 무렵에 이 디스를 당해 커리어가 완전히 무너졌다. 아역 배우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올리며 22살에 무려 단독 여주를 따낼 정도로 촉망받던 배우였는데 지금은 근근이 배우 생활을 이어가는 정도. 여배우들이 대체로 20대 때 필모를 잘 쌓아서 자리 잡지 못하면 그 이후에 뜨기 힘들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진짜 커밀라 입장에선 인생을 망친 원수라고 과장해도 할 말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테일러 팬들은 커밀라의 인스타그램에 욕설을 마구 써놓는 등 무개념 행동을 보여 다른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사건 당시는 물론이고, 아직도 테일러의 팬들은 커밀라의 인스타에 악플을 달고 있다. 심지어 2016년 여름에 카녜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 사건이 터지고 나서도 갑자기 애꿎은 커밀라에게 창녀라는 등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붓는 지경. 대표적으로 테일러의 어떤 팬은 가만히 있는 커밀라의 인스타에 네가 테일러를 욕한다고, 네가 다시 유명해지는 건 아니야. 라고 조롱하는 댓글을 달았다. 

심지어 커밀라의 팬들이 억울해서 해명을 할 때조차도 오히려 "테일러가 커밀라같은 듣보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거니 주제를 알고 감사히 여겨라."라고 말같지도 않은 말을 할 정도였다. 팬심이 지나치면 이성을 잃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지만 애초에 누가 커밀라를 공격하고 끝내 쓸쓸히 잊혀지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보면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티나 페이 & 에이미 폴러 디스 사건]

다른 여자를 돕지 않은 여자에겐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there's a special place in hell for women who don't help other women)

또한 2013년 골드 글로브에서 SNL 출신 코미디언인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가 모두에게 디스를 날리는 와중 테일러한테도 디스를 날린 적이 있다. 테일러의 화려한 남성 편력을 가지고 깠는데 당시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사교계 데뷔를 한 마이클 J. 폭스 아들을 건들지 말라는 식으로 했었다. ("테일러 스위프트, 그 사람 아들한테서 떨어져! 아니면 사귀어!")

물론 기분 나쁠 수 있었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다른 여성을 돕지 않는 여성에겐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고 베니티페어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상한 방식으로 까버렸다. 그러나 티나 페이와 폴러가 마초 천국인 미국 코미디언 사회에서 여자들은 안 웃기다는 선입견을 깨고 여성 코미디언의 길을 개척한 진짜 페미니스트라는 걸 생각하면... 테일러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이 나에게 동의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테일러 본인이 커밀라나 케이티 페리 등 여성들을 디스해 오지 않았나.

1년 후 2014년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폴러에게 페이는 "사랑해, 지옥에 널 위해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거야."라고 센스있게 받아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