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잊혀진 근대, 다시읽는 해방전사 (이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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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잊혀진 근대, 다시읽는 해방전사 (이덕일)


2014. 2. 3.

[도서]잊혀진 근대, 다시읽는 해방전사 (이덕일)

근대라 불리우는 우리의 역사는 아직 정확히 평을 내리기는 어렵다. 최근 역사 교과서 편찬과 관련하여 많은 내용들이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쉽사리 근대의 시기를 다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근대사에 대한 평은 이르다는 말로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는 과정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우리의 근대사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최근 근대사를 다룬 책들을 조금씩 모으고 있다. 그중 최근 발간된 이덕일의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전사>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는데, <해방일기>라는 1945년부터 자세하게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책을 읽기에 앞서 한권으로 된 이 책으로 그 이전의 해방 전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의 구성을 다섯 가지의 해방 전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데, 저자의 구성에 따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제하 사회주의 운동사>

 요즈음 종북이라는 단어가 남발되는 가운데 다소 민감한 주제가 될 수 있지만, 일제하의 사회주의는 다소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 우선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소련의 등장으로 인하여 중국과 우리나라에도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게 된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사회주의가 선풍을 끌게 된다. 만주 지역에서는 민족주의(이동녕, 양기탁, 안공근 등), 민족적 사회주의(이동휘, 류동열 등), 볼세비키(김알렉산드라, 오하묵, 유스테판 등)이 회동을 갖기에 이르지만, 각자의 입장 차이를 확인할 뿐이었다. 민족주의자들은 독립을 위하여 러시아의 지원을 요원하면서도 볼셰비즘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볼세비키는 물론이고 민족적 사회주의자들은 독립을 위해서라면 볼세비즘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잘 알려진대로 민족주의자는 독립을 위하여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하고, 볼셰비즘에 찬동하는 사람들은 한인사회당(한국 최초의 사회주의 정당)을 창당하면서 나름의 독립 운동을 추구한다. 그러나, 독립이라는 미명하에 모이긴 하였으나, 이념에는 서로 차이점이 있었기에 그들은 서로 거리를 두게 되고, 급기야 러시아 내전의 참여 여부를 두고 거의 결별에 이르게 된다. 이후 이들은 각자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동휘를 중심으로 한 민족적 사회주의는 상해파를, 볼셰비키들은 이르쿠츠파를 형성하면서 갈등의 양상을 띠게 된다. 이후 두 파는 소련의 코민테른에 의하여 중재의 시간을 갖지만, 결국 통합에는 실패하여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사회주의 운동은 일본 본토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하여 조선의 유학생을 중심으로 하여 서서히 사회주의 활동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전쟁에 반대하는 일본의 세력들과도 함께 연대하기 시작하여 발전을 하지만, 일본에 의하여 탄압을 받게 된다. 이러한 사회주의는 귀국한 유학생을 중심으로 조선의 사회주의 운동으로 번지게 된다. 특히 청년 단체들이 대통합을 이루어 서울청년회의가 창립되면서 사회주의를 주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코민테른은 자신들의 세력으로 조선의 사회주의를 장악하기 위하여 사람들을 파견하고 이 두 세력간의 주도권 쟁탈전으로 인하여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주지만, 초기에는 국내파가 우위를 점하게 된다. 그러나, 각종 공작과 사건으로 인하여 조선공산당은 붕괴를 하게 되고, 신간회를 이용한 공작에 의하여 결국 조선의 사회주의는 일본의 탄압과 코민테른의 주도에 의하여 그 한계성을 보이면서 와해되는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일제대항기 아나키즘 운동사>

 우리가 무정부주의자로 알고 있던 아나키스트. 아나키즘은 아이러니하게 일본에서 활발히 전개가 되었다. 조선 출신 사람들은 일제의 핍박으로 인하여 현재의 정부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일본에도 역시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상당수 존재하였기에 이들은 아나키즘으로 결속하게 된다. 박열 부부의 예를 들면서 조선인 박열과 일본인 부인이 일왕에게 폭탄 테러를 모의한 사건으로 사형 판결까지 받은 사건을 통하여 일본에서의 아나키즘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의 아나키즘은 그 명제가 바로 일제에 대항하는 것이었고, 대항 방식도 폭력 투쟁으로 일관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한번은 들어봄직한 의열단도 바로 아나키스트들의 조직이었던 것이었다. 단장인 김원봉(당시 20대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을 중심으로 점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일제의 입장에서는 일망타진하기 힘들었고, 이들이 추구하는 폭력 투쟁으로 인하여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세력이 바로 아나키즘이었던 것이었다. 책에서는 의열단의 폭력 투쟁을 통하여 실제 어떻게 일제에 대항을 하였는지,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채호(아나키즘과 선비 정신을 강조)와 김좌진 장군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일제 치하의 아나키즘 운동을 잘 설명하고 있다. 왜 김좌진 장군이 공산주의자에게 총격을 당했는지도 아나키즘과의 연대에 따른 것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아나키즘이 북만주에서 어떻게 사그러들었는지 이 장의 마지막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일제 전쟁기계들, 만주를 침략하다>

