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느라 밤 세는 줄 몰랐다 "위편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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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느라 밤 세는 줄 몰랐다 "위편삼절"


2017. 1. 2.

가죽 위(韋), 책 편(編), 석 삼(三), 끊을 절(絶)

공자는 말년에 주역에 심취해서 "하늘이 나를 몇년 더 살게 해 준다면 50살에 주역을 공부할 것이다. 그리하면 큰 허물이 없을 것이다."(子曰加我數年,五十以學易,可以無大過矣)라고 말 할 정도로 주역을 중요시 했다. 이렇게 주역 연구에 몰두한 나머지 죽간을 이은 가죽끈이 닳아 끊어질 정도였다는 이야기. 쉽게 말해, 공부하느라 밤 세는 줄 몰랐어요류의 이야기가 되겠다.





오리엔탈리즘이 팽배한 현대에서는 주역은 점술책으로만 여겨진다. 이 때문에 현대인들이 보면 괴력난신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공자가 왜 점술같은 미신을 공부했냐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주역은 점술책에 그치지 않고, 고대 중국인들의 세계관을 담은 철학서이다. 분서갱유 때, 주역이 점술책으로 취급받아서 불쏘시개를 면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주역은 분서갱유 때 이미 소실되었다. 주역이 점술책이 아니라 유학자의 경전으로 취급되었다는 분명한 예시이다.오늘날의 주역은 한나라 때 금문(今文, 예서)으로서 복원된 것이다.그리고 분서갱유 시절 경전은 기록이 아니라 암기로 전수되었다. 그랬기에 한나라때 경전 복원이 가능했던 것이다.



또 중용에서는 공자가 귀신을 칭찬하기도 하는데 이것에 의심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공자가 이야기한 '귀신'은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영적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올 선생은 <중용, 인간의 맛>에서 16장 귀신장을 설명하면서 이걸 지적했다. 즉, 현대가 서구 중심 사회이기 때문에 '귀신=고스트(ghost)'라는 사고가 성립된 것이고, 동양에서 이야기하는 귀신은 서양의 고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희의 <주자어류>에 따르면 귀신을 이렇게 설명해두고 있다. 

  • 신(神)은 펼친다는 뜻이고, 귀(鬼)는 움추린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비, 바람, 우레, 번개가 처음 발생했을 때는 '신'이고, 비, 바람, 우레, 번개가 멈추고 조용한 상태는 '귀'라고 한다.

  • 귀신은 단지 기(氣)일 뿐이다. 그런데 기라는 것은 끊임없이 움추리고, 피고, 가고, 오고 하는 것이다. 천지간에 기가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예기> 제의편에도 공자가 재아와 귀신에 대해 토론한 것이 실려있다.

  • 대저 산 것은 반드시 죽는다. 죽으면 반드시 흙으로 돌아간다. 이것을 '귀'라고 한다. 그러나 혼은 하늘로 돌아간다. 이것을 '신'이라고 한다.

즉, 동양 고전에 나오는 '귀신'은 영적 존재가 아니라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기로서 파악하는 것이 옳다. 공자는 지극한 합리적, 현실주의자였기에 오히려 공자에게 서양의 귀신(Ghost)은 '괴력난신'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공자는 점술이 아닌 철학으로서 주역을 연구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