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더러운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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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더러운 잠'


2017. 1. 26.

나체가 포함된 그림이라 링크로 대체


더러운 잠은 이구영 화가가 그린 풍자화이다. 이구영 화가는 에두아르 마네의 대표작 올랭피아와 조르조네(Giorgione)의 대표작 '잠자는 비너스'(Venere dormiente)를 재해석해 이 누드화를 그렸다. 더러운 잠은 박근혜 대통령이 나체로 누워있고, 옆에 최순실이 꽃을 들고 서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하고 박근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 그림은 2017년 1월 20일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표창원 의원이 연 ‘곧, BYE! 展’에 전시되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면서 여성의 몸을 드러냈다는 점에 있다. 페미니즘을 위시한 여러 단체들은 여성 나체를 드러내는 풍자가 성적인 모욕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아직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누드화는 대통령 박근혜의 실정을 비판하고 풍자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가 여성이라는 점만 부각시켰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박근혜의 부패나 치정 문제를 비판한다면 건전한 비판이겠지만, 그렇지 않고 단순히 여성의 몸만 부각시킨다면 되려 남성우월주의적인 시각만 드러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수단체 뿐 아니라 예술계에서도 선뜻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작품을 옹호하는 측은 이 작품이 여성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려는 목적으로, 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려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권력자로서 상위 서열에 있는 대통령의 실정과 부패를 비판하기 위한 풍자화일 뿐이며, 그 정도 맥락 파악은 누구나도 할 수 있다. 이를 이해하지 않고 단순히 여성 비하라 한다면 역시 여성의 누드를 통해 표현한 마네, 드가, 쿠르베도 여혐이고, 표현기법의 하나로서 누드화를 배우는 미대생들 전원이 여혐을 범하고 있는가? 이건 달을 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킨 손가락만 보고 뭐라 하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을 남성 나체 사진에 합성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한 것도 남혐이라 할 것인가?



한편 이번 사건의 불똥은 표창원 의원 측으로 튀었다. 보수단체는 이 그림을 전시한 것에 반발하여 표창원 의원을 비판했다. 더러운 잠 전시에 반발한 보수단체 회원이 이 그림을 훼손하였다. 그리고 일부 네티즌들은 홈페이지에 더러운 잠과 유사하게 표창원 의원과 표창원 의원 부인을 합성한 그림을 만들어 올렸다. 결국 표창원 의원은 '여성분들께 많은 그런 상처를 드리는 작품들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 사과했다.

이 작가는 “민주당이 표가 깎일까봐 ‘여성 폄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위파악도 하지 않고 대응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은 “작가가 어떤 식으로든 창작 의지를 갖고 제작한 작품이 마구 훼손되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영역이 이렇게 품격 없이 다뤄져도 되는지 줘도 되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구영 작가는 대학로에서 작품을 계속 전시할 계획이다. 으레 예술가들이 그러듯 '판단은 관람자의 몫'이라 여기는 듯하다.

해외에는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다. 예술작품에 빗댄 풍자는 기본이고 그냥 대놓고 모욕하는 그림도 상당수 있다. 이런 풍자에 대한 선진국들의 태도와 샤를리 엡도 테러 당시 한국 언론의 보도를 보면, 대한민국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실감난다.


  • 마리 앙투아네트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당대 프랑스인들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성적인 모욕을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다 갖다 붙였다.

  • 아르헨티나의 전직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가 이런 성적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이런 성적 풍자의 대상이 됐다. 2016년 대선 기간중 도널드 트럼프의 나체 풍자 동상이 제작되자 어느 공화당 지지자가 월가 금융인이 뚱뚱하게 그려진 나체의 힐러리 클린턴을 껴안으려 하는 모습을 그린 동상을 제작해 거리에 전시했다.

  • 기사에는 힐러리 성적 풍자를 젠더 문제로 확장시킨 사례는 전무하다고 썼는데, 실제로는 두 의견이 대립했다. 비판 의견은 권력층 인물이라 해도 성적, 신체적으로 '분명한 약자'인 여성에 대한 성적 풍자는 분명한 폭력이며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반박 의견으로는, 해당 풍자는 흥분을 위한 섹스어필을 의도로 삼고 있지도 않으며, 권력층에 대한 희화화가 목적이다. 그러므로 굳이 젠더를 구분 짓고, 여성성만을 약한 것으로 규정 짓고 보호하려는 여론이 성평등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

  • 2012년 캐나다에서도 최고 권력자를 풍자하기 위해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그림이 공공도서관에 전시돼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여성화가 마가렛 서덜랜드는 보수당의 보수적인 성 (性)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하퍼 총리를 여성 누드로 묘사했던 것이다. 풍자 대상이 남자와 여자로만 바뀌었을 뿐 권력자에 대한 비판 의도, 드러난 표현이 거의 판박이다. 하지만 하퍼 총리 측은 “거슬리기(bothered)보다 우리도 즐겁다(amused). 다만 총리는 커피를 안 마시는데…”라고 논평했을 뿐이다. 하퍼 총리의 시중을 드는 것으로 묘사된 여성 관료가 캐나다 국민 커피 ‘팀 호튼’을 들고 있는 게 “팩트와 맞지 않다”는 위트 넘치는 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