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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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2015. 5. 14.

이 책은 그 동안 과소평가되어 온 전 세계 기아의 실상과 그것의 다양한 원인을 보여준다. 그것을 통해 저자는 굶주림에 대해 피상적 인식만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그것을 해결해야 할 당위성을 느끼게 하고, 그것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화두(話頭)를 제시하고 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1. 기술 진보와 굶주림의 패러독스

다른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있어서 의식주 중 생명과 가장 직결되는 것은 식(食)의 문제이다. 따라서 인류가 탄생한 시점으로부터 지금까지 식량 확보는 인류에게 있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관심사였다. 구태여 식량 획득의 가장 한계적 수단인 수렵과 채집을 통해 먹을 것의 문제를 해결했던 농사 시작 전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기아는 인류 역사에서 단 한 순간도 없었던 적이 없었다. 산업혁명 이전 시기의 인류는 기술 부족으로 인하여 기근을 비롯한 각종 자연 재해 등으로 기아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과도 같았다. 

산업화 이전인 18세기 말에 출간된 멜서스(T. Malthus)의 <인구론>에 의하면 인구의 증가는 식량 생산량의 증가보다 훨씬 빠르다. 따라서 인구 증가가 억제되지 않는다면 수확체감의 법칙에 의해 기아는 더욱 심해지게 될 것이라고 멜서스는 주장하고 있다. 이는 기술 진보의 역할을 무시한 경향이 강하다.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생산량을 크게 개선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눈부시게 이루어진 오늘날에도 기아는 미해결의 문제로 남아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99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3,000만 명 이상이 생명이 위태로운 ‘심각한 기아상태’에 처해 있고, ‘만성적인 영양실조’까지 포함했을 경우 8억 5000만 명 이상이 기아 인구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20%에 달하는 수치로, 1984년 기준 농업생산량으로 120억 명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식량 분배의 구조가 심히 왜곡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멜서스의 주장에 입각한 기아의 자연도태설적인 측면의 강조는 어떠한 명분도 없이 기아를 정당화하고 그것의 해결을 도외시하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남아도는 식량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인해 각종 신체적 손상을 입는 것은 물론, 목숨까지 잃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기아문제의 해결은 인도적 차원의 당위성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2. 기아문제의 원인 - 사례를 중심으로

이 책의 저자는 기아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것의 해결책 제시를 모색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계화된 시장에서 경제논리 만능주의는 인간애를 배제하고 몰가치(沒價値)화된 식량 분배 구조를 낳았다. 이처럼 왜곡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기아는 해결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조가 개선된다면 전 세계의 기아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식량의 생산이 증대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환경파괴라고 하는 비용을 치러야하는 문제가 생겼다. 환경의 파괴는 기후를 변화시켜 홍수나 가뭄과 같은 자연 재해 발생을 증가시킨다. 자연 재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있고 그로 인해 기아문제가 발생한다. 저자는 그 중에서도 특히 삼림파괴와 사막화를 설명하고 있는데, 우선 삼림파괴는 원주민의 주거지를 위협할 뿐 아니라 기후를 변화시키는 데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한다.

화전민들과 다국적 기업의 벌목 및 목장 경영 등으로 인해 아마존에서는 1998년 한 해에만 벨기에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삼림이 파괴되었다. 아마존은 삼림이 방대해서 불법 벌목 감시를 하기에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부패한 관리들로 인하여 법의 집행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삼림보존에 대해 법이 엄정하게 집행된다면 벌목 노동자들의 실업과 그에 따르는 그들의 생계 수단 상실이라고 하는 새로운 문제가 일어난다. 이에 대해 프리드먼은 벌목하기 좋은 지역의 생태공원 조성과 벌목 노동자들의 생태공원 관광 안내원 고용이라고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화전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나무를 베지 않고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나무 그늘 속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코코아나 커피 등의 재배를 장려하는 등의 정책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후 변화와 지역 주민들의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막화 역시 기아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의 지구 서미트에서 사막화 방지 협약 제정이 합의되었지만 그것을 막기 위해 드는 추정 비용이 430억 달러라는 점 등은 문제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사막화로 인해 수백만의 농민이 경작지를 잃고 그들의 주거지를 떠나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환경난민이라고 하는데 환경난민은 생존을 위해 도시로 이동하고, 그들은 그 곳에서 마땅한 생계수단이 없어 도둑질과 매춘 등으로 살아간다. 이는 범죄율의 증가와 도시 인구의 증가, 그것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삶의 질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켜, 기아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방해하는 하나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각국이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 경제적인 지도층의 잘못된 권력 행사 역시 기아문제의 또 하나의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몇몇 국가의 정치적 지도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많은 수의 반대 세력을 굶겨 죽이는 형식으로 숙청하거나 복종시키고 있다. 세르비아 공화국의 밀로셰비치(S. Milosevic) 전 대통령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인 사라예보의 시가지를 봉쇄해서 많은 사람들을 굶겨 죽였고, 라이베리아의 테일러(C. taylor) 전 대통령 역시 1996년 내전에서 한 도시에서 적들을 포위해서 굶겨 죽인 사례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식민 통치의 잔재와 구종주국들의 정치적 간섭으로 인하여 기아를 악화시키고 있다. 식민지 정책의 잔재 중 가장 파급이 큰 것은 농작물의 특화 재배이다. 이는 자급자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식량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세네갈은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 정책의 여파로 인해 땅콩의 재배로 국가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땅콩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매우 적고, 땅콩으로 얻은 돈으로 식량을 수입할 때 관료들의 부패로 인해 식량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 하다. 


