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7.
골든이나 라브라도나 일단 대형견 중에서 가장 많이 선택되고 선호하는 종류이기에 시장논리로는 공급 자체가 많아 분양가가 높지도 않아요. (분양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잘 찾아보시고 능력껏 준비하시길.) 자 그럼 이 개를 살면서 두 번이나 선택한 내 경험에서 해줄 수 있는
팁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나보다 훨씬 전문적 지식이 높은 사람들 널리고 널렸지만. 다만 제가 꼭, 정말 꼭 중요하다 생각하는것만 써보려고 합니다.
1. 무조건 가정분양을 알아보고, 부모견을 직접 보고, 3개월 이상 어미 형제들과 함께한 녀석들 중에서 신중하게 골라와야 합니다.
이런 조건에 해당되는 녀석들을 만나는게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10년 이상 함께할 가족이고, 그 길다면 긴 시간 동안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바로 이 조건입니다. 어미의 모유에는 정말 많은 영양분 뿐만 아니라 어미에게 있는 각종 질병에 대한 항체가 함유되어 있어요.
젖을 떼는 시기까지 모유를 먹은 강아지는 잔병 없이 무럭무럭 자랄겁니다. 다만 이에 앞서 부모견의 건강이 당연히도 중요하기에 부모견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하죠. 가정견이 농장이나 전문 브리더보다 좋은 이유는 개에게 쏟는 애정의 각도가 조금이나마 다를 수 있어서 입니다. 전문 브리딩을 하고 쇼독으로 키울 생각이라면 당연히 리트리버 전문 캔넬이나 전문 브리더에게서 분양을 알아보고, 가정견으로 키울 거라면 가정견을 알아보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인거죠.
가격 차이도 분명히 벌어져 있을 거고. 아무튼 위의 조건은 반드시 지키세요.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샵에서 배넷병 있는 애들 데려왔다가 고생하는거 지켜보고 결국 죽기까지 하면 그 또한 몹쓸 경험이 아닐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골격을 보면 강아지가 얼마나 크게 성장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골격과 체격은 유전이 90% 이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입니다. 특히나 대형견이니 더욱 중요할거고요.
2. 리트리버는고관절, 피부질환에 유전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종류입니다. 고관절이형성증은 대형견이면 대부분 주의해야 하는 관절질환이고 피부질환은 특히나 골든리트리버에서 종종 나타나는데 이 역시 부모에게서 그런 질병이 없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참고로 모든 순종의 개들은 유전적으로 결함을 갖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근친의 근친의 근친을 통해 이어지는 것이 '견종'이니까요. 그래서 이종간의 하이브리드, 즉 똥개가 유전적으로 우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나 건강 면에서는 무조건 우월하다고 볼 수 있지요.
3. 머리가 좋은 것과 훈련이 잘 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가끔 머리가 너무 좋아서 쓸데 없는 짓을 하려 들지 않지요. 사람들이 보통 똑똑한 개니까 훈련을 쉽게 하겠지 생각하는데 이건 좀 다른 구석의 문제인듯 합니다. 물론 머리가 좋아서 다른 개들보다 월등한 면도 있을 테고 그래서 이런 저런 인간의 일도 돕는 거겠지만 이녀석들이 모두 훈련을 좋아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또 개마다 성격이 달라서 어떤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갈지는 장담할수가 없지요. 천방지축일 수도 있고 차분할 수도 있어요. 다만 분양 받을 때 강아지들 중에서 하나를 고를 때 누구를 골라야할지 알려드자면 불러서 가장 늦게 오는 녀석이 가장 좋은 성격과 머리를 갖은 녀석입니다. 또한 어미에게 가장 많이 혼나는 녀석이 가장 성격 좋고 머리 좋은 녀석입니다.
4. 골든리트리버의 경우 여름에 털을 밀어서 시원하게 해주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직사광을 피부에 그대로 노출시켜 오히려 체온 유지에 더 방해가 될 뿐이지요.
