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보이저 1호는 지구의 지령에 따라 자세를 제어, 신호 도달에 6시간이 걸리는 명왕성 근처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조준해 사진을 찍었다. 동그라미 속 저 작은 점이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이다.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표지로 실은 저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서 말하기를, 자신도 그 머나먼 거리에서 지구를 찍는 것은 과학적 활동과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긴 하나, 우주 속 인류의 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해서 NASA에 이 사진의 촬영을 제안했다고 한다. NASA 측도 대체로 세이건의 의견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나, 자칫하면 태양광에 보이저의 영상 시스템이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한동안 보류하다가 NASA 국장 리처드 트룰리의 지시로 사진을 촬영하게 되었다.
저 점을 다시 보세요. 여기 있습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입니다. 저것이 우리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보았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서 삶을 영위했습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의 합,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적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의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의 지도자들, 인간의 역사 속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곳 -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 칼 세이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