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바퀴벌레 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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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바퀴벌레 해파리


2017. 7. 22.


수족관의 해파리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은 영상. 이런 영상들을 보고 해파리들을 기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해파리는 독성 때문에 위험도와 사육 난이도가 높은 편인지라 전문 아쿠아리스트들과 해파리 수조 관련 전문 장비가 있는 대형 수족관이 아닌 이상 개인이 가정에서 사육하기는 힘들다.

해파리

넓게는 자포동물 중에서 단일 개체(medusa)로 바다를 떠다니는(부유) 특성을 보이는 동물들과 유즐동물(빗해파리류)을 총칭하는 단어이며, 좁게는 자포동물 중에서 해파리강의 생물을 의미한다.

《재물보》에 해차(海), 《물명고》에 수모라 했고, 《본초강목》에 해차·수모·저포어(樗蒲魚)·석경(石鏡)이라 했다. 《자산어보》에는 해타(海鮀)라 하고 속명을 ‘해파리’라 했으며 《전어지》에는 수모를 ‘물알’이라 했다.


몸은 한천질로 헤엄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수면을 떠돌며 생활하고 해류에 따라 이동한다. 대부분은 바다에 살며 예외적으로 담수와 기수에 살기도 한다. 몸의 거의 대부분(95~99%)이 물로 이루어져 있어 말리면 그야말로 바람빠진 풍선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6억 년 전에 등장하여 그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명체다.

특이하게도 해파리는 폭풍우를 예보하는 생물이다. 해변가에 해파리가 대량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그곳 혹은 그 근방에 폭풍우가 닥칠 것이라는 예보로, 약한 몸체로 폭풍우의 파도를 견딜 수 없어서 단체로 해변으로 도망친다는 학설이 있다. 폭풍이 밀려오는 때가 대부분 여름이며, '해변 = 해수욕장'이라는 공식으로 생각해 보면 해수욕장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생물. 

일반적으로는 뇌도 심장도 없고, 눈도 없지만 상자해파리강의 해파리들은 눈 비슷한 기관을 가지고 있어 먹이를 쫒아간다.

불로장생 내지 불로불사에 가까운 홍해파리가 있다. 성장한 폴립이 유성 생식하는 성체가 되는 대신 퇴화하여 무성생식을 하는 어린 폴립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 

작은 새끼가 헤엄치는 모습은 심장마비를 일으킬만큼 귀엽다. 시간 있다면 수족관에 가서 보도록 하자. 해파리가 헤엄치는 모습은 사람의 심장 박동과 비슷해 심리적으로 높은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서가 불안정한 어린이들의 심리 치료에도 이용되고 있다. 해파리는 신체 구조상 스스로 헤엄치는 힘이 달리기 때문에 위의 영상에 나온 것처럼 주로 몸을 움츠렸다가 폈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헤엄치기도 하지만 주로 물살에 몸을 맡기면서 유영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물살을 타고 흐느적거리는 특유의 모습이 상당히 부드럽고 평화로운 느낌이 들기에 보고 있으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조명까지 합쳐지면 정말 멋진 풍경이 된다.

주로 먹는 먹이는 작은 플랑크톤이나 어린 물고기다. 촉수에 먹이가 붙으면 찌릿하게 독침을 한 방 쏘아 꼼짝 못하게 마비시키며, 입과 항문이 같아서 입으로 먹은 음식을 다 소화시킨 다음엔 배설물을 다시 입을 통해 배출시킨다. 