5. 리트리버는 원래 사냥개 입니다. 오리 사냥에 쓰이던 녀석들이고 총애 맞은 사냥감을 물어 회수(retrieving)하던 녀석들이죠. 그러니 얘들은 대부분의 경우 가르치지 않아도 신통하게 공을 던지면 제법 잘 가져옵니다. 물론 물에서 노는 것 역시 엄청 즐기고 수영도 엄청 잘합니다. 그런걸 같이 하면서 노는 것 역시 얘들을 키우면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이 될 거에요.
6. 리트리버는 입으로 물면서 장난하는거 엄청 좋아합니다. 그게 공격이 아니라 노는 것일 뿐이지만 아프기도 아프고 아무한테나 그럴 수 있으니 교육 잘시켜야되요. 실제로 미국에서 항상 '사람 물어서 사고친 개'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라브라도 리트리버죠. 뭐 순위 안에는 핏불, 셰퍼드, 롯드와일러 같은 애들이 함께 있지만 그렇다고 같은 사고를 치는건 아닙니다. 걔들은 진짜 '공격'하느라 사고친거고 리트리버들은 사람이랑 놀고 장난치다가 손가락을 같이 씹었다던가, 긁혔다던가 그런거지요. 골든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이렇게 입으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습성이니 키우다가 얘는 뭔 리트리버가 입질을 하나 하고 놀라지 마세요.
7. 먹이는 것, 입히고 채우는 것에 따라 다르지만 한달에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돈이 생기고 불시에 지출하게 되는 돈이 생깁니다. 전자는 식비고 후자는 보통 병원비에요. 그런데 평소에 '좋은걸' 먹여야 어떻게든 탈이 안나죠. 물론, 1번에서 언급한 조건을 지켜서 데려온다면 병원 갈 일이 많지는 않을 거에요.
8. 이놈들을 기르려면 무조건 커뮤니티에 가입하세요. 다음에 리트리버 매니아 클럽 같은 곳. 거기서 선배 동료가 될 만한 사람들을 사귀고 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게 좋습니다. 다만 너무 많은 민간요법들이 필터링 없이 오가기 때문에 다 따라하진 말고요. 저같은 경우는 해외의 골든리트리버 포럼을 드나듭니다. 이런식으로 간단한 수의학적 지식 따위들을 습득하는 것은 견주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9. 리트리버는 몸집이 작은 개들 보다 빨리 곁을 떠납니다. 보통 길면 15년, 짧으면 10년. 큰 심장이 뛰던 애들이라 떠나보낼때 그 물리적 공허함이 엄청나죠. 소형견이랑 정확히 다른 지점을 저는 마지막에서 찾습니다. 부피가 남다른 슬픔을 어루만져야 하는 날은 분명히 올거에요. 다만 그때까지 부피가 다른 애정을 무조건적으로 쏟아낼 녀석들이니 있을때 잘해주세요.
10. 개들은 편협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아요. 사람이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든, 남자든
여자든 나이도 따지지 않고, 이성애자든 게이든, 직업이 있든 없든 그 직업이 무엇이든, 돈을 잘벌든 못벌든, 잘생겼든 못생겼든, 넓은 집을
갖었든 좁은 집을 가졌든 자기랑 인연을 맺은 가족에게 무조건 애정을 쏟고 무조건 믿고 무조건 따를 겁니다. 그러니 개가 뭐 조금 잘못한 거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하지말고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가르치세요.
저는 개를 '말도 못하고 지능도 낮고 손도 못쓰는 막내동생, 어린 막내동생이라고 여깁니다. 그렇게 여기고 대하다 보면 느긋해지죠. 느긋하게 천천히 가르치다보면 어느새 가르치지 않은 말도 눈치로 알아듣고 알아서
행동하는 훌륭한 녀석이 되어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큰개 키우기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워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