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게 맛있는~ 삼양 불닭볶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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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하게 맛있는~ 삼양 불닭볶음면


2017. 1. 11.



삼양식품에서 2012년 4월 16일 출시한 라면. 컵라면의 경우 큰 컵이 2012년 6월 12일, 작은 컵이 2013년 11월에 나왔다. 삼양 볶음면 트리오 불짬짜의 일원이다. 이 마케팅을 의식해서인지 원래 컵라면 버전의 경우 일반 국물라면 사이즈였던 용기가 간짬뽕과 같은 사이즈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어차피 내용물 중량은 같고 국물라면은 아닌지라 관련 업종 종사자가 아니면 별 변화를 못 느끼겠지만...


불닭 볶음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라면이며 국물 없이 볶아비벼 먹는 종류의 라면이다. 쉽게 말해서 간짬뽕의 불닭 버전.



외국에 여행을 갔을 경우 게스트하우스를 초토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외국인들에게 엄청난 쇼크를 선사해준다. 유튜브에 올라온 것만 봐도 충분할 정도로 외국에 꽤 소개가 된 편이다. 얼마 맵지도 않은 하바네로 라면도 코웃음 치면서 먹는 화력덕후 꼬레아를 제대로 소개해주는 문화 중 대표 아이콘.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라면이라고 소개해주면 '이걸 먹으면 지옥에 가는 듯한 느낌인데?' 라는 평이 압도적.


여담으로 컵라면의 경우 가격에 비해 중량이 형편없다. 보통 컵라면의 표준인 110g대에 못 미치는 105g이다. 비슷한 홍라면이 같은 가격에 125~130g인 걸 고려하면 지나치게 비싼 셈. 워낙 맵고 중독성 있는 맛이라 입에 계속 쑤셔넣게 된다면 순식간에 증발한다.

이 라면이 등장하기까지 상당히 기구한 사연이 있었는데 사실 제품이 출시된 2012년으로부터 7년 가까이 전인 2005년 가량부터 안은 이미 나와있는 상태였다. 삼양식품은 누구나 알듯 무척 보수적인 경영으로 유명한 회사로 이미 검증된 종류의 상품 개발이나 출시는 능숙하지만 미답의 길은 개척하는 데는 미적지근하다. 따라서 짜장도 비빔면도 아닌 국물 없는 라면, 구체적으로 말해 간짬뽕의 기획안이 처음 등장했을 때 결정권을 지닌 윗분들은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본래 간짬뽕은 현재의 불닭볶음면과 같이 매니아들을 노린 극도로 매운맛으로 기획되었으나 그런 모험을 탐탁찮게 여긴 윗분들은 단호한 거부를 나타냈고 결국 2007년에 이르러서야 매운맛을 확 줄이고 보편성을 늘린 현재의 맛으로 간짬뽕이 출시되었다. 사실 주주들의 찬성이 없었다면 그나마 출시도 어려웠을 것이다. 기획부는 사천 짜파게티나 진라면처럼 두 단계의 맛(무난한 맛과 매운맛)으로 나누어서 이 둘을 동시 출시하는 안을 내놨으나 그나마도 기각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12년, 하얀 국물 라면 열풍에 뒤이어 매운 라면이 인기를 끌게 되자 삼양식품은 고민에 휩싸였다. 삼양 나가사끼 짬뽕으로 꼬꼬면의 반사이익을 누려 큰 재미를 본 삼양식품으로서는 이런 분위기를 무시하기가 힘들었다. 기획부는 하바네로 고추를 이용한 라면의 기획을 내놓았지만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역시나 기각되었다. 결국 리스크가 적은 '안전한' 방법으로 과거 간짬뽕의 기획이 재발굴되었다. 매운맛을 크게 늘리고 간짬뽕과 차별화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았고 '라볶이맛'과 '불닭맛'을 두고 회의를 거쳐 후자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제야 불닭볶음면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고 출시될 수 있었고 누구나 알다시피 매니아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까.


여담이지만 기획부는 뒤이어 하바네로 고추를 이용한 라면도 성공할 것이 분명하다며 출시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기획을 묻기도 아까워 고민하던 찰나 마침 PB 상품으로 영향력을 늘리고픈 이마트와 커넥션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 결과가 바로 도전 하바네로 라면.


2011년 10월 말부터 소셜커머스를 통해 시범 판매를 시작하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삼양 공식 블로그에서 삼양 공식 블로그에서 시식후기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10월 28일 네이버에 최초 후기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후술하듯이 계란국의 반응이 안 좋은 것도 있고, 정식 출시 초기 때까지만 해도 남자라면과 진짜진짜 라면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기도 했으나 2012년 여름을 기점으로 네티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 2013년 5월, 나혼자산다에서 이성재가 먹방을 한 것을 계기로 매스컴에서도 인기를 타기 시작했다.


내용물 구성은 면, 액상 스프(3큰술 분량), 후레이크(김가루+참깨)로 되어 있다.

초기 버전에서는 꼬꼬면과 비슷한 닭고기 후레이크와 야채가 있었으며 액상 스프와 후레이크 외에도 계란국 스프가 따로 있어서 별도의 국그릇에 계란국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조금 부으면 계란국이 만들어져서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구성이었다.


다만 정식 버전으로 넘어오면서 후레이크의 구성은 닭고기가 빠지고 그냥 김가루와 참깨로 바뀌었다. 또한 계란국은 제외되었는데 출시 전 테스트를 진행할 때 너무 맛이 없어서 빠졌다고 한다. 그리하여 현재의 불닭 건더기가 없는 불닭볶음면이 되었다.


