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단원고 교감선생님 영전과 유족에게 바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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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단원고 교감선생님 영전과 유족에게 바치는 글


2014. 4. 21.

교감선생님의 자살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어떤 말로도 남아 있는 유족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압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먹먹합니다.

이 글이 교감 선생님의 유족에게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교감 선생님!

당신은 진정한 선생님이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그래서그렇게 돌아가신 게 더 밉습니다.

배가 기울어지는 위급한 상황은 발생하고, 담임선생님들께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으니 아이들 곁으로 가서 구명조끼 착용하고 선장의 지시에 따르라는 등의 안전지도를 하라고 하셨을 테고, 학교에 보고하랴, 합급별로 보고되는 담임선생님들 보고 정황 파악하랴, 교감선생님이 자리를 옮기고 이리저리 다니면 담임들의 보고 상황도 알 수가 없을 테니 당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것이고...안 보고도 상황은 훤히 보입니다.

5층에 있어서 홀로 구조된 당신은 아마 어느 누구보다도 외롭고 괴로우셨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차디 찬 물 속에 있는데 혼자만 살아나온 것이 죄라는 듯 바라보는 몇몇 학부모들의 차가운 눈총속과 그렇지 않아도 정신이 없는데 다섯 시간 동안의 경찰 조사 그리고 그 속에서 오고갔을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상상해 보노라니 저라도 교감 선생님께서 선택하신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푸념과도 같은, 누군가에게 울분을 토로해야 하는데 그 대상으로 당신이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것조차 너무나 가슴 아프게 받아 들이셨을 섬세한, 착한 당신이셨기에 힘든 결정을 하셨을 줄 압니다.

이해합니다.

동년배로서, 제가 같은 입장이었더라도 비슷한 결정을 하였을 것 같습니다.

교감선생님!

일면식도 없고 심지어 선생님 유가족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저로서 이렇게 글을 남기지 않을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려 주시길 바랍니다. 남아 있는 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저로 하여금 뭐라고 주절거리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유가족  여러분

자식, 남편, 아빠 또는 형이나 동생이 될 수도 있겠지요.

 

교감 선생님의 그 외로운 선택에 너무 원망을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아마 이 글을 쓰는 저로서도 그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듭니다.

 

겨우 몇 안되는 구조 인원 속에서 교감 선생님의 성함을 찾았을 때의 안도감과 우려도 짐작됩니다. 

많은 이들이 희생된 속에서도 아빠의 구출 소식에,남편의 무사함에 안도했을 유족들의 모습.... 살아남은 가족으로서의 안도감과  다른이의 희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 만감이 교차했을 모습이 눈에 선하기에 당신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우리 아빠는 살아 계신대!"


그런데 잠시 뒤 아빠는 자살하셨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어쩌면....어쩌면 그렇지 않기를 바랐는데 결국에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만 것 같아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에 쌓여 있을 듯 합니다.

그러나 절망적이었을 교감 선생님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려 주시길 빕니다.

좌초된 배에 아이들을 두고 구조된 기쁨은 아마도 교감선생님께 없었을 것입니다. 안도감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의 눈총이나 비난 때문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 분은 선생이셨기에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셨던 것입니다.

수학여행이 교감 선생님 혼자 배로 가자고 하여 결정될 것은 아니라는 것 압니다. 학생들의 설문과 함께 운영위원회 심의 등을 모두 거쳐 결정된 사안이지 어찌 혼자 우긴다고 될 일이겠습니까? 그 분은 그런 일들로 책임지신 게 아니니라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구출되지 못하였다면 다시 바다로 가거나 스스로를 희생하실 그런 분이셨을 것입니다.

정말 가슴은 아프지만 교감 선생님을 원망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생각은 만리를 달리는데 글은 제자리에서 돌고 있는 듯하여 마음만 급합니다.

그러나 유족 중에 자식이 있으리라 생각되어 그 분들에게 글을 써 봅니다.

내 나이도 아버님과 같기에 편하게 이야기 하겠습니다.

 

여보게! 아들, 딸.

아버님을 편하게 보내 드리게.

그리고 자랑스러워 하시게나.

죽어가면서 학생들과 함께 있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살아나와서 다시 죽음으로 가는 그 길은 함께 죽는 그 일보다 더욱 더 힘들고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이라네.

아빠는 가장 용감한 사람이고 가장 참다운 스승이신 것일세.

어느 누가 살아나온 뒤에 다시 죽음의 길로 가고 싶겠나?

아버님은 죽음의 길로 가신 게 아니라 그 분이 평소 생각하시던 참다운 삶의 길을 찾아 돌아가신 것라고 보네. 아마 아버님의 상황이었으면 우리 나이의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네. 나 역시 마찬가지고....

차라리 물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죽었다면 희생이라고 신문에서는 떠들어 댈테고 알량한 보상도 함께 하겠지. 나도 그런 생각을 해 보네. 그러면 그 얄팍한 월급봉투로 허리띠 졸라매던 자식들이 비록 내가 죽더라도 더 힘들 것은 없을 거라는 생각도 할 것이고,,,,이렇게 살아나와서 다시 죽고 나면 또 별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어 델테지.

아마 아버님도 그 생각 저 생각 다 하셨을 거네.

그래서 이해를 해 드리게.

그래서 더 존경해야 하네.

아버님은 자네들을 버린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살고 싶으셨던 거라네.

어찌 목을 매면서 처자식, 부모 형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버님이 가신 그 길은 선생이 아니면 갈 수 없는 참스승의 길이었던 것이라네.

전장에서 부하들을 죽이고도 승승장구하는 세상에, 남들은 다 죽어 나가도 나만 잘 살면 되는 이 세상에서 자살이라니 이 무슨 어리석은 일이냐고 원망하지는 말게나.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일야.

그것은 아버님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네.

자살을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네. 그러나 그 상황 속에서 그 분은 얼마나 견디기 어려우셨겠는가?

아버님이 순수하고 깨끗한 분이셨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게나.

살아가면서 아름답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네들의 아버님은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신 것일세.

자랑스러운 스승의 길을 간 아버님을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아들 딸로 우뚝 서 주게,

그것이 아마도 아버님이 최후에 눈을 감으면서 생각하신 염원이 아니었을까?

 

미안합니다.

가슴 속에는 만 가지 말이 가득한데 나오는 말은 몇 안 되는군요.

혹시라도 교감선생님 가족분들께 누가되는 내용이 있다면 엎드려 사죄하겠습니다.

정말 그 분의 고통을 여러 사람들이 조금은 이해하고 특히 가족분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 올립니다.

선생님은 어느 누구도 가기 아주 힘든 길을 가신 분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그 일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힘든 결정을 하게 되기까지의 선생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돌아보자는 의미로 올린 글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