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하고 불운했던 광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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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하고 불운했던 광해군


2014. 3. 2.

인조 반정 이후 광해군은 강화도로 위리안치 된다. 그러나 연산군은 유배된 후 1년이 못되어 죽고 말지만 광해군은 무려 18년을 더 살면서 67세를 일기로 천수를 다하고 사망하게 된다.

비참하고 불운했던 광해군



그의 한많은 인생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그는 반정 세력의 무모함과 이어진 정묘, 병자 호란을 겪으면서 그 결과에 대한 수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의 가족도 보고 싶었을 것이고, 전투에서 항복하게 한 강홍립도 매우 보고 싶었을 것이다.그는 정말 파란 만장한 삶을 살다 갔다. 왕위에 오르기 전 세자 시절에는 임진왜란을 맞아 분조를 만들어 임란 극복에 앞장섰고, 15년 간의 재위 기간도 형인 임해군의 죽음, 인목대비의 유폐, 영창대군의 증살, 갖가지 역모 사건에 이은 옥사 등등 파란의 연속이었지만, 왕위에서 물러나 유배생활을 한 18년 간 또한 비참하고 불운하기 그지없는 세월이었다.

폐위 이후 광해군은 왕위라고 하는 최고 권력이 얼마나 덧없고 비정한 것인지를 극명하게 알게됐을 것이다. 광해군은 폐위 후 광해군과 폐비 윤씨, 그리고 폐세자와 폐세자빈 네 사람은 강화도에 위리 안치되었고 울타리에 갇혀 살기 시작한 지 두달 후 폐세자와 세자빈은 자살하고 만다. 당시 20대 중반이던 폐세자와 세자빈은 울타리가 쳐진 담 밑으로 빠져 나가려다 잡혔는데, 그의 손에서는 은덩이와 쌀밥 그리고 황해 감사에게로 가는 편지가 발견되었다.

이는 즉시 광해군이 추종 세력들과 모의해서 반정 세력들을 다시 축출하려는 음모로 간주되었고 이에 죽음이 닥쳐옴을 느끼고 폐세자 부부 스스로가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이렇게 장성한 아들과 며느리를 잃은 1년 반쯤 뒤에 광해군은 부인 윤씨와도 사별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죽음은 유배생활에서 얻은 화병이 원인이었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아내를 차례로 잃은 광해군 자신도 18년의 유배생활 중 몇 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광해군으로 인해 아들을 잃고 서궁에 유폐되었던 인목대비가 끝까지 그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인조의 추종 세력 역시 항상 왕권에의 위협을 이유로 광해군을 죽이려는 시도를 그치지 않았다.

1624년 이괄의 난이 일어났을 때 인조는 광해군의 재등극을 우려해 그를 태안으로 옮겼다가 다시 강화도로 데려왔고 1636년 청이 침공해 광해군의 원수를 갚겠다고 공언했을 때는 그를 죽이라는 밀지까지 내렸지만 경기 수사가 이 말에 따르지 않음으로써 죽음에서 풀려났으며, 조선이 완전히 청에 복속된 이후에는 아예 멀리 제주도로 보내졌다.

이러한 가운데도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이 오히려 기이하다고 할 정도이지만 광해군의 제주도 유배생활은 더없이 초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신을 감시하며 끌고 다니는 별장이 상방을 차지하고 자신은 아랫방에 거처케 하는 모욕을 당하면서도 의연한 자세를 유지했고 심부름하는 나인이 영감이라고 호칭하며 멸시를 해도 전혀 이에 분개하지 않고 말 한마디 없이 그 굴욕을 참고 지냈다고 한다.

청나라의 보복이 두려워 쉽게 광해군을 사사하지는 못했을 당시의 사정도 있었겠지만. 18년이라는 긴 유배 기간 동안 그가 목숨을 부지했던 것이 그 스스로 권력의 허망함을 알고 모든 허망한 욕망을 버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반대로 끝까지 복위의 기회를 기다리며 허망한 꿈을 꾸었기 때문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오직 그 자신만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광해군은 18년의 세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나간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현실 정치에 대한 분노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시시각각으로 죄어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면서 초연히 생활할 수 있었을까? 그가 파견한 강홍립은 만날 수 있었는지? 무척이나 아꼈던 총신 허균은 저승에서 만날 수 있을런지. 그러나 유폐되어 매일 죽음의 공포 속에서고 천수를 다한 것은 아마도 그가 펼친 정치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초연히 그리고 당당히 모든 조건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닌가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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