맛은 기본적으로 아주 맵다. 사람들마다 케바케 이지만, 처음 한입 먹었을 때는 적당히 매운 라면 정도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매운맛 못지않게 단맛이 상당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유튜브에 외국인들이 먹는 영상을 찾아보면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첫 맛은 달달하고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 급격하게 매워지는 편이다.


또한 인공적인 조미료 맛이 상당히 강하다. 뒷맛 역시 약간 텁텁한 편. 그러나 매운맛 때문에 금세 잊게 된다. 한편 카레 맛과 액체 스프에서 카레 향이 약간 감도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실제로 스프에 '치킨카레맛 베이스'라는 조미료가 첨가되었기 때문이다. 면에서는 밀가루 냄새가 꽤 많이 나는 편이다.


팔도의 남자라면, 농심그룹의 진짜진짜와 함께 2012년의 매운 라면 열풍에 합류한 제품인 만큼 일반적인 평가는 "한 입만 먹어도 엄청나게 매운 라면". 실제로 이때까지 나온 국물 없는 라면 중에서는 불닭볶음면이 가장 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자라면과 진짜진짜 라면이 초반에 반짝 후 매출이 폭락하면서 지금은 목숨이 간당간당한 반면 불닭볶음면은 너무 매워서인지 오히려 혼자 살아남은 케이스다.


실제 스코빌 지수는 당사 측정치가 4,404SHU로 틈새라면의 8,557SHU의 절반 정도 되지만, 국물이 없고 뜨거운 면에 그대로 소스를 끼얹어 비벼 먹기 때문에 실제로 느끼는 매운맛은 틈새라면급이다. 사실상 라면 중에서는 매움의 강도가 최상위이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국물이 없는 만큼 틈새라면보다 맵다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이 점을 의식했는지 불닭볶음면 포장지 뒷면에도 "매운맛에 강한 분만 도전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있다. 다만, 확실히 캡사이신의 절대량은 반절인 게 맞는지 웬만한 야채니 계란이니 온갖 부재료를 때려넣고 끓여도 매운맛이 잘 가시지 않는 틈새라면과는 달리, 불닭볶음면은 끓일 때 양파 몇 조각 정도 넣는 걸로도 매운맛이 꽤나 반감된다. 매운맛에 약한 사람은 시험해보자.


현재 생산되고 있는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이 약해졌다는 말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불닭볶음면 용기면의 스코빌 지수와 봉지 라면의 스코빌 지수를 혼동한 것으로 원래부터 컵은 3,210SHU이었고 봉지 라면은 여전히 4,404SHU이다. 매운맛 때문에 잘나가는 라면인데 삼양에서도 섣불리 매운맛을 낮추는 실책을 저지를 리도 없다. 단순히 이걸 먹은 사람들이 매운맛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이 매운 맛을 조금이라도 반감시킬 수 있는 방법은 우유, 두유, 유지방 아이스크림, 토마토 주스 등과 함께 먹는 것이다. 우유의 경우 캡사이신을 우유 속의 지방이 녹일 수 있어 장벽과 위벽을 보호해 소화에도 좋고 매운맛도 낮춰준다. 소화에 약한 사람들은 참고하자. 그리고 단 맛이 나는 두유는 우유나 쿨피스보다도 효과가 좋다. 우유나 쿨피스를 마실 땐 벌컥벌컥 마시지 말고 입 안을 헹구듯 마셔야 한다. 목이 말라서 먹는 게 아니라 입 안을 헹구기 위해 먹는다는 걸 명심하자. 아이스크림 역시 살살 녹여 먹는 게 좋다. 이렇게 2차로 들이키게 되는 것들 덕분에 일단 먹고 나면 굉장히 배부르다. 그리고 이것들보다 더 끝내주는 건 빵또아가 있다. 일단 아이덴티티가 아이스크림인 만큼 시원하고 엄청나게 달콤한 유제품 아이스크림 부분의 매운맛 반감 효과는 말할 것도 없지만, 빵 부분이 입술의 고통스러운 느낌을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맵다고 해서 탄산 음료를 마시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 매울 때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 음료를 먹으면 통증이 오히려 심화된다. 또한 물과 같이 먹는 것도 조심하자. 차라리 입안에 침을 모아놓고 혀를 넣는 쪽이 고통은 좀 따르더라도 효과가 있다. 물은 우유를 먼저 마신 뒤에 마시면 큰 도움이 된다.

통증이 오래 갈 것 같다면 양치질을 하는 방법도 있다. 양치질을 하는 순간은 지옥을 구경하겠지만 1분 정도만 견디고 물로 헹구면 매운맛이 많이 가신다.

사실 먹거나 먹고난 후 매운맛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도, 우유도 아닌 맵지 않은 다른 음식이다. 대표적으로 밥이 있다. 탄수화물이 캡사이신을 분해해서 매운 기를 걷어가 버린다. 특히, 비록 먹는 순간에는 온도 때문에 약간 더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뜨거운 밥이 찬 밥보다 효과가 좋은데, 밥알이 부드럽고 물러 침(아밀라제)에 금방 분해되어 캡사이신에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등지에서 많은 유튜버들이 음식의 접근성과 가벼운 가격을 살려서 도전하는 영상 촬영 목적으로 취식하기도 하며, 한국인의 특유의 정서인 도전 정신 덕분에 접해보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한번 접하고 나면 불시에 한 번씩 생각나서 사먹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