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100% 광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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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100% 광견병


2017. 6. 15.

랍도바이러스과(Rhabdoviridae)에 속하는 바이러스 중 하나인 광견병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에게 물려서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극히 드물게 장기이식으로 감염된 사례가 있다.


상당히 긴 잠복기를 지니는 것이 특징이며,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치사율이 대략 100%인 무시무시한 질병이다.

고대에서부터 존재하여 왔던 질병이나, 루이 파스퇴르가 혈청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없었다. 물론 어떻게든 병을 막아보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기록에 따르면 광견병 동물에게 물린 상처를 달군 인두로 지지거나 주술에 의존하는 등의 방법이 전부라서 사실상 효과는 없었다.


1885년 파스퇴르는 미친 개에게 물린 9살짜리 꼬마 조제프 마이스터(Joseph Meister)에게 주사를 놓아 광견병에 걸리지 않게 했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거의 모든 온혈동물이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 매개체는 광견병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이며, 갯과 동물인 너구리, 코요테, 늑대, 여우 등도 흔한 숙주다. 그 외에도 바이러스를 지녔을 확률이 있는 동물은 박쥐, 원숭이, 스컹크 등의 야생동물들이다. 고양이나 다른 동물들도 드물지만 숙주가 된 사례가 있다. 다만 쥐같은 소형 설치류는 여부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감염 사례는 아직 없으며, 사람에게는 옮기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드척과 같은 대형 설치류는 광견병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 개과가 아니더라도 야생이라는 특성 상 감염은 안 되더라도 보균 가능성은 있다. 특히 감염된 육류를 섭취한 동물의 입에는 바이러스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물리면 개과 동물이 아니어도 감염은 된다. 어차피 야생 동물한테 물려서 걸리는 병이 광견병만 있는 건 아니니 뭐든 간에 생채기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병원에서 꼭 검사를 받도록 하자.

드물게 각막 이식(corneal transplant)후 광견병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길게 써보자면 각막을 포함한 장기를 기증한 공여자가 기증하기 얼마 전에 박쥐에 물린적이 있다고 기증 공여자의 주변인물이 증언했으며 이에 따라 광견병 바이러스를 보균한 채 장기기증을 해서 광견병에 감염된것으로 보인다.
이 장기 공여자의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이 총 4명인데 1명은 이식 수술 도중 사망했으며 나머지 3명은 모두 이식 받은 이후 광견병으로 사망했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난 숙주의 타액에 존재하며, 감염된 동물의 증상은 크게 침울형(또는 마비형)과 광폭형으로 나눌 수 있으며 두 가지 증상 모두가 나타나기도 한다. 침울형은 사람이나 동물을 싫어하고 어둡거나 구석진 곳으로 들어가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광폭형은 극도의 공격성을 보이면서 말 그대로 미쳐 날뛰면서 다른 동물을 물려 들게 된다. 감염 동물에게 물린 직후에 감염여부를 금방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므로 일단 동물의 공격으로부터 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개에 물렸다고 해서 바로 광견병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주인이 있는 개는 광견병에 걸릴 소지가 거의 없으며, 설령 광견병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던 짐승이 사람을 물었다 할지라도 그 동물이 실제로 광견병 증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아닌 이상은 물렸다고 해도 전파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좋다. 게다가 현대 한국에서 광견병 발병은 뉴스의 사건/사고란에 나올 만큼 희귀한 일로, 휴전선 인근 도시 근처나 해외에 나가서 짐승에게 물리고 돌아오지 않고서는 국내에서 광견병에 걸릴 확률 자체가 매우 낮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의 이야기로, 외국 여행시(특히 인도나 중국같이 전염병같은 감염이 의심되는 지역)에 개, 원숭이같은 동물에게 공격받으면 즉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물론 광견병 우려가 없더라도 국내에서도 개에게 물렸다면 병원으로 곧장 가야 하는데, 이는 광견병보다도 파상풍이나 기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개를 비롯해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 입 속에는 세균이 득실거린다. 또한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니 사람을 문 개체를 잡아서 확보를 하였을 경우 광견병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쉬워진다. 우리나라같은 경우 야생 개나 너구리에게 물렸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면 그 짐승을 사살해 면역형광법(immunofluorescence)을 이용해 척수와 뇌 조직을 검사(당연히 해당 동물은 끔살)해서 광견병을 확인하며, 만일 동물이 도망쳐 확보하지 못한 경우 일단 광견병 동물에게 물린 것으로 간주하고 치료를 수행한다.