 이 부분은 솔직히 우리의 역사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의 대륙 침략을 다루고, 어떻게 군국주의로 진행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조선을 지배한 당시의 일본의 모습은 직간접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었기에 다루고 있는 듯하다. 유소년 시절부터 군사 교육을 실시하였고, 실제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유소년 군사학교 출신인지 아닌지가 일본 육군에서 출세의 지름길이라고 판단될만큼 군국주의는 일본의 곳곳에 파고들었으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라난 일본 군인들은 '세계 최종 전쟁론'을 신봉하게 된다. 대륙의 중국과 소련을 제압하고, 최종적으로 미국과 대결한다는 이 이론을 실행하기 위하여 그 발판이 만주라고 정의하고, 만주 사변을 일으켜서 만주국을 세우는 과정까지 소개하고 있다. 특히 만주국의 등장으로 인하여 우리의 독립 운동의 터전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더이상 만주에서의 독립운동은 불가능하게 된 사실이 우리 독립 운동사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식민지 시대의 부호 열전>

 식민지 시대에서 재산을 축적한 부호들을 소개하고 있다. 관직을 이용하여 백성들을 수탈하여 어마어마한 재산을 형성한 민영휘, 어느 정도의 물려받은 땅으로 기업과 금융을 경영하여 근대적인 부호가 된 김성수, 금광 개발로 인하여 자수성가한 최창학, 나진 지역의 부동산 투자로 갑부가 된 김기덕, 홍종화, 운수업에 뛰어들어 재벌이 된 김응수, 방의석, 화신 백화점과 같은 백화점 경영으로 재벌이 된 최남, 박흥식 등을 소개하면서 당시 식민지 시대의 부호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민영휘의 경우는 관직을 이용하여 재산을 수탈하고 나라를 팔아넘기는데 일조하여 일본으로부터 하사금을 받아서 막대한 부를 이룬 케이스여서 그렇다쳐도 나머지 사람들의 재산 형성 과정은 정치적인 요소는 배제(대다수 식민지 시대의 기득권 세력들이 친일 행위를 하였던 시대이므로 이들도 역시 자신의 부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하여 친일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한다면 식민지 시대의 경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대다수 부모가 무려준 재산이 아니라 스스로 각각의 분야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두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다시의 경제적인 상황을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파멸로 질주하다>

 일본의 내부적인 정치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시 군에 의하여 일본의 정권이 통제되고, 또, 군 내부의 갈등을 보여주는 2.26사건을 언급하면서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군국주의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군부는 명령을 불복종하면서까지 중국에서의 전쟁을 확대하면서 남경 대학살에 도달하는 광란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짧은 기간 대립이었지만, 노몬한 사건을 통하여 소련과의 전투는 그동안 중국을 상대로 불패의 모습을 보여주던 일본군에게 패배를 안겨준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소련과 휴전을 맺고 계속적인 남방 정책을 추구하다가 급기야 미국과 대립하여 우리가 잘 아는 진주만 기습을 시작으로 하여 미국과 태평양 전쟁에 돌입한다. 그러나, 밑천을 드러낸 일본은 점차 중국에서 고전을 하고, 미국에게 제해권과 제공권을 상실하여 결국 히로이토의 무조건 항복으로 패전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일본의 패전은 당시 스스로 국내 진공 작전을 꾀하던 김구의 임시정부에게도 충격을 주었고, 잘 알지 못한 사실이었지만, 소련의 지원을 받아 국내에 들어가려고 준비중이었던 김일성에게도 충격을 던져준다. 이것은 결국 우리가 스스로 자주적인 독립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미국과 소련에 의하여 남북으로 분단되는 역사를 갖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책은 이렇게 5개의 부분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드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일제하의 사회주의 운동과 아나키즘에 대한 내용은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서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운동의 역사에 치중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주로 조선의 사회주의 운동의 주도권 다툼 위주로 쓴 부분이 많이 있는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당시 일제에 대항하여 어떠한 활동을 하였는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일본의 역사를 다룬 부분도 책의 제목과도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우리의 해방전사가 아닌 일본의 역사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시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일본이었기에 그들의 역사가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두편 모두 대륙침공에 열을 올리면서 스스로 붕괴되는 일본의 군부를 다룬 내용이이게 우리의 역사와는 조금 벗어난 내용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해방전사를 한권의 책으로 서술한다면 그 양이 방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각각의 주제를 선정하여 책을 쓴 의도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지만, 기대만큼 깊이가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잘 몰랐던 일제 치하의 사회주의와 아나키즘을 다룬 것은 어느 정도의 흥미를 제공하긴 하였다고 생각이 든다.


 이덕일이라는 작가는 검색을 해보면 화제가 되는 인물인 것 같다. 책도 꽤 많이 쓴 편이고, 몇 권 읽어보았지만, 종래의 역사관에서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으로 생각된다. 그렇기에 전통 역사학자들에게는 구체적인 학문적 증거없이 추측에 의한 역사를 가공한다는 비판을 받는 한편, 주체적인 사관을 확립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는 것 같다. 이 부분은 내가 역사 전공자도 아니고,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좀더 시간이 지나가봐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를 판단하기 위하여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기에 작가에 대한 평은 할 수 없지만, 이번 책은 깊이있게 읽기에는 조금 아쉬운 느낌의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물론 일본의 군국주의를 다룬 2가지 주제는 약간 실망이지만, 나머지 주제들은 잘 알지 못한 부분이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