천적은 쥐치, 거북이, 개복치, 군함조, 상어 등이 있다. 이들은 해파리의 독에 내성을 가지고 있거나 피부가 매우 두꺼워서 해파리를 그냥 씹고 지나가거나 잡아먹기도 한다. 다만 쥐치 등의 작은 물고기는 죽은 해파리는 먹어도 직접 해파리를 사냥하는 일은 드물다. 또한 바다거북은 고기나 장식품의 용도로서 밀렵되거나, 바다에 떠도는 비닐을 해파리로 알고 먹다가 죽기도 해서 해파리의 천적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에서는 숲뿌리해파리(Rhopilema esculentum) 등 몇몇 근구해파리 종의 우산 부위를 식용한다. 중국, 태국, 미국, 일본 등 해파리를 먹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대체로 근구해파리 종을 쓰는 것은 동일하나, 문화에 따라 우산보다 다리를 더 좋아하기도 하는 모양. 특히 숲뿌리해파리의 경우 다른 이름이 기수식용해파리일 정도로 아주 대놓고 음식 취급을 당한다. 하지만 한국 국내에선 식용으로 쓸 수 있는 해파리가 거의 안 잡혀서 중국에서 대량으로 들여온다. 보통 염장 상태로 유통되어 중화요리 풍 냉채로 만들어먹는데, 이 염장가공 해파리라는 물건은 조리 전에는 마치 바다내음을 정제 농축한 것만 같은 고약한 냄새를 온누리에 폴폴 풍기기 때문에 취급 시 정신건강에 주의를 요한다. 조금만 데쳐주면 냄새가 싹 가시긴 하지만.



해파리 중에는 형광을 띠는 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를 가진 종류(Aequorea victoria)가 있는데 이게 유전공학에서 꽤 인기가 좋다. 연구용 유전자를 새로 삽입할 때 형광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도 같이 붙여놔서 '연구용 유전자가 제대로 활동하는지' 확인하는 생물학적 마커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사람들(시모무라 오사무, 마틴 챌피, 로저 첸)이 바로 이 GFP 유전자의 연구를 한 사람들.

하버드와 칼텍에서 쥐의 심장에서 분리한 세포를 배양하여 실리콘에 이식해 인공해파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위험성

해파리는 대개 독성의 촉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해파리가 대량으로 바다에 발생하면 해수욕장이 폐쇄된다. 이 독은 매우 치명적이며, 의외로 전 세계에서 상어에게 공격당해 죽는 사람보다 해파리 독에 중독되어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

촉수에는 빽빽하게 독침 세포가 있다. 이 세포에는 방아쇠 같은 돌기가 있어 이 돌기가 어디 걸려 눕혀지면 자동으로 세포 내부의 독침이 발사된다. 독침은 약 10밀리초(100분의 1초)만에 발사된다. 실제 해파리에게 쏘인다는 것은, 많게는 수천 개의 미세한 독침 세포에 찔렸다는 의미다.

위의 반응은 해파리가 무언가 판단을 하고 쏘는 것이 아니라 세포 단위에서 자동 발사되는 시스템이기에 해파리가 죽어도 반응 할 수 있다. 따라서 죽은 해파리에 스치기만 해도 독침이 박힐 수 있으니 해변을 걸어다닐 때는 맨발로 걸어다니지 말고 신발을 신도록 하자. 만약 독침이 박혔을 경우, 손으로 만지지 말고 바닷물로 세척하면서 카드나 조개껍질 등으로 쏘인 부분을 긁어내 독침부터 제거하는것이 좋다.

식초가 해파리에 쏘였을 때 뿌리면 좋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사실 식초는 오히려 독소를 방출한다. 다만 입방해파리에 쏘였을 때는 식초를 뿌리는 게 더 좋은데 입방해파리는 대부분 호주에 살아 우리나라에선 쏘인 사례가 없으므로 그냥 바닷물을 뿌리는 게 좋다.

모 애니와 모 게임의 영향인지, 어린이들 사이에선 해파리는 전기뱀장어나 전기가오리처럼 전기 공격도 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절대 아니다! 모 게임의 맨 오브 워는 한술 더 떠서 체인 라이트닝 공격을 한다.

샤크(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해파리도 전기공격을 한다고 나와 있다.

가장 골머리를 썩게 만드는 해파리는 노무라입깃해파리로 크고 아름다운 덩치와 200억 마리 이상이라는 크고 아름다운 개체수를 자랑한다. 동해, 남해, 서해 가릴 것 없이 서식하며, 주로 플랑크톤을 먹지만 대식가라서 하루에 먹는 양이 플랑크톤으로 수영장 하나를 채울 정도인데다가 덩치가 덩치인 탓에 그물도 망쳐놓는다. 거기에 죽음을 느끼는 순간 암컷은 알을, 수컷은 정자를 수십억 개씩 방출하는 통에 죽여도 더더욱 문제만 키울 뿐이다.


