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
2006년 6월 어느 날, 동물원 우리에서 사람의 손이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동물원장인 산더의 신고로 인하여 동물원을 수색한다. 곧이어 사람의 발이 발견되고, 동물원 근처의 한 벌판에서 사람의 시신이 발견된다. 죽은 사람의 신원은 환경 운동가이자 학교 선생이었던 파울리였는데, 수사 결과 파울리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가 환경운동가였기에 B8도로 건설에 반대를 하면서 도로 건설과 관련된 시장, 시의원, 보크 건설사는 파울리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파울리가 살해되기 전의 공청회에서 파울리는 건설사가 도로 건설과 관련된 공무원들과 유착관계였으며, 뇌물을 비롯한 각종 정황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면서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였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수사관들은 파울리의 집을 수색하며, 전부인으로부터 집을 비워달라는 협박을 받고 있었으며, 그의 친한 친구들조차도 그의 과격한 운동 방법에 이견을 제시하면서 관계도 소원해져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피아 키르히호프 형사는 파울리의 제자이자 그를 열렬히 지지하던 루카스와 동물원 원장인 산더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산더와 루카스 역시 피아에게 친근하게 다가면서 피아는 혼란을 겪게 된다. 전남편(별거하였으나, 법적으로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상태)인 헤닝에게 아직도 감정이 남아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헤어지자고 했던 기억으로 인하여 선뜻 그에게도 다가서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홀로 목장에서 생활하면서 악몽에 시달리던 피아는 헤닝을 볼 생각으로 예전집에 가지만, 거기에서 여검사와 정사를 벌이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한다. 그러한 피아에게 루카스는 어린 나이였지만, 젊은 매력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아내와 사별한 산더도 루카스만큼은 아니지만 서서히 피아에게 다가가며, 피아 역시 산더에게 끌리게 된다. 그러나, 파울리의 사건과 함께 발생한 요나스의 살인 사건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루카스와 친구였던 요나스는 보크 건설사의 사장의 아들이었는데, 여자 친구와 크게 다투고 별장에서 자살로 가장한 시체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보덴슈타인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항상 객관적이면서도 공과 사를 구분하던 보덴슈타인은 점점 루카스에게 혐의를 두게 된다. 잘생기고, 매력이 많아서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그가 오히려 범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욱 그를 눈여겨본다. 이전의 보덴슈타인과 비교를 한다면 다소 편향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에 아내인 코지마가 교통 사고를 당하고, 그동안 그를 잘 이해해주던 코지마의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인하여 보덴슈타인도 심리적인 고통을 받게 되며, 수사에서도 하루 빠지게 된다. 그는 지금까지의 결혼생활과 일을 떠올리면서 왜 이런 어려움이 자신에게 닥쳐왔는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거기에 피아도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산더와 루카스에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눈치채고, 그녀에게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지시까지 하게 된다.
파울리와 요나스의 살인 사건 이후 요나스의 여자 친구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사건은 점차 복잡해져가고 다양한 인물들의 추악한 모습들이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여기에 루카스의 아버지도 자신의 서재에서 둔기에 맞아서 생명이 몹시 위독해진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루카스의 정신 질환이 부각된다. 해리성 정체 장애를 앓고 있는 그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모든 사건의 범인이 루카스를 향하게 된다. 심지어 루카스와 함께 식사를 하러 나갔던 피아마저 실종되고, 루카스도 자취를 감추게 된다. 보덴슈타인은 서둘러 피아의 실종 사실을 공표하고, 루카스의 신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한다. 과연 이 사건의 진범과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피아에게 다가온 사랑과 함께 보덴슈타인이 겪게 되는 결혼 생활의 위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너무 친한 친구들>은 타우누스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이전의 <사랑받지 못항 여자>에서도 언급을 하였지만, 넬레 노이하우스는 타우누스 시리즈 4번째 작품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다른 타우누스 시리즈도 그 이후에 우리에게 소개되었으며, 이 책은 두번째에 해당된다. 그녀의 타우누스 시리즈가 독일을 비롯한 해외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작품은 그러한 성공 뒤에 씌여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략한 줄거리를 언급하였지만, 이 책에서는 사건의 큰 줄기보다는 오히려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사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져 있다. 피아의 경우에는 첫번째 작품에서 남편과 헤어지게 되었음을 암시하였지만, 이 책에서는 추가적으로 그 이전에 그녀의 당했던 끔찍한 과거도 추가를 하였다. 프로야구에도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신인으로 1년차를 성공적으로 치룬 다음에 오히려 그 다음해인 2년차에 슬럼프의 과정을 겪는 것을 뜻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심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이 슬럼프로 인하여 못썼다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작품과 달리 주인공들이 겪는 사적인 내용을 부각시켰다는 차별성은 작가의 좀더 새로운 실험 내지는 시도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시리즈로 써내기 위한 기초 작업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6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타우누스 시리즈가 나왔다는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아무래도 이 작품은 그녀가 시리즈를 장기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은 책이 아닌가 싶다. 1편과 같이 사건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철두철미한 객관적인 방법론으로 작품이 쓰여진다면 아무래도 되풀이되는 동일한 구성으로 인하여 독자에게 식상한 느낌을 줄 수 있기에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들의 사적인 모습들을 부각시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의 진행 방향(작은 사건이 여러가지 큰 사건으로 얽혀져 나가는 과정)이 이전 작품과 동일하면서도 주인공들의 묘사로 인하여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반전이 너무 급박하게 이루어지고, 분석에 의한 반전이 아니라 자백에 의한 반전이라서 약간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2006년에 실제로 열린 월드컵을 증명할 수 없는 알리바이(그 시간대에 월드컵 경기 중계를 보았다라는 식의 자백)로 이용을 하였다는 점과 너무나 인간적인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여러가지 시행착오와 실수, 감정의 통제 실패와 연결된 수사 과정은 현실감을 높이고 있으며, 사건들도 인간의 추악한 욕망의 결과였음을 보여주는 점은 여전히 독자의 시선을 끌만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또한 책의 곳곳에서 묘사되는 등장 인물들의 삶을 통하여 실제 독일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괜찮은 부분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