과거에는 개주인이 개가 사람을 물고서야 뒤늦게 우리 개는 그런거 안걸렸다고 울고불고 매달려 봐야 소용없이 개는 사살당하거나 안락사당했다. 하지만 요즘은 주인이 있는 등 행적이 뚜렷한 애완동물인 경우에는 즉시 도살하지 않고 가까운 수의사에게 개를 검사받게 한다. 수의사의 판단하에 약 10일간의 관찰기간을 둔 결과 개가 정상이면 사람도 OK로, 광견병 약도 딱히 먹지 않는다. 이는 광견병이 잠복기가 긴 데다가, 가축이나 애완동물이 숙주일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다. 피해자가 요구할 경우 무조건 도살 후 광견병 검사를 실시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이는 그저 낭설일 뿐이다.

그래도 사람 문 것도 골치아픈데, 광견병 의심까지 받아서 좋을 거 없다. 예방주사를 접종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애완동물에게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히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동물용 생백신의 경우 상당수의 지자체에서 공짜로 준다.



현재는 도시지역에서는 지정된 동물병원에서 무료로 접종하며, 시골의 경우에는 마을마다 공수의와 공무원이 순회하며 접종을 한다. 물론 시골에선 축사가 생업인 등 주민들이 주사놓는 것에 익숙하기도하고 지정된 장소까지 거리도 멀어 약수령하고 직접 놓는 경우도 많지만, 광견병순회접종 매뉴얼상은 공수의가 직접 접종하는게 원칙이다. 연 2회 봄 가을마다 공짜로 광견병 주사가 가능하니 참고하자

질병관리본부 2015년 공수병 예방 관리 지침을 보면 자세한 설명이 나오며, 광견병 위험지역에서 물렸을 경우에는 해당 동물이 1년 이내에 예방접종을 받았는 지 확인 후 받았으면 관찰기간을 거치고, 받지 않았다면 즉각 살처분 후 척수검사를 한다. 광견병 위험지역이 아닌 경우에는 예방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관찰기간을 거치게 된다. 광견병 위험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야생동물에게 물렸을 경우에는 해당 동물이 포획가능한 경우에 한해서 즉시 사살 후 척수검사를 한다.

즉, 정해진 매뉴얼이 있고 거기에 따라서 시행하게 되어있다. 피해자가 요구한다고 무조건 살처분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

광견병 증상은 잠복기를 지나서 발병하게 되면 처음엔 물린 부분이 저리고 아픈 증상이 가장 흔하다. 그 외 전구증상(prodromal symptoms)으로 인두염(sore throat), 무기력함, 두통, 구토 등이 보이게 된다. 그러다 광견병 바이러스가 1차 혈증을 유발하고 신경관을 타고 올라와 뇌에 작용을 하게 되면 감기증상과 감정변화 등의 증상이 생기고, 이 상태에서 2~10일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신경학적 문제가 발생해 발광하게 된다.뇌염(encephalitis) 관련 증상으로 착란(confusion), 발열(fever), 발작(seizure), 성격 변화 및 공격성이 더욱 심해진다. 그리고 다량의 침을 흘리게 되는데, 이렇게 침을 과하게 흘리는 시점에는 이미 대량의 광견병 바이러스가 침에 섞여 나오게 되는 상태이다.

환자는 증세가 나타난 후 10일내로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되고, 대체로 2주 이내에 호흡근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환자의 반수 정도에서 목이 마름에도 불구하고 물을 격렬하게 거부하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공수병(hydrophobia)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물을 마시려고 시도하는 과정이나 실제 마시는 과정에서 후두(laryngeal edema)나 가로막(횡격막)에 고통스러운 근육경련, 즉 쥐가 나기 때문이다. 환자가 침을 흘리게 되는 것 역시 이러한 공수증세 때문이며, 물이 졸졸 떨어지는 소리를 듣거나 물 마시는 행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동시에 삼키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게 되어 음식도 먹지 못하게 되며, 환자는 오로지 주사로만 수분과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된다.