저자는 부르키나파소의 개혁자였던 상카라(T. Sankara)의 예를 통해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답하고 있다. 상카라는 1983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젊은 군 장교 출신 대통령으로서 집권 이후로부터 다양한 개혁을 통해 기아 문제 해결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는 우선 지방자치제도를 통해 보건의료사업이나 수도 사업 등 주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공공 서비스를 실시하였고, 납세 능력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내는 세금인 인두세를 폐지하여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 전에는 마을의 지도자들이 그들 마음대로 땅을 할당하고 경작에 대한 명령권을 가지고 있어서 돈이나 수확물, 강제 노동 등의 형태로 땅의 이용대가를 징수하는 토지 구조를 국유화를 통해 강제적 징수를 사라지게 했다. 그에 따라 그가 집권한지 4년 만에 부르키나파소는 가난을 상당부분 완화시켰고, 거의 완전한 자급자족을 달성하게 되었다. 


이런 그의 개혁은 이웃 국가의 독재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그들과의 관계 악화로 인해 라이베리아의 테일러 대통령의 계획에 따라 상카라는 그의 동료에 의해 살해당했다. 프랑스 역시 아프리카 국가에서 개혁의 확산을 우려하던 터였다. 프랑스는 국가의 힘에 상관없이 국제사회 - 특히 국제기구에서 모든 국가가 하나의 투표권을 갖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외교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를 대가로 그들 국가의 독재자들의 권력을 묵인하거나 강화시켜주고 있다. 한 국가의 이익과 사적인 이익의 결합이 얼마나 반인도주의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다국적 기업 역시 기아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1973년 칠레의 쿠데타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1970년 칠레에서 사회주의자인 아옌데(S. Allende)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이었던 만 15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 무상 제공을 실현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로부터 분유 거래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그의 개혁 정책은 많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에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였다. 그에 따라 당시 미국의 닉슨(R. Nixon) 대통령과 국무장관이었던 키신저(H. Kissinger)는 중앙정보국(CIA)을 사주하여 칠레의 피노체트(A. Pinochet) 장군의 쿠데타를 도와 아옌데 대통령을 제거하였다. 결국 칠레의 기아문제 해결은 원점으로 돌아갔고, 수많은 아이들은 굶주림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하게 되었다.


3. 활로의 모색

지금까지 기아가 왜 발생하며, 왜 해결되지 못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이를 통해 기아문제는 단순히 세계 정치경제 구조의 문제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 책의 저자는 기아문제를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급자족 경제의 구축 외에는 방도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자급자족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에서의 방법론적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구조적 관점과 도덕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워싱턴 합의에 따르는 시장과 자본 만능주의적 발전 모델에 의해 기아문제라고 하는 인권과 관련된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 이처럼 양극에 위치한 것처럼 보이는 워싱턴 합의와 인권 문제는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현재로선 상호의존적인 세계화의 흐름을 막을 방책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것이 옳은 것이든 그른 것이든 세계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세계화를 중재하거나 제어할 그 어떤 행위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원조는 단기적이면서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지만, 그것 역시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수단의 이슬람 지도자인 알 투라비(H. Al-Turabi)가 내전을 피해 숨어있는 반대세력을 지원하려는 구호 단체의 비행기를 포격했던 사례를 비롯하여 국제사회의 원조가 독재자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가의 비행(非行)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은 국제연합(UN)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기아문제 해결의 한계를 반증하고 있다. 

오히려 걸프전 이후 이라크에 대한 UN의 경제 제재 조치는 많은 어린이들을 식량 부족과 의약품 부족으로 인해 죽음으로 내몬 반인도주의적 개입이었다.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주의적 개입은 어떤 국가의 전략적 가치와 부합될 때에만 가능하다. 헌팅턴에 의하면 UN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국은 서양문명과 그리스 정교 문명, 중국 문명의 3개의 문명권을 구성하고 있다. 각국 간의 외교정책 차이가 그의 주장처럼 문명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상이한 문명을 기초로 하는 UN의 안전보장이사회의 국가들이 개입에 대한 합의에 쉽게 이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 남은 희망은 군사적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개입이다. 

국가의 이익에 반(反)하거나 그 효과가 미미하다면 단지 인류애만의 이유로 기아문제 해결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오히려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집트의 무바라크나 파키스탄의 무샤라프와 같은 반민주적 지도자들을 옹호해왔다는 점과 앞에서 언급한 칠레의 쿠데타 지원 사례 등을 고려할 때 기아문제를 악화시키는 독재자들의 축출을 통한 문제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역시 인간이 아닌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 한 개입을 하더라도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없다. 이처럼 국가를 인간에게 적용하는 보편적인 도덕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기아문제는 저자의 생각처럼 전 인류가 다른 인간의 고통을 공감하고 연대감의 회복을 통하여서만이 해결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을 바라는 것은 결코 잡지 못 할 무지개를 따라가는 것은 아닐까? 정답을 찾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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