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은 스팸이 전세계적으로 보급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군의 C레이션에는 물론이고, 영국을 비롯한 우방국에 지원되는 랜드리스 물자에 당당히 스팸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은 스팸랜드라는 자조섞인 농담으로 불릴 정도로 스팸을 오늘날의 스팸메일처럼 받았다. 영국은 식량 부족으로 전쟁 기간은 물론이고 전후까지 배급제를 실시했고, 영국 해군은 일부에서 아직 염장고기를 먹고 있던 시대였으니 스팸이 얼마나 위대하게 보였을지는 두말하면 잔소리. 그리고 태평양 지역 괌, 필리핀, 하와이에서도 스팸이 매우 인기가 높았다. 특히 이쪽은 스팸 말고는 고기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었다.
한편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 서유럽 대륙 국가 대부분이 대전 초기에 독일군에 패배하면서 대전 중기 상황에서 유럽의 대 독일 전선은 영국(+ 미국)이 감당하는 서부전선과 소련이 감당하는 동부전선으로 정리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 중 서부전선은 섬나라인 영국과 대서양 건너에 있는 미국의 특성상 주로 (인명 손실이 비교적 덜한) 해상전과 공중전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지만, 독일과 육지로 연결된 동부전선에서는 밀을 생산하는 서부의 곡창지대를 잃고서 '1명이 죽으면 10명, 10명이 죽으면 100명을 보내는' 식으로 버티는 소련과 어떻게든 겨울이 오기 전에 모스크바를 차지하려는 독일군 사이에 처절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즉 대전 중기 소련은 동부전선에서 독일의 거의 모든 육군 전력을 감당해내고 있었던 것.
따라서 소련은 영국과 미국에 "대규모 상륙작전 등을 통해 서부전선에서도 독일을 공격해서 '제2전선'을 열라"고 요구하고 있었으나, 영국은 프랑스 전역에서 입은 타격에서 간신히 회복되고 있었고 미국은 급하게 전쟁에 끌려들어간 판에 막대한 자원과 비용, 인명의 소모를 감수해야 하는 상륙작전을 쉽게 펼칠 수 없었다. 결국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서부전선에서도 본격적인 지상전이 시작됐지만 그때는 동부전선의 전세가 기운 상황이었다. 결국 영국과 미국은 소련에 대해 동맹으로써 일종의 외교적 부채를 지고 있는 입장이었던 것. 이 상황에서 그나마 미국의 체면을 살렸던 것이 소련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랜드리스로 지원된 막대한 양의 물자였고, 그 절반은 식품이었으며, 대부분은 스팸을 비롯한 육가공품과 초콜릿, 유지(油脂)였다.
소련군은 그렇게 공급된 스팸을 '루스벨트 소시지'라고 부르며 퍼묵퍼묵했고, 러시아군 장병들은 스팸 캔을 딸 때마다 수뇌부가 영국과 미국에 줄기차게 요구하던 (그리고 본인들 자신에게도 희망인) 제2전선 전개에 빗대어 미국의 지원물자 깡통을 열면서 "제2전선을 열고 있구만."하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상기했듯 자조를 주고받던 영국과는 달리 소련쪽에서의 스팸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는데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를 털려 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북방의 싸구려 저급 곡물인 귀리와 호밀에 곁들여 먹는데 딱 맞는 짭짤하고 느끼한 스팸이 그야말로 천상의 조합이었을뿐더러, 혹한의 기후를 버티기 위해 보드카 안주로 소금과 향신료에 푹 절여 숙성시킨 돼지 비계인 살로를 주로 먹던 러시아인들에게 스팸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동시에 야전에서 고기를 주식으로 삼던 미영 연합군 측 장병들에게 상당한 곤욕을 선사하기도 한 식품이기도 하다. 더럽게 짜고 기름지고 비린내나는 골판지 맛이라 그냥 고기처럼 처묵처묵하기엔 부적합했기 때문. 그리고 비린내를 없애려고 바짝 익혀먹으려고 불을 피워 굽기라도 하면 비린내가 엄청나게 퍼졌는데, 야외에서 요리하면 경우 그 냄새가 반경 1마일까지 퍼진다. 이러다보니 태평양 전선에선 스팸을 굽는 냄새가 굶주린 일본군을 현혹하기도 했고 반대로 일본군에게 당하게 만드는 식품이었다. 여기에 워낙 많이 뿌려진데다가 이거 말고는 고기를 접하기 어려웠다 보니, 처음에는 "염장육보다 훨씬 나은 물건이 나왔다"면서 좋아했던 군인들이나 민간인들도 나중에는 질려서, 전쟁이 끝난 뒤 참전용사들이나 영국인들 사이에서는 스팸을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공로(?) 덕택에 전쟁을 대비한 비상상비식품으로 선호받기는 했지만 차차 다른 햄에 밀리게 된 것은 당연지사였고, 웰빙열풍이 불면서 그 이미지는 더욱 나빠졌다.
