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7.
이 글은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학생인 에린 맥켈(Erin McKelle)이 쓴 글입니다.
아래는 내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본 사람은 누구나 내가 뚱뚱하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나는 자칭 '뚱뚱함의 긍지'에 대한 운동가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뚱뚱한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믿는다는 얘기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뚱뚱한 내가 너무 좋다.
그럼에도 고민이 하나 있다. 나는 평소 몸이 드러나는 옷을 즐겨 입는 데, 사람들은 이런 내 패션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배꼽티, 미니스커트, 비키니, 레깅스 또는 몸에 딱 붙는 치마 등등. 나는 이런 옷을 입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못 느낀다. 하지만 나를 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뚱뚱한 주제에 감히 몸을 드러내?' 이런 식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뚱뚱한 여자는 자신의 몸을 사랑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더더욱 몸을 감춰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불쾌한 일도 자주 겪는다. 사람들은 나처럼 자신의 섹시함을 자랑스러워하는 여자에게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황하곤 한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뚱뚱함의 긍지'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fatkini(bikini 변형) 해시태그는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가는 중이다. H&M이나 포에버21 같은 잘 나가는 패션매장들도 빅 사이즈의 옷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뚱뚱'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오명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이런 걸 보고 발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의 풍부한 곡선을 자랑하고자 하는 여성을 제대로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올 여름에도 나는 수 많은 사람에게 눈총을 받았다. 감히 나 같이 뚱뚱한 여자가 배꼽티에 짧은 핫 팬츠를 입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아래는 나처럼 뚱뚱한 패셔니스타와 소통할 때, 당신이 알아야 할 5가지다.
뚱뚱한 여자와 소통할 때 알아야 할 5가지
1. 남에 대한 신경을 꺼라.
정말 신경을 꺼라. 일단 앉아서 진정하라.
내 배가 보여서, 또 내 허벅지가 출렁거린다는 사실에 불쾌하다면 답은 간단하다. 어디 가서 처박혀 없어져라. 내 육체는 내 것이며 그걸 가지고 누구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그게 다다.
뚱뚱한 여자를 봐야한다는 게 슬픈가? 뭐, 어쩌겠나.
그런데 당신이 사는 이 세상이 폭력과 암흑에 쌓여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 화를 내고 싶다면 그런 비극에 대해 화를 내고 말아라. 내 뚱뚱함에 대한 신경은 딱 꺼라.
2. 나를 뚫어지게 보지 마라. 난 인간이지 무슨 눈요기가 아니다.
몸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나가면 가장 많이 겪는 일은 따가운 시선이다. 어떤 사람은 눈알을 돌리며 역겨운 듯한 표정을 짓는다. 또 어떤 이들은 무슨 박물관 소장품을 보듯이 멍청하게 쳐다본다. 어쨌든 시선이 많다.
나 때문에 당신이 가지고 있던 여성의 뚱뚱함에 대한 인식이 복잡해질 것이란 사실은 나도 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티 내지 말고 하기를 바란다. 당신이 나를 쳐다본다는 사실이 뻔뻔하게 드러나면 그건 불편한 행동이다.
나는 무슨 감탄의 대상이 아니다. 나는 한 인간이다. 나에게도 멋지게 치장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이상의 문제제기를 하지말자.
3. 당신의 (특히 부정적인) 발언은 속으로 하라.
뚱뚱한 여자가 섹시함을 뽐낸다고 해서 창피를 주고 싶어할 수도 있다. 또는 반대로 내 스타일을 칭찬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쪽이 되었든 그런 의견은 안 들어도 된다.
나는 그 순간, 스타벅스 라테를 한 잔 사러 가는 길일 수도 있고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뛰고 있을 수도 또 이런 글을 쓰려고 바쁠 수도 있다. 즉 나의 몸에 대해 토론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발언은 쿨한 칭찬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발언도 대체로 몸 일부에 대한 견해일 뿐이다. 친절한 언어를 구상하려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친절한 말이 없나 고민해보라. 예를 들어, 가슴이 빵빵 하다고 칭찬하는 것보다는 오늘 참 멋져 보인다고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하지만 내 몸에 대한 발언은 절제하도록 하라. 난 패셔니스타니까 내 패션감각을 칭찬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4. 뚱뚱하다는 것을 트집잡아 창피를 주려는 행위는 금물이다.
내가 드러나는 옷을 입을 때 우리 엄마는 그걸 보고 "적절하지 않다"는 말을 잘한다. 여름 내내 어디를 가도 짧디짧은 반바지 입은 여자뿐인데 내가 똑같은 반바지를 입는 순간 "적절하지 않다"고 하니 말이 되나?
정확히 뭐가 적절한 것인가? 그런 바보 같은 개념은 도대체 누가 구상해 낸 것인가?
어른의 권리 중에 하나가 내 맘대로 복장을 고르는 것이다. 법으로 따진다면 내 젖꼭지와 음부만 가리며 된다. 그 외에 뭘 어떻게 입던지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아직 공공장소에서 나체로 다닌 적은 없으니, 현재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엄마의 그런 말은 내 뇌리에 남게 되고, 식이장애를 앓는 나에겐 오히려 뭘 더 먹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므로 더더군다나 사람들이 내 몸을 존중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뚱뚱한 여자는 더 나쁜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그래도 나를 보고 역겹다고 생각하거나 뭘 좀 덮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면 위의 1번과 3번을 다시 참고하라.
5. 나도 가끔은 격려의 말이 필요하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때로는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내 배가 예쁘게 나온 인스타그램 사진을 좋아한다거나, 유튜브 비디오에 대한 긍정적인 댓글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아질 수가 없다.
이런 격려는 내가 '뚱뚱함의 긍지' 운동에 더 적극적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니 내가 추구하는 이상이 옳다고 생각되거나, 아니면 단순히 내 복장이 맘에 든다고 해도 격려의 말을 남겨주기 바란다. 무슨 논문은 쓸 필요는 없고 간단한 '좋아요'도 좋다. 이 글을 다른 이와 공유해 준다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