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5.
설날에 세배하는 이유
새해가 밝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욕 후에
새 옷으로 갈아입는데, 우리는 이를 '설빔'이라 합니다. 조상이나 어른 앞에 깨끗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뜻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 뒤에 부모님이라든지 웃어른들께 세배를 합니다. 왜 세배를 할까요?
하늘의 신에게 무사고를 기원하며 절하던 것이 어느덧 어른에게 존경심을 나타내는 풍속으로 변한 것입니다. 새해 아침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안방에 차례상을 차려 놓고 조상 앞에 한 해의 시작을 알리고 가정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이를 '차례'라고 합니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 뒤에는 세배를 합니다. 가족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고, 평소 존경하는 스승이나 어른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기도 합니다.
먼 곳에 사는 친척에게는 대개 정월 보름(15일)까지 찾아가 세배를 드리면 예의범절에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여깁니다.
세배의 유래는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절하는 풍속과 관계가 있습니다. 절은 공경의 뜻으로 무릎을 꿇고 몸을 굽혀 고개를 숙이는 우리의 전통적 예의
표현입니다. 고구려에는 무릎을 꿇어 절하는
풍습이 있었고, 부여에서도 여럿이 모여 있을 때는 서로 절하는 예절이 있었습니다.
특히 해맏다 정월 초하룻날에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일월신에게 절함으로써 한 해의 무사함을 기원하였습니다. 이것이 세배의 유래라 말할 수 있습니다. 무사고 기원이 어느덧 존경을 나타내는 의미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세배
세배는 섣달 그믐께나 정초에 친족과 웃어른을 찾아가서 문안하는 뜻으로 올리는 의례적인 인사다. 새해를 맞이하여 정월 초하루를 시작으로 정초에
하는 세배를 '새세배'라 하고, 섣달 그믐날께에 한 해가 저물어감을
아쉬워하며 올리는 세배를 '묵은세배'라고 한다.
설날의 세배는 새해를 맞이하여, 심신을 일신하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뜻이 담기어 있어서, 세수를 하고
새옷으로 갈아 입고 나서 온갖 축원을 얹어 인사를 올리게 된다. 이때에는 어른께 절을 올리면서 속에 간절한 축원을 담되 입으로 그 축원을
말하기도 한다. '만수무강하십시오.', '백수상수하십시오.', '금년에는 사업이 더욱 번창하십시오.' 등 좋은 말씀을 올리고, 절을 받는 어른은
아랫사람에게 듣기 좋은 덕담을 내리어 화답한다.
섣달 그믐의 '묵은세배'는 하루해가 저문 뒤에 올리는 것이 보통인데, 송년(送年)의 인사와 아울러 지난 1년
동안 돌보아 준 은공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린다. 새해의 세배는 먼저 가족간에 올리고 나서 조상에 차례를 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동네의 웃어른을 찾아가서 세배를 올릴 때는 새해 차례를 올리고 나서, 상대방 집의 행사가 끝나 어른께서 세배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를 겨냥하여 일찍
올리는 것이 예의이다.
새해를
맞아 가정에서 웃어른께 세배를 올리는 외에,
조정에서는 원단에 조하(朝賀)의 의례로서 신하가 임금을 찾아가 뵙고 예를 올리었고, 국가나 정당·단체· 회사 등에서도 이에 준하여 아랫사람들이
웃어른을 찾아 세배를 드린다. 또 군주는
천지일월(天地日月)에 절을 하는데, 여기에는
기곡축년(祈穀祝年)의 의미가 담겨 있다.
웃어른을 찾아 세배를 하고 다니는 사람을 '세배꾼', 세배꾼에게 차려 내리는 음식상을 '세배상', 세배한 아이들에게 웃어른이 용돈으로 내리는 돈을 '세뱃돈'이라고 한다. 또 새세배는 연초에 바빠서 어른을 찾아뵙지 못했을 때는,
'세배는 미나리꽃이 필 때까지'라는 말처럼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꼭 챙겨서 하는 것이
예의였다.
설날 어른들을 찾아 뵙고 세배를 드리면 덕담과 함께 내어주던 세뱃돈. 설날 웃어른께 인사를 하고 답례로 받는 세뱃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풍습인데, 중국과 일본은 우리와 달리 봉투에 돈을 넣어준다.
세배를 하는 올바른 자세와 방법
“세배할 때 어느쪽 손이 위로 가야 하나요?”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인터넷에서 ‘세배’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가장 많이 올라오는 질문이다. 양손을 공손히 포개 바닥을 짚어야
하는 줄은 알지만 막상 어느 손이 위로 올라가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답부터 얘기하자면 세배할 경우 남자는 왼손이, 여자는 오른속이 위쪽에
있어야 한다(그러나 제사나 상가에서는 반대로 남자는 오른손, 여자는 왼손이 위쪽으로 가야 한다). 위쪽으로 올라간 손으로 아랫손을 살포시 잡고
엄지손가락은 서로 교차시킨 뒤 배꼽위에 올려놓는 것이 세배를 위한 기본자세다. 세배는 보통 큰절과 평절로 나뉜다. 항렬이나 나이가
윗사람일 경우는 당연히 큰절로 세배를 올려야
한다. 같은 항렬이나 형제의 경우는 평절로써 서로 예를 갖춘다.
항렬은 나보다 아래이나 나이는
나보다 많을 경우는 서로 평절로써 세배를
나눈다. 남자의 큰절은 우선 손을 공손히 모은 다음 허리를 굽혀 손을 바닥에 짚는다. 이때 손은 왼손이 위쪽으로 올라가고 벌어지지
않게 포갠다. 무릎은 왼쪽무릎을 먼저 꿇고 뒤에 오른쪽 무릎을 왼무릎에 가지런히 꿇는다. 왼쪽발이 아래로 오도록 양발을 포개며 뒤꿈치를 벌리고
엉덩이를 내려 깊이 앉는다.
팔꿈치를 바닥에 붙이며 이마는 손등에 닿을 정도로 깊숙이 숙이는 것이
좋다. 2~3초 머물러 있은뒤 팔꿈치를 떼며 일어설 때는 오른쪽 무릎을 먼저 세운다. 평절인 경우 큰절과 모든 순서는 같으나 머리를 이마에 닿지
않아도 된다. 여자의 경우 큰절이 힘들기 때문에 요즘에는 평절로써 큰절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배꼽부위에 모은 두손을 자연스럽게 내린다. 왼쪽 무릎을 먼저 꿇은
뒤 오른쪽 무릎을 가지런히 내린다. 오른쪽 발이 아래가 되게 발등을 포개며 뒤꿈치를 벌리고 엉덩이를 내려 깊이 앉는다.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아
손끝을 무릎 양옆 바닥에 대고 윗몸을 45도쯤 앞으로 굽히며 두 손바닥을 바닥에 대듯이 지그시 눌러주면
된다.
세배를 받을 경우 우선 자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부부사이 세배를 한뒤 자녀들에게 세배를 받는 것이 좋다. 세배를 하는 자녀도 가정을 이루었다면 부모앞에서 부부사이 세배를 한뒤 부모에게 세배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덕담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미 세배 자체가 예를 갖추는 것이기 때문에 꼭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윗사람의 덕담에 인사말은 하더라도 ‘오래 사세요’‘만수무강하십시오’등 지나치게 나이를 나타내는 인사말은 좋지않다. 예를 들어
‘올해도 산에 자주 가십시오’‘친구들과 좋은 여행하십시오’등 상대방의 사정에 맞게 일상사가 담긴 기원을 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성균관 전례연구위원 황의욱위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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