아무튼 개인의 취향과는 별개로 육류의 안정적인 보급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음식으로 꼽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저가에 대량으로 그럭저럭 먹을 만한 맛과 포만감을을 보장하는 고단백, 고열량, 고염분의 장기보관식품이었던 스팸이 전선의 육류 공급에 골머리를 썩는 군대에게 인기가 좋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육류 공급은 특히 야전 장병들의 식사를 통한 사기 진작과 영양소 공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럽전선 총사령관 미 육군 원수 아이젠하워 장군은 호멀 사에 전쟁 승리 기여에 대한 감사장을 보냈고 소련 2대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도 회고록을 통해서 전쟁 중의 스팸의 기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후일 냉전의 주축이 되는 미소 양대 강대국들의 높으신분들도 인정할만큼 스팸의 보급능력이 인상깊었다는 것.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 등 미군이 가는 전장에는 언제나 스팸이 따라다녔고, 지금도 주요 소비국은 미군이 주둔하거나 아니면 주둔했던 나라라는 특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 필리핀, 일본 등이다. 또한 많이 소비되는 지역이 하와이나 필리핀, 괌, 사이판, 오키나와 등 더운 지역이라는 특징도 있다. 더운 지역이 지방과 염분 배출이 심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치에 맞는다.
호멀 사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미국, 영국을 이어 세계 3위의 스팸 소비국인데, 부대찌개 등의 재료로도 쓰이지만 애초부터 스팸이 짭쪼름한 맛과 기름기가 함유된 육류식품이기에 당연히 쌀로 만든 밥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오죽하면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말이 들어간 CF까지도 있었을 정도였으니...
미국 본토에서는 싸구려 음식이나 건강 문제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하와이에서는 국민음식급으로 인기가 많은 점이 독특하다. 스팸 무스비라는 주먹밥 종류의 요리도 있고, 심지어 버거킹이나 맥도날드에서도 스팸이 들어간 메뉴가 있을 정도라니 더 말이 필요 없을 듯. 편의점이나 학생식당 같은 곳을 가보면 꼭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스팸이 들어간 소바도 판다고 한다.
열악한 사정의 외국 스포츠 구단들은 스팸을 자주 먹는다. 대표적인 예로 마이너 리그 베이스볼의 트리플 A 구단들은 스팸을 위시한 육류 통조림과 식빵, 각종 잼과 땅콩버터를 선수단 식사로 지급한다. 다른 스포츠의 열악한 구단들은 스팸 카레를 먹는 경우도 있다고.
반면 한국에선 스팸보다 동일 중량의 돼지고기가 더 싸기 때문에, 스팸을 식사로 주는 구단들을 보기 쉽지 않다. 게다가 햄 중에서도 대한민국에는 스팸보다 더 싼 햄들이 많다. 스팸 정가는 100g에 1,500원 수준으로 매우 높고, 대형마트 묶음 행사제품 가격이라도 100g에 1,000원은 넘는다. 국내산 냉장 삼겹살이나 목살을 제외하면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 모두 스팸보다 저렴하며, 삼겹살이라 목살이라도 수입 냉장/냉동이 스팸 그것도 행사나 해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할 정도니 말 다했다. 분쇄육에다 통조림인 특성상 저가의 저질 육류와 지방이 재료로 쓰였을 확률이 다분하고 보관에 용이해 보관 비용면에서도 유리한 스팸이 생식품인 생고기보다 무게당 가격이 훨씬 비싸다는 건, 터무니없는 고가 마케팅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