그리고 공수증 이외에도 바람을 무서워하는 공기(恐氣)증(aerophobia)이 나타나기도 한다.

광견병의 진단은 감염된 조직을 검사해 바이러스의 항원(antigen)이 발견되거나, 환자의 침(saliva)에 바이러스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혈청에 바이러스 항체 농도(serum antibody titer)가 4배 이상의 증가하게 된다. 뇌신경 세포를 조직학적으로 검사할 시 네그리 소체(Negri body)가 발견되기도 한다. 요즘은 PCR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RNA를 발견해 진단하기도 한다고.

광견병에 감염된 동물에 물렸을 경우 상처를 소독한 후 상처 부위에 항체주사를 맞으며, 이후 광견병 백신을 어른의 경우 어깨 삼각근에 맞는다. 여기에 파상풍 주사를 같이 맞으며, 경우에 따라 항생제도 처방받게 된다. 다른 병원에 가게 될 경우 반드시 자신이 어떤 주사를 몇번 맞았는지 의사에게 알려주자.

만일 광견병에 걸린 동물에 의해 상처를 입은 경우, 두가지 종류의 백신을 투여하게 된다.

수동면역성(passive immunization) - 사람광견병면역글로불린(human rabies immunoglobulin)을 상처 부위와 둔근(gluteal)에 투여하게 된다.
능동면역성(active immunization) - 광견병 백신(antirabies vaccine)을 28일에 걸쳐 투여하게 된다.

파스퇴르에 의해 최초 만들어졌던 백신은 2주간 매일매일 맞아야 했지만, 현대에는 기술이 발전하여 백신을 맞은 적이 없거나 맞았어도 5년이 경과했을 경우 0, 3, 7, 14, 30(28)일에 총 5회를 맞게 되고, 백신을 맞은지 5년 내라면 0, 3일 총 2회를 맞게 된다.

사실 감염 자체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광견병 주사는 일반 병원에는 거의 없고 희귀의약품센터에 구할 수 있다. 이 주사를 개인이 사서 병원에 키핑해 놓고 정해진 시간에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 서울의료원 같은 시립병원의 경우 어느 정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시립병원이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일반병원에서 떼온 진단서를 들고 방문해야 한다.

최근에는 일반 백신과 큰 차이점이 없지만, 한 때는 커다란 주사기로 통증이 심한 백신을 접종했다고 한다.

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많은 수의사들은 광견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에 주기적으로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들은 되도록이면 매년 봄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자. 아무리 감염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인수공통전염병이다. 또한 인수공통전염병이면서 치료가 어려운데다가, 감염매개체인 개의 사육두수가 매우 많으므로 정부에서도 신경쓰는 편이다. 매해 봄, 가을 지자체에서 공중보건수의사나 협력동물병원을 통해 무료/염가에 백신을 접종해주므로 검색해보고 꼭 접종하자.


치료법은 광견병 바이러스의 특성을 이용해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그 치료법의 이름은 밀워키 프로토콜(milwaukee protocol)이라고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 대로라면 백신을 투여하면 되는데 굳이 이 방법을 써야겠나 싶겠지만 이유는 있다. 백신을 투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발작이 시작되기 전 까지인데 이 방법은 백신 투여 시기를 놓쳐 광견병 발작이 시작되었을 때 최후의 방법으로 시도하게 된다. 이는 광견병을 치료하기 위한 실험적인 치료로, 광견병이 주로 뇌의 일시적인 기능부전으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는 점에 착안해 여러 마취제로 환자를 강제로 혼수상태에 빠트리고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해 치료를 돕는 치료법이다.

2004년 미국 위스콘신의 고등학생 제나 기즈가 이 치료법으로 치유되고 나서 35명의 사람에게 이 치료법을 시행해 고작 네명이 생존하였다. 즉, 일단 발작이 일어나면 이런 치료법을 써도 효과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