국내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냉각수가 뜨겁기 때문에 해파리가 몰려오자, 해파리가 냉각수 파이프를 막아버리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겹겹으로 그물을 치고 전담반까지 두는 등 최선을 다해 해파리의 침입을 막고 있다. 그물에 걸리는 해파리는 연간 2천 톤이 넘으며 이 수는 증가하는 중이라고 한다. 걸리면 그냥 지상에 올려놓는데, 썩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지구온난화와 심각한 해안 오염 탓에 아열대 해파리들이 자꾸만 북상해 국내 수산업계에서도 고민이 많다. 어선에서 그물을 끌어올렸는데 해파리가 보이면 망했어요. 물고기들이 죽어 있거나 상품 가치가 떨어져 있기에 끌어올리지도 않고 방출하는 경우도 있다. 가을이 돼 추워지면 움직이지 못하고 죽어버리긴 하는데 죽고 끝이 아니라 그 수많은 해파리들이 죽어 썩으면서 또 다시 바다를 오염시킨다. 해파리의 천적이 거의 없는 한국 해역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상태.

최근 'Sufflogobius bibarbatus'라는 물고기가 해파리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대충 "수염 망둥이"(bearded goby)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녀석인데(생긴 것도 딱 망둥이다), 어자원 남획으로 환경적 폐허가 되어버린 아프리카 연안에서 씩씩하게 살며 해파리와 해초를 먹는다고 한다. 이놈들이 늘기 시작하자 펭귄, 물개, 각종 바다새들이 신나게 잡아먹어서 금방 수가 줄어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늘어나서 조사해보니 이 망둥이들은 해파리, 세균 따위나 겨우 살 수 있는 저산소의 악조건에서도 끄떡없을 뿐 아니라 해파리를 먹으며 수를 불려가고 있었던 것. 당연히 각국 해양생태학자들이 "구세주 물고기"라 찬양하며 녀석의 생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놈들이 해파리를 사냥해서 먹는 것인지, 아니면 죽은 해파리를 뜯어먹는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파리 킬러라면 좋을 텐데...

해파리들이 본래 서식지가 아닌 엄한 바다에 대량으로 출현하여 해역 생태계를 개박살내버려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거대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이 원인으로 제시되었다. 이들 선박은 화물 하선 후의 가벼워진 무게를 보충하기 위해 수천 톤 이상의 바닷물을 빨아들여 배 안에 채우게 되는데 이를 선박평형수(Ballast Water)라 한다. 이 때 폴립 상태로 무임승차한 해파리 같은 해양 생물이 항구에서 정비 및 주유를 받을 때 선박평형수를 배출하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를 막기 위하여 국제해사기구(IMO)는 2004년 '국제 선박평형수 관리협약'을 채택하였고 신규 선박은 2012년부터, 기존 선박은 2014년~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선박평형수 처리설비(선박평형수를 소독해서 해양 생물을 없애버리는 장치)를 갖춰야 한다.

한편 독성이 없는 해파리도 있다. 팔라우제도의 Eil Malk 섬에 있는 Jellyfish 호수에 사는 황금해파리는 인체에 무해하다. 원래 이 호수는 바다였는데, 지형이 바뀌면서 고립되어 호수로 변했고 이 과정에서 해파리의 천적들이 없어졌기 때문. 해파리떼 속에서 안전하게 물놀이를 하며 독특한 풍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관광상품으로도 유명하다.


<이 사진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2015년 최고의 사진 7선 중의 한 장이다.>



<황금해파리가 있는 호수에서 황금해파리들을 촬영한 영상>

<해파리로 자해를 하기도 한다>

선캄브리아대로 추정되는 지질에서 해파리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만약 그 해파리가 이 해파리에 속한다면 해파리는 지구가 갓난아기 때부터 있어온 다세포 생물이 된다

해파리와 비슷하지만 아닌 종류

- 고깔해파리 : 히드라충강에 속하며 단일개체가 아닌 여러 폴립이 군체를 이룬것이기 때문에 해파리가 아니다.
- 빗해파리 : 해파리와 히드라, 말미잘과 산호 등이 속한 자포동물문이 아니라 아예 다른 문인 유즐동물문에 속하므로 해파리와는 아예 관계가 없다.
- 상자해파리
- 이루칸지
- 홍해파리 : 히드라충강에 속해 있으므로 히드라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